입력 : 2011-11-05 23:49:27
[이 글은 기사가 아니며, 자유게시판에 올린 잡담입니다]
제가 모 의약 전문지 대표님과 한잔 하면서 들은 이야기인데, 들으면서 너무 충격을 받아 여러분들께도 좀 알려 드릴까합니다. 저 혼자만 들은 것은 아니며, 언론사 사장님들과 편집국장님들이 참석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썼었는데, 글자 수 제한이 있어 전체적인 내용을 다 담지 못해 각 글만 보시니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 이곳에 전체 내용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전체적인 글을 읽어 보신 후 이에 대해 의견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의약쪽 전문가가 아니고, 그냥 술 먹으면서 좀 들은 내용이라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걸러서 봐 주시면 좋겠고 지적해 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미 FTA를 하면 국내 공보험이 무너진다?
국내 약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와의 경쟁 구도로 되어 있습니다. 국내 약 시장은 년 10조 원 정도의 시장이라고 합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엄청나게 큰데 반해 국내 제약사들은 가내수공업같이 초라한 상태라고 합니다. 국내 제약사 다 합쳐도 화XX 같은 다국적 제약사의 1/10 정도밖에 안 된다니 다국적 제약사들의 규모를 알만 하겠지요?
그러다 보니 애초에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는 경쟁의 상대가 되지 못 합니다. 코끼리와 개구리의 싸움 같은 걸로 비유하면 될까요? 이와 같이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내에서 의외로 국내 제약사들도 어느정도 숨은 쉬면서 살아 가고 있다고 하네요.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카피약(복제약) 덕분이라고 합니다. 카피약은 오리지날 약과 효능은 거의 비슷한데 약 값은 훨씬 싼 복제약입니다. 이 카피약 덕분에 국민들은 부담 없이 약을 사 먹을 수 있고요.
코끼리와 개구리의 싸움?
사례 : MBC 이상호 기자가 겪은 미국 민영의료보험 병원비 인증샷 "의료보험 민영화 되면 내꼴난다" http://www.cyworld.com/allsi/3669184
이렇게 국내 제약사들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들도 함부로 약값을 부당하게 올리 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도 제약사들에 대한 통제도 가능한 상태고요.
신약 하나 개발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야 된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국내 제약사들은 돈이 없어서 신약을 만들 처지는 거의 안 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이 몇개나 있나요? 저는 잘 모르긴 하는데 몇개 없을껍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이 공룡같이 큰 다국적 제약사들이 개발해 놓은 약만 있을 껍니다. 그런데 다 그런건 아니고 국내 제약사들이 만든 카피약이 있습니다. 국내 제조사들은 카피약을 만들어서 싼 가격을 무기로 골리앗과 싸우고 있다고 합니다.
약은 주로 병원이나 약국에 팔지요. 얼마 전에도 국내 제약사들이 병원에 리베이트 줬다가 걸려서 과징금(?) 내고 했다는 뉴스 TV에서 보셨지요? 그런데 그 전에는 리베이트 주다가 걸려도 과징금만 내고 끝냈는데, 이번에는 리베이트 준 만큼 약값 깎을 여력이 있다고 판단해서 정부가 약 가격을 강제로 낮춰 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조치는 겉으로 볼 때는 당연하고 잘한 조치 같아 보이는데, 실제로 알고 보면 아주 위험한 조치라고 업계에서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황제여행과 리베이트의 대결.
국내 업체들은 약 팔아주면 리베이트 주는 형태로 영업해서 꺼져가는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물론 안 그런 업체들도 많겠지만요. 반면 다국적 제약사들은 리베이트는 안 주는데, 대신 의사들에게 황제여행을 시켜줬다고 합니다. 황제 여행이 어떤건가 물어 보니 며칠 여행하는데 1억 가까이 지출할만큼 초호화 여행을 시켜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명목상으로는 세미나 참석이나 그런 타이틀을 붙여서요. 실제로 간단하게나마 세미나나 그런게 끼어 있긴 하답니다. 그러나 나머지 시간에는 엄청나게 비싼 연예인이나 가수 등을 불러 이벤트를 열어 주고, 수백에서 수천만원씩 하는 초특급 호텔 스위트 룸에서 잘 수 있게 해 주는 등 말 그대로 황제 여행을 시켜 준다고 합니다. 단, 돈은 한푼도 안 준다고 합니다.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가 방식은 다르지만 어쨌든 영업을 위해 지출을 많이 하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체급이 전혀 다른 업체 간의 싸움이었는데, 이번 약가 인하 조치를 업계에서는 고등학생한데 대학생의 모습을 강요하는 식. 초등학생한테 미분적분 왜 못하냐고 쪽 주는 식. 으로 인식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이번 조치에 외압이 있었는 것이 아니냐 의심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의심이 되는 쪽은 아무래도 미국과 다국적 제약사들이겠지요.
이런 전혀 다른 체급인 까닭에 이번 약가 인하 조치로 국내 제약사들이 받는 피해는 엄청나다고 합니다. 거기에 한미FTA까지 통과 되어 버리면 국내 제약사들은 거의 다 고사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한미FTA가 발효 되면 3년의 유예기간이 있는데, 이 기간이 지난 후부터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특허 소송 공세(한미FTA가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를 도입하기 때문)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유예기간 끝나고 2년정도면 국내 업체들은 거의다 쓰러질 것이라고 합니다. 복제약 생산이 거의 막히고, 특허침해 소송 등 공세가 워낙 거세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워낙 영세해 다국적 제약사들과는 경쟁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정부가 나서서 치킨게임에 등 떠민 꼴이 되었다고 하네요.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가 치킨게임(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하는 싸움)하면 누가 이길까요?
한미FTA를 하면 국내 제약사들 거의 다 쓰러진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EU에 절반정도 있고, 미국에 절반정도 있다고 합니다. EU와의 FTA는 이미 타결(잠정 발효) 된 상태이고, 미국과의 FTA도 통과 되면 이제 국내 약 시장은 완전 개방이 되는 상태가 되겠지요. 이렇게 되어 국내 제약사들이 거의 다 쓰러지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다국적 제약사들만 남게 되죠. 다국적 제약사만 남게 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정부말 잘 들을까요? 정부가 약값 올리지 말라면 안 올릴까요? 약값 안 내리면 약 안 받겠다고 협박하면 약값 내릴까요? 대안이 없는데? 병실에서는 사람이 죽어 가고 있는데?
건강보험이라는 공보험이 안정적으로 살아 있을 수 있는데 국내 제약사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되어왔던 것 같습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 :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순망치한이 정부와 국내 제약사와의 관계를 잘 나타내 주는 고사성어 같습니다. 지금은 리베이트나 줘 가며 나쁜짓하는 미운 자식같아 보이지만 없어지면 내가 엄청 힘들어지는 그런 존재. 국민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에 다 맡겨야지.. 시장에서 경쟁에 져서 도태되면 어쩔 수 없지 뭐. 그렇습니다. 기본은 그런데, 국내 제약사들을 죽이고 나면 엄청 이가 시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연 10조인 국내 약 시장 흔들어 100조 시장으로 만든다?
정부가 한 약가 인하 조치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려고 했겠지요? 근데, 이게 부메랑이 되어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국내 제약사들과 다국적 제약사들간의 치킨게임을 일게 만들어 주고, 이로 인해 개구리 같은 국내 제약사들은 코끼리 같은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싸움에서 다 패배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결과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요. 겉으로는 리베이트 없애 국민들 약값 부담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정당하고 그럴듯한 명분입니까? 이 말에 동의 안하는 국민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국내 제약사들 거의 다 죽고 다국적 제약사들만 남게 되면 정부말 안 듣고 약 값을 올릴 수 있고, 정부는 이를 통제할 힘이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일부 카피약이 있다면 그쪽은 좀 덜할 수도 있겠지만요.
지금 국내 약 시장은 10조 정도 되는데, 다국적 제약사들만 남게 되고 이들이 장난치면 100조 시장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만들까요? 환자가 늘어 날까요? 간단히 약값을 높여버리면 됩니다. 100원하던 약 1000원에 팔아 버리면 .. 그 약 안먹으면 사람이 죽는다면?
10조 시장 흔들어 100조 시장으로 만들고, 이를 다국적 제약사들이 다 나눠 먹는 형태가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한미FTA로 약값이 폭등하면??
생각하기도 끔찍한 가정이지만, 약값이 진짜 10배 가까이 오른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무너집니다. 왜? 정부는 환자 약값의 일부를 건강보험에서 대 주지요. 그런데 약값이 10배 오르면 정부는 오른 부분만큼 안 대 주면 되겠습니까? 100원짜리 약에 50원 대 줬다면, 1000원짜리 약에는 500원 대 줘야겠지요. 몇 퍼센트를 대 주는 지는 제가 알진 못하지만..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 됩니다. 그냥 놔두면 파산하겠지요. 파산 안하려면 결국은 건강보험료를 올려야합니다. 우리 월급에서 떼가는 금액이 높아지는거지요. 5년쯤 후에 지금의 3~4배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문지 사장님이 말씀하시더군요.
병원 다 죽는다?
이런 부분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 종합병원의 70% 정도가 리베이트로 적자를 보전해 왔다고 하시더군요. 로컬 병원들은 80% 가까이 리베이트에 의존해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고 하고요. 그런데 리베이트를 완전 금지해 버리면? 적자에 허덕이던 병원들이 다 문 닫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하죠? 다 망하도록 내버려 둬야할까요?
결국 정부가 나서서 적자를 보전해 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환자에게도 더 청구하고요. 이렇게 되면 또 정부 자금의 압박이 심해지고, 결국 또 건강보험료가 오르겠지요. 정부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료가 너무 높아지게 되면 사람들은 의료보험에 남아 있지 않으려고 하겠지요. 불신과 불만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공보험 붕괴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렇게 비싼 보험료 내면서 건강보험에 계속 들어 있어야 하나?라며 이탈하는 사람이 늘어 나겠지요. 마치 북한을 탈출하는 탈불자들처럼. 북한은 아직 있지만 북한 동포들은 못 살겠다며 탈출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영리병원 허용으로 의료비 상승
그동안 영리병원은 의료비 상승을 유발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반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경제자유지역에서는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영리병원이 점차 허용 되면 의료민영화가 가속화 되어 돈 없는 사람 병원에 못 가는 세상으로 더 빨리 달려가게 될껍니다.
건강보험제도가 어떻게 무력화되나?
공보험의 붕괴는 미국식 의료체계로의 변화를 불러 옵니다. 영화 '식코(Sicko)' 보셨습니까? 아직 안 봤다면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다 보기 귀찮으시면 요약본 http://youtu.be/UkFneVh7tW0 이거라도 보시기 바랍니다.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와의 싸움. 딴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셨지요? 무시해도 되는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로 들리셨지요? 몇 년 후 나에게 엄청난 피해로 되돌아 옵니다. 내 월급에서 건강보험료 나가는 액수가 달라집니다.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듭니다. 똑같은 치료 받으면서 지금 보다 몇 배 돈 더 내야하는 세상이 올 지도 모릅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이야기 입니다.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집 이야기입니다. 내 이야기입니다.
공보험의 붕괴... 그것이 다국적 제약사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아닐까 업계 사람들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공보험 '건강보험'은 세계적으로 매우 훌륭합니다. 정말 소중하게 잘 보호해야할 멋진 시스템입니다. 의료민영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MBC 이상호 기자 트위터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http://twitter.com/#!/leesanghoc
이런 보물과 같은 우리의 건강보험이 붕괴되는 순간 우리나라는 의료 지옥으로 바뀝니다. 높은 병원비, 비싼 약값. 돈 없으면 병원 가기 힘들어 지고, 약 못 사먹고 죽어야할 지도 모릅니다.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까?
베타뉴스 이 직 기자 (leeji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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