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18 15:09:45
“성질 급한 한국 사람.” 요즘 KT가 4G 서비스를 알리면서 쓰는 문구다. 그렇지만 정작 마음이 급한 것은 소비자가 아닌 KT다. 아직 LTE 서비스를 채 시작도 못한 상황에서 TV CF부터 내보낸 건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엔 2G 회선을 통보 없이 대거 직권해지하며 이용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KT가 이처럼 서두른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2G 서비스를 하루라도 빨리 종료하고 1.8GHz 주파수를 확보해야 4G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안에 LTE 서비스를 준비하려면 18일까지 2G 서비스 이용자를 내몰아야만 했다.
◇ 황금 대역 1.8GHz 확보 위한 KT의 선택, 2G 가입자 ‘몰아내기’ = 예전엔 장애물에 강한 800~900MHz 주파수가 인기였지만 요즘엔 1.8~2.1GHz 대역 경쟁이 치열하다. 고속 데이터 통신인 LTE의 경우 주파수가 높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해외 4G 서비스 역시 이 대역폭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단말기 호환성 면에서도 앞선다.
KT는 지난 8월 SKT와 1.8GHz 대역 입찰을 벌였지만 과열 경쟁이 이어지자 결국 입찰 중단을 선언했다. 결국 KT는 4G 서비스 용도로 종전 900MHz 대역 20MHz에 800MHz 대역 10MHz 폭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T는 2G 서비스에 쓰던 1.8GHz 주파수 20MHz를 확보, 4G LTE 서비스를 시작하고 모자라면 800~900MHz 대역폭을 엮어 쓰겠다고 나섰다. 2G 서비스를 종료해야 1.8GHz 대역을 쓸 수 있게 되니 종전 2G 서비스 이용자가 눈엣가시로 보일 수밖에 없다.
KT는 이미 몇 차례 방통위에 2G 서비스 종료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서비스를 종료하기엔 이용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방통위 측은 KT가 지난 9월 신청한 건 역시 “60일 간 성실하게 이용자 보호 조치를 취하고 이후 다시 신청하라”며 유보했다.
이에 KT는 2G 가입자를 줄이기 위해 직권해지를 남발했다. 지난 7월만 해도 39만 명에 달했던 KT의 2G 가입자는 현재 15만 명 정도로 크게 줄었다. 전체 가입자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KT가 지난 번 2G 서비스 종료 신청에 미끄러진 이후 두 달 새 14만 명이나 가입자 수가 줄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컸다. 일시정지 회선을 통보 및 이용 중단 기간 없이 잘라낸 것은 물론 멀쩡히 잘 쓰던 2G 회선이 직권해지되는가 하면 2G 서비스 종료를 종용하기 위해 멀쩡한 집전화까지 끊었다는 제보가 연일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언론사는 KT 측에서 2G 가입자의 3G 전환을 종용하기 위해 일부러 집 전화를 끊도록 지시한 녹취록이 있다고 보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방통위에 접수된 KT의 2G 서비스 종료 관련 민원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이에 방통위는 강제 해지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제제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KT는 18일부터 종료 신청서를 다시 제출할 수 있다. 상황이야 어찌 됐든 조만간 다시 한 번 2G 서비스 종료 신청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번엔 KT가 1.8GHz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을까? KT의 무리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베타뉴스 방일도 (idroom@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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