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PC에서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멀티태스킹'에 대한 얘기를 들은 A씨는 최근 PC를 한 대 장만했다. 두 대의 모니터를 연결해 화면을 넓게 보며 인터넷도 하고 문서작업도 하고 게임도 즐길 생각에서다. 비싼 비용을 내면서 최신 쿼드코어 CPU에 PC 메모리도 대용량으로 넉넉하게 채우면서도 확 달라질 PC 생활에 A씨는 즐거운 상상에 빠졌다.   문제는 그 이후에 생겼다. 환상의 멀티태스킹 환경을 제공해 줄 것처럼 보였던 PC는 게임과 동영상 작업을 동시에 하면 다른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려지는 현상을 보였다.   그는 바로 PC 정보를 확인해 봤다. 이럴 수가, 메모리를 꽂을 수 있는 대로 다 꽂았는데 윈도우는 4기가바이트(GB)만 인식하고 있었다. 어찌 된 것일까?

 

대용량 PC 메모리를 쓰고 있음에도 윈도우는 4GB 이상 인식하지 않는다고요? 그것은 운영체제가 4GB 용량 이상의 메모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32비트(bit)' 버전을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대용량 메모리를 제대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64비트 운영체제를 쓰면 되는 거죠.

 

PC에 메모리 용량을 4GB는 기본, 많게는 16GB 이상도 쓰는 사람이 늘면서 운영체제의 메모리 활용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PC 메모리 용량만 늘리면 성능이 빨라진다 믿고 정작 운영체제에 관심을 쏟지 않는 경우도 많지요. 예를 들자면, 8GB 메모리를 꽂았는데 아직도 철 지난 윈도우 XP를 쓰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운영체제는 32비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윈도우7 역시 32비트와 64비트로 나뉘어 있어 PC를 쓰시는 분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그런데 과거의 인식 때문인지 64비트 운영체제는 '전문가'들이나 쓰는 고급 운영체제 취급을 받으며 좀처럼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정말 64비트 윈도우는 전문가들이나 쓸 법한 고급 운영체제일까요?

 

◇ 호환성 올리고 자원 여유롭게 활용하는 윈도우7 64비트 운영체제 = 과거 64비트 운영체제는 일반 PC 사용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애플리케이션 간 호환이 문제였죠. 특히 게임을 자주 즐기는 사람에게는 64비트 운영체제는 금기시 되었답니다. 실행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애플리케이션 호환을 따진다면 32비트, 전문 애플리케이션을 쓰는 PC 사용자는 64비트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이런 룰은 윈도우 비스타 운영체제에 와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윈도우7에 와서는 32비트와 64비트간 호환성 문제는 거의 사라졌답니다. 최신 애플리케이션이 대부분 64비트를 공식지원하고 있는 데다 윈도우7 64비트 운영체제는 호환성이 강화되면서 많은 32비트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임도 기가 막히게 잘 되기 때문에 요즘엔 오히려 PC를 좀 안다는 분들이 먼저 64비트 윈도우7을 기본 설치해 쓰고 있을 정도입니다.

 

윈도우7 64비트 운영체제의 장점은 호환성 뿐만이 아닙니다. 그럼 32비트와 64비트의 차이점에 대해 간단히 알아볼까요?

 

먼저 윈도우7 64비트는 4GB 이상 대용량 메모리를 문제 없이 알아챕니다. 8GB~16GB 그 이상도 알아채는 건 기본, 32비트 운영체제가 4GB는 인식해도 실제 할당되는 메모리가 3.2~3.5GB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큰 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64비트 운영체제는 4GB 이상 대용량 메모리를 문제 없이 알아챈다.

 

쓸 수 있는 메모리 용량이 증가하면 이점이 있습니다. 운영체제가 쓸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늘어나면서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 2세대 코어 프로세서나 AMD 6코어 프로세서 등 최신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64비트 운영체제와 고용량 메모리가 더해지면 게임을 하면서 동영상 변환과 압축 등 많은 작업을 동시에 실행해도 여유롭게 작업을 처리해 냅니다.

 

예를 들어 32비트 운영체제에서 3.2GB 메모리를 쓸 때, 온라인 게임인 아이온과 포토샵 정도만 동시에 실행해도 허용 메모리를 초과하거나 조금 남는 수준이 되기 때문에 다른 작업을 하는 데 지장이 생기지만 메모리 용량이 크면 클수록 여유 공간이 많이 생겨 다른 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됩니다. 64비트 운영체제의 가장 큰 혜택 중 하나이지요.

 

 

▲ 유휴 상태와 애플리케이션 작동 상태에 따라 메모리 사용량에 변화가 발생한다. 작업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메모리 사용량도 늘어나는데, 64비트 운영체제는 용량만 충분하면 메모리 부족 없이 작업을 여유롭게 관리할 수 있다.

 

◇ 윈도우7 64비트 제대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뛰어난 다중작업 환경을 경험하게 해 줄 윈도우7 64비트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우선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려면 쿼드코어급 이상의 CPU를 쓰면 좋습니다. 최신 CPU는 대부분 64비트를 기본 지원하고 있으므로 목적 및 사양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기존 시스템에서 64비트로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고 있다면 해당 CPU가 64비트를 지원하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럼 64비트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CPU에 대해 알아볼까요? 우선 AMD CPU는 모든 제품에서 64비트 명령어를 지원하고 있어 정말 골동품이 아닌 이상 64비트 윈도우7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중 작업을 염두에 두는 경우라면 듀얼 또는 쿼드코어 이상의 사양을 갖춘 CPU를 쓰실 것을 권장합니다. 요즘 잘 나간다는 페넘 II-X4나 X6 프로세서가 적합합니다. 최근 나온 연산가속장치(APU)인 '퓨전 A 시리즈'도 64비트 윈도우7과 어울리겠네요.

 

인텔 CPU는 조금 까다롭습니다. 64비트를 지원하는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이 시장에 일부 혼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쓰고 있는 제품도 마찬가지로 일부 제품에는 64비트 명령어를 지원하지 않는 제품도 있습니다. 특히 셀러론이나 펜티엄 계열 CPU가 그렇습니다. 현재 쓰고 있는 CPU가 64비트 명령어를 지원하는지 여부는 인텔 CPU 정보 홈페이지(ark.intel.com)에서 확인하시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출시돼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보통 64비트 명령어를 지원해 윈도우7 64비트를 쓸 수 있습니다. 추천 CPU로는 요즘 인기만점이라는 2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펜티엄 듀얼-코어 등이 있겠네요.

 

메모리는 적어도 4GB 이상 달아야겠지요? 그 이하라면 오히려 32비트 윈도우7을 쓰시는 게 유리합니다. 요즘엔 PC에 8GB 이상의 램을 다는 것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으니 도전해 볼 만 합니다.

 

언제까지 4GB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계실 건가요? 4GB의 장벽, 윈도우 7 64비트 운영체제와 함께라면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답니다. 최근 메모리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4GB 이상 쓰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64비트 윈도우7을 한 번 써보실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베타뉴스 강형석 기자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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