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메모리 가격 하락, 그리고 사라지는 국산 브랜드


  • 유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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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1-22 13:59:48

    DDR3 4GB 메모리 하나 가격이 2만원, 글로벌 메모리 가격 정보 사이트인 ‘디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에 의하면 DDR3 2Gb 가격이 이제는 평균 0.71 달러에 불과하다. 제조 원가라 알려진 1달러가 무너진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또 흔히 말하는 외산 메모리인 eTT(미라, 난야, 엘피다 등) 컴포넌트도 평균 0.67 달러로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과 겨우 0.04 달러 밖에 차이가 나질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국내 리테일 시장에서는 다시금 삼성전자의 독주가 시작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는 삼성과 하이닉스 이외에도 디직스 메모리, EK메모리, 씨넥스 등 국산 메모리 브랜드가 몇 있었다. 이들의 인기는 삼성 메모리를 압도하였으며 한때 가격비교 사이트의 상위 10위권 중 대다수를 이들 메모리가 차지하고 있던 시절도 있었다.

     

    ▲ 국산 브랜드 대표 중 하나인 Cynex 메모리

     

    디직스 메모리, EK메모리, 씨넥스 등 국산 브랜드 제품들은 대부분이 대만이나 중국, 홍콩 등에서 OEM 방식으로 수입되던 것으로 '라이프타임 워런티'(제품 단종 시까지 AS) 정책과 높은 오버클럭율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치킨런이 시작되면서 대만의 메모리 제조회사의 부도가 이어지고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인해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만 메모리 회사의 위기설은 곧 국내 중소 브랜드들의 위기와 직결이 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 국산 메모리 브랜드, 예견된 몰락 = 국산 브랜드의 몰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사실상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의 제품과 비교해 품질에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가격과 오버클럭, A/S 정책이었지만 이 부분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 라이프타임 워런티를 시행하고 있는 EKMemory

     

    가격과 A/S 정책은 양날의 검이다. 이 분야에서는 절대강자인 삼성전자가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업체 하나 무너뜨리는 건 일도 아니다.

     

    기술력과 자본이 곧 가격 경쟁력이 되는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20nm 공정의 DDR3 메모리까지 출시하면서 제조 원가를 낮췄다. 제조 공정이 정밀해질수록 제조단가가 줄어드는 반도체의 특성 상 이미 20nm 제품의 상용화가 이뤄진 삼성전자를 가격으로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양날의 검인 A/S 정책은, 마치 부메랑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판매를 위한 정책으로는 더없이 훌륭하지만 나중에 A/S로 돌아오는 물량은 두고두고 발목을 잡게 된다.

     

    DDR3 제품은 아직도 주력 제품이고 DDR4가 상용화된다 하더라도 한동안 생산되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간 더 A/S를 해줘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그 동안 메모리를 판매하면서 벌었던 이익금이 전부 A/S 비용으로 나가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 반복되는 악순환 = 사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한 국산 브랜드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가격과 품질에 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가격을 낮추면 반드시 품질에 문제가 생기고 품질을 높이면 가격이 상승한다.

     

    품질로는 절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제품과 경쟁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품질을 포기하고 가격을 낮출 경우 빈번한 A/S 발생으로 인해서 결국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외면을 한다.

     

    결국은 마케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인력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영업을 통해서 판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품질과 가격이 맞지 않으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품질을 높이면 다시 원가 상승이 되어 또 다시 판매량이 줄어들게 된다.

     

    ▲ 이미 사라진 디직스 메모리


    이런 상황 속에 이미 디직스 메모리는 사업을 포기하였고 EK메모리와 씨넥스는 겨우 A/S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은 두 업체가 언제 사업 포기를 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하드디스크 사태로 성수기인 겨울 시장은 꽁꽁 얼어 붙어 신규 PC 조립 시장도 잠잠하다.

     

    하드웨어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에게는 분명 혜택이 있다. 하지만 경쟁 업체가 없어진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국산 브랜드 메모리 업체의 순기능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추후에 다시 메모리 가격이 폭등할 시기가 왔을 때, 소비자들이 '선택'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바란다.


    베타뉴스 유민우 (min1001@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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