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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냐 실패냐? 소니 DSLT, DSLR 카메라의 룰을 바꾼다?!


  • 이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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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1-22 14:33:47

     

    발상의 전환. 말은 쉽지만 고정관념을 깨기란 어렵다. 콜럼버스 달걀 이야기가 아직도 회자되
    는 것도 그 때문이다. IT 업계에서 콜럼버스를 가장 잘 닮은 곳이 있다면 바로 소니다. DSLR
    카메라라는 정의를 완전히 바꿔 버리는 DSLT 카메라를 내놓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과연
    DSLT는 진정한 혁명인가, 아니면 꼼수인가?

    ▲ DSLR의 구조

     

    ‘반사’와 ‘투명’의 차이


    2006년 7월 DSLR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천하삼분지계를 꿈꾸었던 소니는 2010년 DSLR 카
    메라 시장의 룰을 바꾸겠다며 DSLT를 선보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DSLR은 Digital Single Lens Reflex의 줄임말로 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
    를 뜻한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DSLR 카메라는 렌즈와 이미지 센서 사이에 있는 반사거울
    을 두고,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반사시켜 뷰파인더와 AF 센서로 보낸다. 반사거울 덕분에
    사진에 찍히는 것과 같은 장면을 뷰파인더로 미리 확인하고, 위상차 검출 AF 센서에서 빠르게
    초점을 잡을 수 있다. 반사거울은 셔터 버튼을 누르면 거울 뒤에 있는 이미지센서로 빛이 들어
    갈 수 있도록 재빨리 위로 접힌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다시 내려와 뷰파인더와 AF 센서에
    빛을 보낸다.


    소니는 이런 DSLR 카메라의 움직이는 반사거울을 고정된 투명 거울로 바꾸고는 DSLT(Digital
    Single Lens Translucent)라 이름 붙였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콜럼버스적인 생각이다. 사
    실 반사 거울을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은 보통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소니는 그 만들기
    어렵고 비싼 거울 대신 단순한 투명 거울 하나로 카메라를 만든 것이다. 이 덕분에 카메라 크
    기와 무게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소니의 주장에 따르면 무게는 26%, 크기는 23%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소니는 지난해 최초의 DSLT 카메라 a55와 a33을 내놓았고, 올해 성능이 더 업그레이드된 a65,
    a77을 선보였다. 저렴한 가격에 중급 카메라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고 자랑하느라 바쁘다. 분
    명 DSLT의 장점은 있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투명 유리가 움직이지 않고 계속해서 AF 센서
    로 빛을 보내주기 때문에 빠르게 초점을 잡고, 다음 촬영에 대비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초당

    10장씩 연속 촬영이 가능하다. 경쟁사에서는 200만 원이 넘는 중급 기종에서나 볼 수 있는 성
    능이다.

    ▲ DSLT의 작동방식


    70:100의 싸움


    소니 DSLT에 쓰이는 ‘투명’은 모든 빛을 통과시키는 투명 유리가 아니다. 소니는 그것을 투명
    거울이라 부른다. 투명한 거울이라니, 표현 자체도 모순이다. 아무튼, 소니의 투명 거울은 이미
    지센서 방향으로 70%의 빛을 통과 시키고 나머지 30%를 위로 반사한다. 이 반사된 빛은 AF센
    서로 들어가 초점을 잡는데 쓰인다. 결국 이미지 센서에 도달하는 빛의 양은 70%에 불과하다.
    DSLT가 아닌 DSLR 카메라들은 반사거울을 들어 올려 100% 빛을 이미지 센서로 전달한다.


    100%와 70%의 싸움. 아무리 이미지 센서 효율이 좋아지고 이미지 프로세싱 능력이 뛰어나더
    라도 30%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렵다. 특히, 반도체 기술이 평준화되고 있는 지금 원 데이터의
    부족은 화질 차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최근 디지털카메라 기술 발전 방향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을
    까에 있다. 이미지센서에 있는 마이크로 렌즈 크기를 키우고, 수광부의 면적을 넓게 하고, 전자
    회로 아래에 있던 광센서를 위로 올린 이면조사형 센서를 만드는 이유도 더 많은 빛을 받아들
    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소니의 DSLT는 이런 기술발전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소니는 높은 광학 성능을 지닌 특수 광학 필름을 새롭게 개발했고, 뛰어난 성능의 난반사 방지
    코팅으로 내부 반사를 줄여 화질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기술들은 카메라 전
    체의 기술 발전일 뿐 DSLT의 화질 걱정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소니, DSLR 카메라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다


    이쯤에서 콜럼버스 달걀을 다시 생각해 보자. 콜럼버스가 달걀을 세웠다는 점에서 모두가 놀
    랬지만, 달걀을 깨트려야만 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속임수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세운 달걀은
    원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소니 DSLT 역시 마찬가지다. 반사거울 때문에 발생하는 블랙아웃, 미러 충격, 제조 단가 상승
    등 다양한 문제들을 한방에 해결한 것처럼 보이지만 고정식 투명 거울로 인한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투명’과 ‘거울’이라는 모순된 단어의 결합에서 출발한 한계다.


    DSLR 카메라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가. DSLR 카메라를 장만한 이들은 똑딱이라 불리는 콤팩
    트카메라와 다른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 바로 화질이다. 똑딱이로는 도저히 찍을 수 없는 고화
    질 사진을 원하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DSLR 카메라를 구입한다. 또한 같은 값이면 어떤 카
    메라가 더 좋은 사진을 찍는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한다. 결국 DSLR 카메라는 ‘고화질’ 사진으
    로 비싼 몸값을 보상해줘야 한다.

     

    소니의 DSLT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태생적으로 화질에 대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제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부족한 빛에서 오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 반사거울을
    투명거울로 바꾼 소니의 결단은 신선한 발상이지만 DSLR 카메라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한 셈
    이다.


    베타뉴스 이윤주 (onair19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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