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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메모리, ‘MLC’와 ‘TLC’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 유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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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1-23 15:13:59

    이동식 저장장치의 대명사가 된 USB 메모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한 번씩은 사용해 본 제품일 것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USB 메모리를 보면 크기가 매우 작은데도 32GB라는 대용량을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이처럼 작은 크기의 USB 메모리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바로 COB(Chip On Board)라는 공정이 있기 때문이다. COB 기술이란 칩(다이) 상태로 PCB에 직접 와이어본딩을 해서 붙이고 이를 몰딩 처리하여 외부의 충격이나 이물질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비를 맞거나 실수로 세탁기에 넣고 세탁하더라도 작동에 전혀 이상이 없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COB 내부에 있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저장 방식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사용된 낸드 메모리의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태생조차 알 수 없다.

     

    ▲ 초기 USB 메모리는 속을 볼 수 있었기에 어떤 낸드 플래시를 쓰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낸드 플래시의 저장 방식엔 SLC(Single Level Cell), MLC(multi Level Cell) 그리고 TLC (Triple Level Cell)이 있다. SLC와 MLC는 오래 전부터 등장하여 소비자의 머릿속에 개념이 잡혀 있지만 TLC는 소리소문 없이 등장하여 이미 적용이 되어 있다.

     

    TLC는 MLC가 하나의 셀에 2개의 비트를 저장하는 것과 달리 3개의 비트를 저장하여 저장 공간을 늘린 방식이다. 싼 값에 높은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수명과 성능의 하락에 있다. 성능은 실사용에 있어서 조금 답답할 뿐 치명적인 부분이 아니기에 논외로 한다고 해도 수명은 데이터 저장장치의 특성상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흔히 알려진 MLC의 쓰기 수명은 5,000~10,000회에 달한다. 하지만 TLC의 쓰기 수명은 100~500회에 불과하다. MLC의 최소 수명인 5,000회와 TLC의 100회를 비교해보면 무려 50배나 차이가 난다.최고 수준으로 만들어진 TLC라 해도 MLC의 최소 수명인 5,000회와 비교해 볼 때 10배 차이가 난다.

     

    물론 기술만 놓고 본다면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 고급형이 있으면 보급형도 있고 저가형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하지만 여기에 가격이 더해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  11월 상반기 낸드 플래시 가격 (출처: Dramexchange)

     

    최근 국제 낸드 플래시 가격을 보면 4GB MLC 제품(SD카드 또는 USB메모리)의 평균 가격은 3.64달러지만 4GB TLC 제품의 평균 가격은 3.40달러로, 두 제품의 차이는 고작 0.24달러 밖에 나지 않는다.

     

    MLC 제품과 TLC 가격 차이가 별로 나지 않으니 품질이 더 좋은 MLC 제품이 더 많이 유통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 0.24달러라면 원화로 계산할 때 약 300원 차이 밖에 안나는데 “굳이 품질을 희생하면서 300원을 더 낮출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을 할 수 있지만, 300원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바로 USB 메모리 시장이다.

     

    USB 메모리의 가장 큰 시장은 바로 ‘특판’이라 불리우는 B2B 시장이다. USB 메모리 겉면에 회사나 단체 이름 등을 인쇄해서 홍보 수단으로 제공하는 그 시장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보다 몇 배는 거대하다. 별도의 마케팅을 할 필요도 없고 제품의 디자인을 개선하기 위해서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 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가격’이다. 그것도 100원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MLC보단 몇백 원이라도 저렴한 TLC로 입찰을 해야 납품이 가능해진다. 어차피 성능이나 수명은 중요하지 않다. 행사장에서 서비스로 줄 것이기에 판매자 측으로 A/S 요청도 거의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판 시장에서 가격 때문에 TLC를 사용한다고 해도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까지 TLC를 사용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의문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일반 소비자 시장까지 TLC가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경쟁 구도가 있기 때문이다.

     

    SLC와 MLC만 있을 때에는 제품 정보에 반드시 표기를 했다. 하지만 지금 판매되는 USB 메모리는 MLC와 TLC를 혼용해서 판매한다. 아예 제품 정보에서 빠져 있다. 의도한 바가 없다고 해도 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므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육안으로 확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표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 COB 타입. 몰딩 처리 되어 있어 내부를 전혀 볼 수 없다.

     

    또한 제품의 수명이 다해서 고장이 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고장이 난 것인지 소비자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숨기기도 쉽다. 여기에 분실의 위험도 커서 잃어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한 몫 더하고 있다.

     

    따라서 USB 메모리를 구입할 경우에는 반드시 제조사에 문의를 해서 MLC 방식인지 TLC 방식인지 확인을 하고 구입해야 한다. 제품의 제원만으로 MLC와 TLC를 구분하려 한다면 읽기 속도를 주의깊게 봐야 한다. 16GB 이상 제품에서 읽기 속도가 20MB/s 미만으로 쓰기 속도와 거의 비슷하다면 한 번쯤 의심을 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데이터를 저장할 목적이 아니고 조금이라도 싼 제품을 찾는다면 TLC도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중요한 데이터나 개인의 소중한 정보를 저장할 목적이라면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MLC 방식 제품을 쓰는 것이 안전하다.

     

    ▲ 이렇게 표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주의해야 한다.

     

    또 USB 메모리의 제조사나 유통사는 판매하는 제품의 종류를 반드시 표기해서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베타뉴스 유민우 (min1001@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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