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29 12:46:27
28일 저녁, 회사에서 업무를 마치고 퇴근한 직장인 A씨는 즐겨 보던 TV 일일 드라마를 보기 위해 여느때 처럼 TV를 켰다 깜짝 놀랐다. 불과 두 달 전 새로 장만한 최신 TV에서 배우들의 얼굴 솜털까지 생생하게 보이던 화질이 갑자기 예전 구형 TV 수준으로 떨어져 있던 것.
그나마 A씨는 나은 경우였다. 옆집 B씨의 TV에는 드라마는 커녕 아무런 화면도 뜨지 않고 단지 ‘해당 방송사에 연락하세요’라는 안내 메시지만 달랑 표시되어 있었다. |
이같은 상황은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28일 오후 2시를 시점으로 MBC와 SBS, KBS2 3개 채널의 지상파 디지털 방송 재송신 송출을 중단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케이블로 재전송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재송신 대가 산정을 새로하는 과정에서 케이블TV 사업자와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최종 협상이 결렬되자 결국 케이블TV 측이 지상파 디지털 방송 재송출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때문에 케이블을 통해 디지털 방송을 수신해 오던 약 770만여 가구는 28일 2시 이후부터 위의 사례 처럼 HD(High Defintion) 화질보다 떨어지는 SD(Standard Definition) 화질로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거나, MBC와 SBS, KBS2 방송사 연락처가 첨부된 안내 메시지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케이블 재전송 외에 지상파 디지털 HD 방송을 정상적으로 수신하기 위해서는 IPTV 및 위성방송 서비스에 가입을 하거나, 별도의 지상파 디지털 안테나를 구매해 설치해야 한다.
이번 케이블TV 사업자의 지상파 디지털 방송 재전송 중단이 논란이 된 것은 케이블 TV를 통해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는 가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개별 안테나를 설치하기 힘든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다세대 건물 거주자들은 직접 케이블을 설치해주는 데다 추가 채널도 함께 수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한 케이블TV에 가입해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재전송 중단 공지가 평일 업무시간인 1시~2시에 이뤄지면서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점도 논란을 증폭시키는데 한 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디지털 방송 전환 및 아날로그 방송 송출 중단을 앞두고 디지털 TV 보급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 측에서 수신 수단 안내 및 지원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었던 점도 이번 재전송 중단 사태를 유발한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평소 케이블TV를 통해 디지털 방송을 시청해왔다던 직장인 이모씨는 “평소 잘 나오던 TV 화질이 어제부터 갑자기 눈에 띄게 떨어져 깜짝 놀랐으며, 오늘 아침에 직장 동료들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원인을 알 수 있었다”라며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사업자의 기싸움으로 꼬박꼬박 돈을 내고 TV를 보는 우리같은 애꿎은 시청자들만 피해를 입으니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 케이블TV 사업자의 지상파 디지털방송 재전송 송출 중단으로 인해 가입자들이
정상적인 HD 방송 시청을 못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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