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13 18:58:23
프린터의 유지비는 소모품인 잉크나 토너의 가격과 비례한다. 이전만 해도 유지비는 레이저 프린터가 더 저렴하다고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역전되고 있다.
본체 가격은 비쌌으나 장당 인쇄비(Cost per Page)가 더 싼 레이저 프린터가 가격 파괴 현상으로 이제는 레이저 프린터 한 대에 10만원도 채 하지 않는다. 이런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쟁력이 낮아진 잉크젯 프린터는 사라질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잉크젯 프린터가 최근까지 명맥을 유지한 이유는 일명 ‘무한리필’이라 불리는, 정품이 아닌, 개인이 임의로 카트리지에 잉크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리필 시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정품 잉크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싼 가격에 품질도 개선되어 정품 잉크 못지 않은 인쇄 품질을 보여줌으로써 소모품 비용에 민감한 개인 또는 소규모 사무실에서는 대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리필 잉크도 한계가 있다. 카트리지에 있는 노즐의 수명이 다 할 경우 인쇄 품질에 영향을 미치거나 잘못되면 잉크가 그냥 새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 정품 잉크의 가격 파괴, 잉크젯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 불어 = 이전까지는 소모품을 판매해 하드웨어의 적자를 보전했던 프린터 제조사들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전략을 바꾸어 최근엔 하드웨어 가격을 높이고 소모품의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와 같은 전략은 연간 문서 출력량이 1,000매도 채 되지 않는 개인 사용자에게 주효하게 먹혀들었다.
무한 공급기와 무한 잉크를 사서 1년에 1,000여 매의 인쇄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만 원 대의 정품 잉크를 구매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최근 출시되는 잉크젯 프린터에 기본적으로 장착된 잉크는 제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500~800여 매까지 인쇄가 가능하다.
싸다고 마트에서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대량으로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다가 상해서 일부는 못먹고 버리는 것보다 먹을 만큼만 사서 넣어두고 버리더라도 아주 조금만 버리라는 것이 제조사의 의도다.
최근 캐논에서 출시한 잉크젯 복합기 PIXMA E500이 바로 제조사의 프린터 판매 전략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 제품은 컬러 잉크젯 복합기로 프린트, 스캔 기능을 제공하면서 가격은 10만 원 초반으로 동급 제품에 비해 고가이지만 잉크의 가격(검은색 기준)은 12,000원 대에 불과하다. 12,000원의 가격으로 출력할 수 있는 문서의 양은 ISO-IEC_24712 테스트 문서 기준으로 800매 이상이다. 이를 장당 인쇄 비용으로 환산해 보면 약 15원 수준이다. 참고로 레이저 프린터의 장당 인쇄 비용은 다음과 같다.
업체명 |
제 품 명 |
*단 가 |
**매 수 |
CPP |
삼성 |
MLT-D105L |
91,000 |
2,500 |
36.40 |
삼성 |
CLT-K407S |
54,350 |
1,500 |
36.23 |
HP |
Q2612A |
41,000 |
2,000 |
20.50 |
삼성 |
MLT-D104S |
62,500 |
1,500 |
41.67 |
HP |
CE505A |
79,980 |
2,300 |
34.77 |
HP |
Q7516A |
133,820 |
12,000 |
11.15 |
삼성 |
CLT-K409S |
55,800 |
1,500 |
37.20 |
캐논 |
FX-9 |
64,420 |
2,000 |
32.21 |
삼성 |
MLT-D105S |
63,000 |
1,500 |
42.00 |
삼성 |
MLT-D108S |
64,170 |
1,500 |
42.78 |
HP |
CE285A |
54,100 |
1,600 |
33.81 |
삼성 |
MLT-D209L |
89,000 |
5,000 |
17.80 |
HP |
CB540A |
63,600 |
2,200 |
28.91 |
HP |
CB435A |
55,410 |
1,500 |
36.94 |
캐논 |
CRG-328 |
57,900 |
2,100 |
27.57 |
* 단가는 가격비교 사이트 기준
**인쇄 매수는 각 제조사에서 밝힌 상품 정보를 근거로 함
결과 값을 보면 레이저 프린터에 비해 장당 인쇄 비용이 상당히 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품 잉크 하나 사면 800매 이상을 출력할 수 있으니 굳이 리필 잉크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장시간 사용하지 않은 탓에 노즐이 막혀 카트리지를 버려야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예전보다 덜 하다.
◇ 글꼴 바꿔 잉크 사용량을 줄인다고? 새로운 잉크 절약 방식 등장 = 이제 글꼴로도 잉크를 아끼는 시대가 됐다. 네이버가 지난 한글날 발표한 나눔에코글꼴은 잉크젯 프린터에 딱 맞는 절약형 글꼴이다.
글자체 가운데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잉크 사용량을 감소시킨다는 이 글꼴은, 잉크의 번짐 현상을 이용해서 구멍을 채운다는 방식으로 인쇄 품질을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다. 이는 번짐 현상이 없는 레이저 프린터보다는 잉크젯 프린터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 네이버에서 배포하는 나눔에코글꼴은 잉크를 35% 이상 절감시켜 준다고 한다
제출용 문서가 아닌 개인용 문서의 경우 고품질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에코 글꼴을 사용하면 잉크 사용량을 최대 35%까지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잉크젯 프린터의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극대화된다.
사실 이제서야 프린터 시장의 이익 구조는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드웨어를 싸게 내놓고 소모품을 팔아서 하드웨어 적자를 채우는 구조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소모품의 가격이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았으며 그로 인해 리필 잉크나 무한 잉크 등의 꼼수가 나오면서 제조사 스스로의 목을 졸랐기 때문이다.
잉크젯 프린터 시장의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정품 잉크를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 준다. 굳이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 비싼 정품 잉크 사자고 캠페인을 할 것이 아니라 진작부터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했다면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았을까?
베타뉴스 유민우 (min1001@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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