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19 14:20:48
'나는 가수다'에서 ‘적우’라는 가수가 등장할 때 사람들은 놀랐다. 일류급 뮤지션만 나오는 무대에 거의 무명에 가까운 가수가 나오다니, 그 자체만으로 센세이션이었다. ‘적우’라는 이름은 한동안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서 회자되며 인터넷을 달궜다. 그녀가 나온 첫무대. 어떤 가수도 흉내 내지 못할 허스키한 목소리로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비주류 가수의 등장에 논란도 많았지만, 그녀는 평생 받아보지 못한 관심을 받고 있다.
나가수엔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지금까지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으로 여겨졌던 ‘록’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임재범, 자우림, 김경호, 최근 박완규까지... 나가수를 통해 록 뮤지션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비주류로 묻혀있던 가수들이 한방에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아이돌 위주의 국내 음악시장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선지 올겨울 음악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겨울방학. 게임시장은 나가수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매년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작정한 듯 게임들이 쏟아진다. 게임시장의 주 고객층인 10대~20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겨울시즌만큼 성수기가 없다.
그래서일까? 이번 달 온라인 게임 일정을 보면 누구나 눈이 휘둥그레 질 정도다. 그야말로 게임의 만찬이다. 당장 지난주 부터 CBT를 진행하는 게임만 해도 무려 15개.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까지 포함하면 20개가 훌쩍 넘는다. 간단히 신청만 하면 무료로 내 입맛에 맞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 업체의 입장에선 피 말리는 일이다. 어차피 유저에게 선택받아 살아남는 게임은 족히 따져봐야 한 두 개뿐이다. 설상가상, 기존 인기작과도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한다. 요즘 CBT를 앞둔 개발자들은 나가수 무대에 오르기 직전 가수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만큼 긴장하고 조심스럽다.
이럴 때 유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결론부터 말해 편식하지 말자. 15개의 CBT 게임 장르를 정리해 보니 RPG가 7종, FPS가 3종, 나머지는 웹게임과 기타 장르다. 스마트폰, 모바일 및 SNS 게임을 합치면 별별 장르가 다 나온다. 그러나 아직 온라인 게임시장에서는 MMORPG, FPS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좀 과장되게 말해서) 현실이다. 더 좁게 말하면 MMORPG만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솔직히 말해 국내 FPS는 장르 자체가 아니라 특정 게임만 인기 있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대중적인 게임이 잘 팔리는 당연하다. 아쉬운 점은 그런 쏠림 현상이 너무 극단이라는 것이다. 모든 유저들이 MMORPG만 선호한다면 시장은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유저의 선호도가 특정 장르에만 쏠려 있으면 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이건 유저들에게도 손해다.
분명 대세 장르 외의 참신한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도 있다. 이들은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을 뿐이다.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도 나와야 한다. 다양한 장르를 섭취 할수록 시장은 폭은 넓어지고 그만큼 좋은 게임이 많이 나온다. 예컨대 AOS 장르가 있다. AOS는 실시간 전략장르를 기반으로 RPG와 시뮬레이션 등을 섞은 퓨전장르다. 대표적인 게임이 ‘리그오브레전드’다.
사실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걸출한 게임이 나오기 전에는 AOS는 그저 낮선 장르였다. 워크래프트 도타로 시작했지만 일부 유저들만 즐기는 마니아 게임이었다. 그러나 유저들이 많아지고 입소문을 타면서 AOS는 대세 장르가 됐다. 지금은 ‘리그오브레전드’를 비롯해 ‘스타2 도타’까지 수많은 AOS가 개발되고 있다.
시장을 자세히 들어야 보면 지금도 그런 게임들이 많다. ‘거울전쟁: 신성부활’처럼 RPG와 탄막장르(슈팅게임의 한종류)를 섞은 게임도 있고, ‘킹덤언더파이어2’처럼 액션과 전략을 조화한 게임도 있다. ‘레드블러드’ 처럼 기존 액션게임에 새로운 타깃 시스템을 가미한 작품도 나왔다.
비록 지금 ‘주류’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찾아가려는 점에서 이러한 시도들은 환영받을 만하다. 그리고 충분히 유저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장르들이다. 비주류 가수들을 발굴해 진짜 실력으로 경합하는 나가수의 무대가 국내 게임시장에도 필요하다.
필자가 당부하고 싶은 작은 소망은, 이들의 시도와 노력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테스트에 참여해 한번이라도 게임을 플레이해 보고, 냉정한 평가를 통해 수준 높은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채찍질 해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자양분이 돼서 넘처나는 게임 수만큼 질적인 성장도 이뤘으면 한다.
올겨울, 유저의 관심을 원하는 게임들은 많다. 주류 장르에만 쏠려 있는 게임편식을 버리고 다양한 장르를 섭취할수록 국내 게임시장의 몸은 튼튼해 질 것이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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