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칼럼

헝가리에 세워진 잡스 동상 “잡스는 종교”


  • 카프카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1-12-22 14:17:49

    만약 먼 훗날 20세기 말과 21세기 초 한국 IT 산업을 일궜던 테헤란로에 딱 한 인물의 동상이 세워진다면 과연 누가 될까?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일까, 김정주 넥슨 회장일까, 아니면 엑스엘게임즈 송재경일까.

     

    헝가리의 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앞마당에 세계 최초로 스티브 잡스 애플 창립자의 동상을 세워져 화제다. 지난 10월 5일 잡스가 영면한 지 두 달 보름이 넘는 21일 공개된 것이다.

     

    장소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있는 디자인 소트프웨어인 아키캐드(ArchiCAD) 개발업체인 그래피소프트(Graphisoft)사의 앞마당이다. 이곳에 7피트(2.1m) 높이, 무게 220kg의 스티브 잡스 동상이 설치됐다고 한다. 이 회사가 조각가 에르노 토스(Erno Toth)가 의뢰를 받아 제작했다.

     

    이 동상을 세운 가버 보자 그래피소프트 회장은 “어떤 면에서 애플은 우리에게 종교와 같다. 우리는 그의 정신을 매일 되새기며 그것을 이런 방식으로 담아냈다. 우리의 기업 문화를 이 설치물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로 전달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해 지극한 존경심을 실행에 옮겼다.

     

    이 동상을 보면 검은색 터틀넥과 리바이스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 차림으로 신제품을 소개할 때마다 탁월한 흥행사로 돌변해 지구촌 IT팬들을 열광시켰던 ‘프리젠테이션의 달인’ 모습 그대로다.

     

    한 손은 무언가를 설명하듯 얼굴 앞에서 펼쳐 보이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폰처럼 보이는 리모컨이 들려 있다. 동상 앞 아이패드 모양의 현판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당신이 했던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가버 회장이 이 동상을 세우게 된 것은 “잡스는 우리 세대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란 그의 언급대로 잡스에 대한 지극한 존경심도 존경심이지만 둘 사이의 남다른 인연도 한몫했다고 한다.

     

    헝가리가 공산 치하에 있던 1984년 가버는 잡스를 만났고, 잡스로부터 많은 조언과 통찰, 심지어 경제적인 도움까지 얻은 바 있다고 한다. 특히 그래피소트프가 소규모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을 때 애플의 컴퓨터와 자금 지원이 큰 힘이 됐다는 것.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다섯 번 바꾼 인물로 평가된다. 애플2, 맥,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가 그것이다. 적어도 잡스=애플 등식이 성립한다고 믿은 한 그의(애플의) 혁신적인 IT 제품은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 IT세상의 생활패턴을 바꾸어놓았다.

     

    창의적인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을 도입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IT기기를 산업디자인의 차원으로 바꾼 애플의 영혼이었다.


    인생 자체가 열정과 도전이었던 삶은 그가 떠났음에도 유산처럼 남아 아이폰5나 아이패드 소식을 매일매일 토픽으로 던져 주며 현재 진행중이다.

     

    미국 그래미상 주최측은 잡스가 음악 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내년 2월 시상하는 제 54회 그래미상의 공로상 수상자로 잡스를 선정했다. 올 한해를 보내는 한국 포털의 2011 최고 검색어는 역시 ‘스티브 잡스 사망’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잡스는 부모에게 버려졌고, 말썽꾼이었고, 우연히 차고에서 조립 컴퓨터를 만났고, 대학을 중퇴했고, ‘애플’이라는 개인컴퓨터의 표준을 만들었다. 젊은 시절 승려복을 입고 인도를 떠돌았고, 명상을 즐기고 채식주의자다. 이 모든 기억을 다시 이 동상 하나가 다시 상기시켰다. 누가 잡스의 그 유려한 프레젠테이션을 잊을 수 있을까.


    지상에서 영원으로 승천했을 때 잡스는 인간에서 신의 반열로 올라갔는지 모른다. 동상은 생전의 팬덤현상을 만들었던 모습 그대로 여전히 세상을 향해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동상을 세운 가버의 바람처럼 동상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체취와 창의적 감성에 의해 감흥을 얻게 될 것이 틀림없다.




    베타뉴스 카프카 (pnet21@naver.com)
    Copyrights ⓒ Bet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