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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저장장치, HDD와 SSD 본격적인 ‘공생’ 시작되나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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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1-06 17:25:15

    ◇ HDD, 뼈아픈 ‘공급 대란’ 후폭풍 = 지난 2011년 초만 하더라도 저장장치 시장은 특별한 이슈 없이 평범하게(?) 새해를 맞았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단일 3TB(테라바이트) 모델이 각 제조사들에서 출시되며 또 한 번 용량을 늘렸으며, SSD(Solid State Drive)는 연속 읽기/쓰기 속도가 200MB/s 이상 수준의 고성능 3세대급 제품이 시장에 안착했다. 이는 연초부터 어느정도 예상됐던 결과였다.

     

    그런가 하면 HDD 업계 1, 2위를 다투던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는 각각 3, 4위 업체인 히타치GST와 삼성(하드디스크 사업부)을 인수한 것은 업계에서도 큰 이슈로 꼽혔으나, 실질적을로 시장에는 큰 영향은 없었다.

     

    그런 저장장치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지난 10월 태국 전역을 강타한 집중호우에 따른 대홍수였다. 태국에 위치한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이하 WD) 등의 주요 제조사들의 핵심 공장이 수해를 입으며 생산이 전면 중단됐던 것.

     

    전 세계 HDD 생산량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이들 태국 현지 공장들이 마비되자 전 세계 PC업계는 예상치 못한 ‘공급 대란’을 맞았으며, HDD가격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치솟았다.

     

    그 여파는 2011년 하반기 PC 시장에도 크게 미쳤다. 연말 성수기를 코앞에 두고 HDD 가격의 인상은 PC 가격 인상에 그대로 반영돼 되려 소비를 위축시키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씨게이트와 WD가 태국 공장을 빠르게 수복하고 조업을 재개해 급한 불은 껐지만 , 업계 및 시장 문가들은 적어도 2012년 올해 내내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2012년을 맞은 HDD 업계는 작년말 '공급 대란'의 후유증을 푸는 것이 급선무다

     

    ◇ SSD ‘HDD의 대안’으로 소비자 눈도장 찍어 = 반면 HDD의 뒤를 이를 차세대 저장장치로 꼽히는 SSD 업계는 이번 대란이 HDD와 벌어져있던 격차를 단숨에 크게 좁힌 흔치 않은 기회였다.

     

    그동안 SSD는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격 대비 용량비’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이와 반대로 HDD는 SSD가 쫓아오면 더 큰 용량의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비용 대비 제공 용량을 극대화해 저장장치 분야의 주도권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

     

    하지만 HDD 공급 부족사태는 HDD 업계에 위기를, SSD 업계에는 기회를 제공했다. HDD의 가격이 치솟자 강력한 경쟁력의 근원인 ‘가격 대비 용량’이 빛을 잃으면서 기존에 ‘SSD는 아직 비싸서 부담이 된다’라고 생각하던 소비자들 사이에 ‘이제는 SSD도 살만 하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또 주요 완제품 PC 제조사 역시 마찬가지로 HDD 대신 SSD를 장착한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을 유도했다. 우수한 성능으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존재했던 SSD가 본격적으로 HDD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일반 소비자들과 시선을 맞추게 됐다.

     

    비록 외부적인 요인이긴 했으나, 이번 사태의 결과만 보면 SSD와 HDD의 격차는 최소한 1년에서 2년 정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 SSD는 HDD와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 HDD와 SSD ‘공존’ 넘어 ‘공생’ 관계에 접어들다 = 한편으론 HDD 공급 부족 사태와는 별개로 HDD와 SSD의 기술적인 융합 시도는 더욱 활발해졌다. 용량은 작지만 성능이 우수한 SSD를 이용해 성능은 떨어지나 매우 큰 용량을 제공하는 HDD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일찌감치 HDD와 SSD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를 선보인바 있었던 씨게이트는 최근 한층 더 개선된 2세대 제품인 신형 ‘모멘터스 XT’를 발표했으며, OCZ와 같은 SSD 전문 업체들도 SSD를 이용해 기존 HDD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다양한 하이브리드형 제품을 내놓았다.

     

    독자적인 SSD 라인업을 갖춘 인텔 역시 자사의 PC 메인보드 칩셋인 Z68에 SSD를 활용해 HDD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ISR(Intel Smart Response) 기술을 도입했다. SSD와 HDD가 서로의 장단점을 인정하고 공생 관계에 접어들기 시작한 셈이다.

     

    어쨌든 HDD 업계는 2012년을 년초부터 SSD에 바짝 쫓기게 되는 불리한 입장에서 시작했다.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준 것은 아니지만 수세에 몰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업계 1,2위 업체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태국 생산 설비를 재가동한 것과, 4TB(테라바이트), 5TB의 신제품에 대한 소문이 도는 것은 쫓기는 입장에서의 HDD 업계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SSD 업체는 본의는 아니지만 기회를 얻은 만큼 2012년 초부터 더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것이 분명하다. 새해가 시작되기 바쁘게 인텔과 삼성, OCZ 등 주요 SSD 메이커들 역시  신제품에 대한 소문과 홍보 및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겉으로는 HDD와 SSD가 공존하는 가운데, 주도권을 방어하려는 HDD 업계와 이를 획득하려는 SSD 업계의 정면 대결 구도 형성은 2012년 저장장치 시장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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