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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와이브로 ‘4G’, 4G 속도는 어디에?


  • 박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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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1-06 19:25:40

    최근 휴대폰 시장을 보면 스마트폰 일색이다. 오히려 일반 휴대폰(피처폰)을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 이제는 휴대폰 시장이라는 말보다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다.

     

    이런 스마트폰 시장과 더불어 성장한 가장 큰 시장이 바로 통신망을 통한 ‘무선 인터넷’시장이다. 각 통신사에서 서비스하는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 통칭 3G) 인터넷 서비스는 최근 5만 4천 원 요금제 이상만 되면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덕분에 사용자는 보다 편하게 어디서나 장소에 구애 없이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다. HSDPA의 이론상 최대 전송 속도는 14.4Mbps다. 이는 초당 14Mb(1.8MB)를 전송하고 받을 수 있는 수치다. 그렇지만 이 속도와 비슷하게라도 나오는 통신사는 없다.

     

    현재 3G의 평균 속도는 1Mbps 내외로 이미 사용자는 이 속도에 익숙해져 있다. 이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이들도 극히 드물다. 오히려 “무제한 인터넷도 되고, 세상 참 좋아졌네”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와중에 새로이 4G(4세대 통신 방식) ‘LTE(long term evolution)’가 등장했다. LTE는 이론상 최대 속도가 173Mbps로 일반 가정에서 쓰는 100메가급 인터넷과 비교해 봤을 때도 더 빠른 속도다. 덕분에 새로운 세대에 손색 없는 통신망으로 인식되며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가용 주파수가 2G(2세대 통신망, CDMA 등)에 묶여 4세대 통신 방식을 서비스하지 못했던 통신사 ‘KT’는 종전 서비스 중인 ‘와이브로(WiBro, Wireless Broadband Internet)’를 전면에 내세우며 ‘와이브로 4G’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강행했다.

     

    와이브로는 처음 등장했을 때는 차세대 통신 서비스로 4세대 통신망이라 불렸지만, 최근 LTE와의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면서 3.5세대 통신망으로 자리를 굳혔다. KT는 이런 3.5세대 통신망인 와이브로를 LTE 서비스를 하기 전, 전면에 내새워 당당하게 4G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 어떤 서비스가 진짜 ‘4G’?

     

    ■ 전국 어디서나? 와이브로 ‘4G’?

     

    최근 보급되는 4G LTE는 아직까지 정착된 통신망이 아니라 커버리지(Coverage)가 좁아 아직까지도 전국 서비스가 원활히 되고 있지 않다. LGU+가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하지만 이도 아직 완벽하게 전국을 소화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KT는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는 LTE 대신, 이미 예전부터 서비스해 2011년 전국망을 구축한 와이브로 서비스를 ‘4G’로 내세워 마케팅을 펼쳤다. 또한 LTE 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해 2G를 이용하고 있는 가입자를 임의로 직권 해지 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있다.

     


    ▲ 와이브로 ‘전국망’ 서비스를 강조하는 KT TV CF의 한 장면
    (사이사이 빈 지역은 서비스를 하지 않는 지역인가?)

     

    그런데 과연 와이브로를 전국 어디서나 쓸 수 있을까? 와이브로는 기본적으로 저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고지대에서는 와이브로 서비스를 쓸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 KT 와이브로 서비스 센터에 문의해도 건물 평균 11층 이상 되는 높이에서는 망이 잡히지 않는다고 답변을 하고 있다.

     

    또한 KT가 LTE 대신 와이브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종전 클레임이 잦았던 고질적인 음영 지역을 자체적으로 보강했다. 종전에는 사용자가 아무리 요청을 해도 하지 않던 일이다.

     

    KT 와이브로는 전국망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서울-부산 KTX를 타봐도 전국망이란 말이 무색해 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에서 출발해 천안을 지나 대전에 진입하기 전까지 와이브로가 터지는 구간은 거의 없다. 대전을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대전에서 김천, 구미를 지나기 전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1~2분 사이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구간을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70만 명 가까이 되는 가입자를 보유한 KT 와이브로가 전국망이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한다면, 최소한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열차가 다니는 구간에서는 많은 이들이 전국망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 이게 ‘4G’ 속도?! 무리수인 4G 네이밍 계속 쓸 것인가…

     

    ▲ SK LTE와 와이브로 4G, 3G 속도 비교
    (스마트폰 속도 테스트에 가장 많이 쓰이는 ‘벤치비 속도측정’ 앱을 활용했다)

     

    LTE와 와이브로는 눈에 보이는 속도에서도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비교된 LTE는 속도가 잘나오는 지역에서 테스트한 결과도 아니다. LTE 속도를 측정한 결과 중 가장 낮은 수치, 테스트한 결과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와이브로 속도,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한 3G 인터넷 측정 결과를 비교했다.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 와이브로는 ‘4G’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3G 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LTE의 경우 50Mbps를 기록하는 곳도 있어 표준 편차는 심하지만 그래도 와이브로와 비교하기 힘든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KT의 LTE 서비스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앞으로 와이브로 서비스가 보다 개선될 여지는 희박하다. 와이브로는 최근 스마트폰에 소위 끼워주기식 서비스로 격하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KT는 이제 ‘가짜 4G’ 대신 진짜 4G인 LTE를 손에 쥐었다.

     

    이런 상태에서 3.5G인 와이브로 서비스를 4G로 밀고 나가는 것은 기업이 사용자를 대하는 데 있어 큰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언제까지 와이브로 4G라는 말이 쓰일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와이브로, 기기마다 속도 제각각

     

    와이브로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그리 나쁜 서비스는 아니다. 오히려 실생활에 유용한 인터넷 서비스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부담 없는 가격에 30GB 프로모션 요금제를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정만 지킨다면 와이브로 단말기 값도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애용하고 있다.

     

    특히 와이브로 서비스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수도권에만 국한되어 있던 가입자가 전국적으로 퍼져 최근 70만 명 가까이 되는 사용자를 보유한 ‘국민 무선 인터넷’이라 봐도 무방하다.

     

    또한 가입자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기기를 연결해 쓸 수 있는 와이브로 단말기 ‘에그(Egg)’ 역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어 보다 편리하게 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해진 에그를 한 데 놓고 비교해 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 다양한 와이브로 ‘에그’ 단말기

     

    KT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와이파이(Wi-Fi) 기반의 다양한 기기를 연결해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와이브로 단말기 ‘에그’ 역시 많은 기기가 출시됐다.

     

    에그는 많은 기기가 출시되면서 이제는 세대를 나눌 정도로 진보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편의상 세대를 나누자면, 우선 1세대의 정말 달걀을 닮은 에그, 2세대는 조금 더 작아진 크기와 최대 일곱 대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 에그, 3세대는 소위 ‘스트롱 에그’로 통하며 작동시간을 크게 개선했다.

     

    이에 더해 최근 ‘콤펙트 에그’라 불리는 작은 크기, 긴 작동시간을 모두 갖춘 4세대 에그까지 점점 성능이 개선되고 쓰기 편한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 모든 에그의 속도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가입자라도 에그의 모델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속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전 제품은 아니지만 세대별로 나눈 에그를 각각 테스트해 비교해 보았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스마트폰은 1GHz 싱글코어 제품과 1GHz 듀얼코어 제품 두 대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두 제품 모두 와이파이 11n 규격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으로 세부적인 칩셋은 다르겠지만, 동일한 환경에서 테스트했다.

     

    단, 현재 듀얼코어 스마트폰보다 싱글코어 스마트폰을 쓰는 이들이 더 많은 만큼 테스트 결과는 싱글코어 제품을 기준으로 한다. 참고로 듀얼코어 스마트폰의 경우 평균 1Mbps 내외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테스트는 인구밀집지역 / 달리는 차 / 최대 속도를 기준으로 측정됐다

    (지연시간은 속도테스트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와이브로 에그 단말기를 측정한 결과 의외의 상황이 도출된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제품의 경우 후속 모델이 성능이 더 좋은 것은 당연하다. 개선되고 향상된 성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구관이 명관, 와이브로 에그

     

    그런데 와이브로 에그 단말기 테스트 결과를 보면 오히려 먼저 출시된 1세대 에그가 가장 좋은 속도를 기록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인구밀집지역에서 3, 4세대 스트롱, 콤펙트 에그는 인터넷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저하된다.

     

    위 결과를 보면 지금은 대부분의 가입자가 쓰지 않는 ‘1세대 에그’만이 와이브로의 제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나 가장 성능이 좋아야할 3, 4세대 제품은 실망스러운 성능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콤팩트 에그의 경우 전파 간섭이 많은 밀집지역에서는 지연시간이 225.66ms를 기록해 서비스가 불가능했다.

     

    간혹 스트리밍 동영상을 볼 때 버퍼링이 잦아 인터넷 속도 테스트를 해보면 업로드, 다운로드 모두 정상인 경우가 있다. 이런 때 봐야할 것이 바로 지연시간이다. 가정에서 쓰는 인터넷의 정상적인 지연시간의 평균은 1~10ms다. 이렇게 속도가 정상이라도 지연시간 수치가 높다면, 손실률이 많아져 쾌적한 인터넷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에그 자체의 성능에 따라 불편함을 감수하고 써야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KT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와이브로만의 매력으로 승부할 때…

     

    LTE와 속도 격차가 큰 와이브로는 이제 한번 큰 변혁을 꾀해야 할 때다. 굳이 4G라는 명칭으로 사용자에게 거부감을 들게 할 필요는 없다. ‘4G’라는 무리수보다 부담 없는 가격과 편의성을 갖춘 에그를 통해 사용자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또한 KT는 스마트폰 사용자에게도 1만 원 미만의 서비스 가격을 무기삼아 LTE와 차별화된 공정한 마케팅을 펼치기에도 충분한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이 외에도 노트북, 태블릿 등과 묶은 패키지 상품은 LTE에선 찾아볼 수 없다.

     

    사용자는 굳이 LTE가 아니라도 좋다. 물론 더 빠른 속도를 내는 서비스도 좋지만, 많은 사용자가 가격적인 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와이브로 시장은 KT의 독점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T는 이런 사용자의 성향을 파악해 과대 포장보다는 정직하고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베타뉴스 박선중 (dc3000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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