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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네, 고객님! 업그레이드 가능하십니다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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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1-25 11:05:36

    민족 대명절이라는 설 연휴가 끝났다. 이번 설 연휴는 주말과 겹치는 바람에 예년에 비해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 고속도로 상황은 예년에 비해 한결 덜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등공신으로 내비게이션 보급으로 인한 우회 경로 탐색,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한 교통 상황 및 정보 제공을 꼽는 이들이 많다.

     

    이번 연휴에 멀리 전남 여수 처갓집까지 직접 차를 몰아 다녀왔다. 그 첫 번째 준비는 다름 아닌 내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 한 것이었다. 이미 구입한 지 6년이 지났고 정작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는 사업을 접어 더 이상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있지 않지만 소프트웨어, 그러니까 지도를 만드는 회사는 꾸준히 새로운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약 한두 시간의 노력 끝에, 그래봐야 클릭 몇 번이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버전의 내비게이션을 얻을 수 있었다. 상세한 안내는 물론이고 새롭게 뚫린 길이나 임시개통도로의 소개 등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오래된 제품이라 GPS를 늦게 잡고 화면이 조금 작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정도면 굳이 새로 장만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참고로 내비게이션을 앞 유리에 붙이는 거치대만 벌써 몇 번을 갈았는지 모를 정도로 오래되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면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은 과연 내비게이션의 업그레이드는 언제까지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국내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하는 아이나비와 매피는 사실상 평생 무료 업그레이드를 약속하고 있다. 고객으로서는 처음 장만할 때 하드웨어 비용은 물론 소프트웨어 비용도 지불했기에 되도록 오랫동안 최신 버전을 쓰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인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는 버그를 잡거나 본디 계획했었으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구현하지 못했던 기능의 추가 정도다. 그 이상이 되면 아예 버전을 바꾸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취급한다.

     

    예를 들어 윈도7은 분명 윈도 비스타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아야 하지만 내가 산 노트북에 윈도 비스타가 깔려있었다고 해서 무상으로 윈도 7로 업그레이드해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걸 문제 삼지도 않는다.

     


    물론 내비게이션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새로운 길이 뚫리고 제한속도가 바뀌며 고속도로 통행료가 달라진다. 이런 정보를 최신으로 업그레이드 받지 못하는 내비게이션은 그 생명력을 잃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비게이션 제조사 입장에서는 예전 버전을 위해 지도를 업그레이드나 최신 교통 정보를 보강하는 노력이나 아예 새로운 버전을 만드는 노력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요즈음은 내비게이션 업체 간의 경쟁은 물론 스마트폰이라는 공통의 적(?)까지 생긴 마당이라 너도 나도 평생 무료 업그레이드를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제조사도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D에서 3D로 판올림을 하면서 이제 더 이상 공짜는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인 3D 내비게이션을 선보이면서 업계에서는 시장의 판도가 기존의 2D에서 3D로 빠르게 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눈으로 보며 안내를 하는 내비게이션의 특성상 지도와는 달리 3D로 안내하는 것이 시설물이나 건물 등의 렌더링에 가는 길이 가려져 2D에 비해 오히려 길 안내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맵 데이터 용량이 커지고 처리해야할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하드웨어 사양 역시 높아져야 하는데 가뜩이나 가격경쟁에 원가 절감 압박을 받는 내비게이션 제조사들로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평생 무료 업그레이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로서는 돈을 주고 지도를 업그레이드 한다는 것을 아직까지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치다.

     

    하지만 소비자들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무척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군소 내비게이션 업체들이 문을 닫았으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맵을 만드는 업체마저 경영권이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사정은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인데 스웨덴 시장조사기관인 베르그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내비게이션 시장 규모는 2011년 4,200만 대로 정점을 찍고 올해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서 2015년에 3,000만 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어두운 시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렇게 되면 최신 데이터를 받지 못하는 내비게이션은 과연 쓸모가 있을까? 더 이상 유리창에 붙어있을 명분이 없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단순한 길 안내가 아닌 실시간 교통정보 기술로 방향을 튼 모양새다. 이른바 스마트 내비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교통상황을 분석해서 가장 빠른 길, 조금 돌아가더라도 덜 막히는 길은 안내하고 이에 대한 사용료를 받으려는 것이다. 물론 이 시장 역시 통신이라는 점에서 절대 유리한 스마트폰의 거센 공세가 예상되지만 적어도 활로는 찾은 셈이다.

     

    허울 좋은 평생 무료 업그레이드보다는 유료 고객에게 좀 더 강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요금을 받는다면 고객들도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모든 고객들이 그렇지는 않아도 말이다. 적어도 고객 한 사람은 이미 확보했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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