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27 18:07:04
과거 구글이 ‘인터넷 검색엔진’으로 국내에 소개됐을 때만 하더라도 구글은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자료 검색 외엔 그저 그런’ 검색엔진 중 하나에 불과했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토종 검색엔진이 국내 사용자들을 위한 다양한 맞춤 검색 및 부가 기능을 제공하면서 단순 관련어 검색 위주였던 구글은 ‘쓰는 사람만 쓰던’ 엔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대세로 자리잡은 ‘스마트 시대’가 되면서 입장이 바뀌었다. 이미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구글의 작품인 만큼, 사람들은 좋던 싫던 간에 구글의 검색 엔진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PC의 경우 웹브라우저나 검색 엔진을 사용자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들어있는 웹브라우저나 검색 엔진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운영체제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내장시켜 웹브라우저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한 과정을 스마트 디바이스 시대애 구글이 그대로 담습하고 있는 꼴이다.
그런 구글이 이제는 인터넷 시장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구글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4일, 자사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들의 인터넷 정보를 수집한다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프라이버시 정책을 발표했다.
물론 이번 브라이버시 정책은 사용자의 동의, 즉 사용자가 자신의 구글 아이디로 로그인한 상태에서만 적용되는 것이기에 무단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검색을 제외한 구글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로그인을 통해서만 쓸 수 있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구글의 각종 서비스가 필수 애플리케이션으로 탑재되어 있다.
개인의 인터넷 이용 정보가 수집되고 축적되면 사용자의 인터넷 이용 패턴과 주요 관심사를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되고, 그 결과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 어떠한 기기로 접속만 하면 자신에게 ‘맞춤 정보’가 제공되는 편의를 누릴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편리해 보일 수도 있는 기능이지만, 그 대가로 개인 정보는 고스란히 구글에게 전달된다. 즉 구글 서비스 사용자 전원이 구글의 ‘감시’하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미 우리는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다보면 구글의 광고 배너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심지어 해외의 사이트를 들어갔는데도 친절하게(?) 한글로 표시되는 지역 광고-IP를 분석에 사용자 위치를 추청한-를 보고 있노라면 신기함과 편리함에 앞서 섬뜩함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구글은 한 술 더 떠 사용자의 사생활 영역까지 침범하기 시작했다. 영화나 소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정보를 통제해 시민(사용자)들의 행동까지 제약하는’ 상황이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 정보에도 나름대로의 가치가 부여되는 시대인데, 그중에서도 개인 정보는 단순히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되는 것 부터 시작해 악의적인 목적으로 도용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철저히 보호의 대상이다. 그런데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사훈을 가진 구글이 어느덧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24시간 감시하는 악의 제국으로 더욱 거듭난 셈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굵직굵직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연이어 터짐으로써 많은 이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으며, 하루가 다르게 날아오는 피싱 전화나 메일, 메시지는 더이상 남의 일만은 아닌 상황이다. 또 구글 뿐만 아니라 네이버나 다음같은 국내 대형 포털이나 삼성과 같이 모바일 분야와 관련이 깊은 대기업들 역시 구글과 비슷한 행보를 조금씩 보이고 있다.
물론 이번 구글의 발표는 업계 내외의 우려와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구글 측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이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걱정하고 반대하는 측은 위에 언급한대로 ‘개인 정보 및 사생활 보호를 명목으로 내세우고 있다. 구글을 벤치마킹하고, 똑같은 행보를 밟고 있는 대다수 관련 업계 역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전세계 인터넷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인터넷 공룡’ 구글은 각국 정부 차원의 제제가 아닌 이상 현재의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개인이나 단체의 반대만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상황이다.
다만 이같은 대형 인터넷 기업들의 전횡에 맞서 정부 및 관견 기관은 개인 정보를 더욱 안전하게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일반 개인 사용자들 역시 수동적으로 업계의 정책을 따르는 것이 아닌, 경각심을 갖고 자신의 개인 정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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