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2-08 11:46:44
PC 부품을 조립해 판매하는 이른바 ‘조립 브랜드 PC’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조립 브랜드 PC도 전파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먼저 대형 PC 쇼핑몰이 뭇매를 맞았다. 현재 컴퓨존의 조립 브랜드 PC인 ‘아이웍스’는 현재 웹사이트에서 판매를 중단한 상태이며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여타 조립 브랜드 PC 업체 쪽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 컴퓨존은 현재 조립 완제품 PC 판매를 일시 중지했다
◇ 조립 완제품 PC, 전파 인증 꼭 받아야 하나? = 조립 PC를 구성하는 각 부품은 이미 따로 전파 인증을 받고 있다. 이를 단순히 조립해 판매하는 것뿐인데 전파 인증을 꼭 받아야 할까? 전파 인증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담당자에게 해당 내용을 직접 물어봤다.
담당자는 “제도상으로 볼 때 조립 완제품 PC는 전자파적합인증(EMC)을 받는 것이 옳다. 각 부품에 대한 전파 인증을 받더라도 이를 조립‧추가‧제거‧변경하면 전자파적합인증이 바뀔 수 있다.”며 완제품 PC에 대한 전파 인증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조립 완제품 PC의 경우 그 특성상 CPU나 그래픽 카드 등 일부 부품 구성만 바꿔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원칙대로라면 이 경우에도 전자파적합인증을 받아야 한다. 조립 브랜드 PC를 취급하는 대다수의 중소기업에서 이를 따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시장 자체가 무너질 우려도 있다.
▲ 각 부품이 전파 인증을 받아도 완제품 PC에 대한 인증을 따로 받아야만 한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관련 업계의 편익에 큰 문제가 있거나 지나친 기업 불편을 초래한다면 향후 규제를 완화한다거나 하는 부분도 고려할 여지는 있다. 인증의 기본 목적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추후 정책 일부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갑자기 조립 브랜드 PC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덴 이유가 있을까? 해당 물음에 대해 담당자는 “민원이 들어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IT 기기는 수천만 대 이상이다. 이를 모두 조사 및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별히 위험이 있다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 제품, 방송통신망이나 인체 위험이 예상되는 부분에 집중되는 것이 보통이다.”라고 말했다.
◇ 틈새 시장 공략한 ‘조립 완제품 PC’ 이대로 무너지나 = PC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과거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성행해 왔다. 2000년 중반부턴 PC 부품 판매와 조립 대행을 병행해 오던 형태에서 벗어나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조립 브랜드 PC’ 시장이 형성되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들 조립 완제품 PC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에 있다. 대기업 완제품 PC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싼 값에 좋은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매력이다. 용도에 맞춰 다양한 부품 선택이 가능한 것도 강점이다. 약점으로 꼽히던 A/S 문제도 전국망을 갖춘 A/S 대행 업체와 계약을 맺어 극복했다.
그렇지만 좋은 시절도 잠시, 시장은 점차 조립 브랜드 PC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데스크톱 PC의 침체와 더불어 하드디스크 파동 등의 악재가 겹치며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됐다. 기대를 갖게 하던 데스크톱 PC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심의도 결국 반려됐다.
여기에 전파 인증 문제까지 겹치며 조립 브랜드 PC의 앞길에 적신호가 켜졌다. 자칫하면 기껏 일궈온 시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후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베타뉴스 방일도 (idroom@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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