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칼럼] 네이버의 오픈마켓 진출,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 김영로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2-02-20 09:34:42

    요즈음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이 절대 못 들어가도록 하는 사이트가 있다. 성인 사이트나 게임 사이트도 아니고 다름 아닌 G마켓이다. 뜬금없이 G마켓이 가정 접속 금지 사이트가 되었는가 하면 아내가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것을 본 초등학생 아들 녀석이 틈만 나면 G마켓에 접속해서 장난감을 살펴본 까닭이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어 웃어 넘겼지만 이제는 그 정도가 심하고 무엇보다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닌 전자상거래 특성상 그릇된 경제, 소비 관념을 심어줄까 걱정스러워, 아예 접속이 안 되도록 막아둘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아이들 앞에서는 신용카드 쓰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말이다. 

     

    하긴 어른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그런가 보다. 뭐가 그리 재미있냐고 물어봤더니 “이 값에 이런 데 없다”는 것이 아이쇼핑을 마친, 이제 막 열 살이 되는 아들 녀석의 감상평이다.

     

    아들 녀석은 네이버를 켜고 G마켓을 검색한 다음, G마켓 검색창에 장난감 이름을 직접 입력하거나 아니면 카테고리를 이동해서 장난감을 검색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살펴보았던 모델을 직접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해서 G마켓으로 가기도 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이럴 경우 G마켓과 네이버, 즉 최종 소비가 일어나는 오픈마켓과 이를 유입시킨 포털 사이에는 평균 약 2% 정도의 수수료가 오고 간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오픈마켓 입장에서는 이 수수료가 아깝기 그지없을 것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속담처럼 실제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곳은 오픈마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바웃(about)과 같은 쇼핑포털을 직접 만들어 많은 비용을 들여 광고까지 하는 이유이다.

    반대로 포털입장에서는 쇼핑처럼 괜찮아 보이는 장사도 드물다. 광고와 검색으로 성장한 오픈마켓이 요즈음 들어 성장이 멈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던 차에, 커미션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예 직접 물건을 파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현재 포털 1위인 네이버의 경우 지식쇼핑이라는 이름의 쇼핑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가 특정 모델이나 제품을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하면 볼 수 있는 바로 그것이다. 에누리나 다나와 역시 이런 쇼핑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이를 클릭하면 해당 쇼핑몰로 이동하고 수수료를 받는 쇼핑 플랫폼이지만, 앞으로는 아예 직접 물건을 팔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네이버가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하면 기존 G마켓을 비롯한 오픈마켓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NHN비즈니스플랫폼(NBP)을 통해 오픈마켓형 서비스 '샵N'을 내달 말 공식 오픈한다고 밝혔다. 실은 이미 여러 번 연기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존 오픈마켓과 대형 쇼핑몰의 인력을 엄청나게 흡수했기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대기업이 빵집이나 분식점까지 하는 현실에 비춰 네이버의 인터넷 골목상권진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얼핏 생각하면 네이버 오픈마켓과 대응하는 경쟁사들이 미국 이베이가 본사인 G마켓 / 옥션, 인터파크, 그리고 SK텔레콤이 뒤에 있는 11번가 등으로 대형업체인 까닭에 조금은 무리한 비유가 아닌가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이런 대형 오픈마켓만 있는 것이 아니며, 중소 규모 업체들도 많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소셜 커머스 역시 포털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새롭게 더해진 오픈마켓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광고시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다. 이미 오픈마켓은 수수료보다는 배너 광고나 각종 프로모션 비용으로 수익을 늘리는 형태로 사업방향을 바꾸고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오픈마켓의 특성상 최저가가 아니면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적정 마진을 보기도 어렵고, 여기에 오픈마켓에 지불해야하는 수수료도 부담스러운데, 여기에 각종 광고나 프로모션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판매가 되지 않는 현실에서 네이버 오픈마켓은 또 다른 판매채널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지출구조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네이버가 오픈마켓을 시작하면서 파격적인 할인정책을 펼치고, 이것이 오픈마켓 전체 경쟁으로 번지는 이른바 네이버발 오픈마켓 가격전쟁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판매자는 생존을 위해 적정마진을 확보하게 될 것이고, 규모에서 밀리는 소규모 업체들은 오픈마켓을 떠나게 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판매자들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보다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오픈마켓의 기본 취지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흔히 한국의 포털은 포털(Portal)이 아닌 토털(Total)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이번 네이버의 오픈마켓 진출이 이런 수군거림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다가는 우리 집의 첫 번째 접속사이트가 네이버가 아닌 다음이 될 날이 얼마 멀지 않은 듯 싶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