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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 '오락'이 아닌 '문화'로 접근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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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2-22 17:22:15

    게임중독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업계에선 게임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활발히 하고 있다. 단순한 오락거리에서 벗어나 문화, 예술적인 가치로 접근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넥슨은 게임과 미술을 접목시킨 디지털예술 분야에 진출했다.

     

    국내 최초로 게임관련 아트 기획전 열고 게임의 예술적 가치를 알렸다. 전시된 작품들은 게임 캐릭터를 작가의 예술적 시각으로 손수 그린 작품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그림,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이미지, 픽셀을 활용한 모자이크 작품 등 디지털 작품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들의 호응이 높아 전시회가 3일간 연장됐으며, 전시된 작품의 일부는 현장에서 판매될 만큼 작품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이 전시회는 넥슨 김정주 대표가 직접 대학교 예술 강의를 듣고 다니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넥슨은 매년마다 정기적으로 게임 아트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리자드는 게임과 문학을 연결시켰다. 블리자드는 자사 게임과 관련된 소설들을 따로 제작해 출판하고 있다. 회사에서 따로 크리에이티브 팀을 만들어 작품 창작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 게임 속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어 출간하고, 책 내용이 다시 게임에 반영되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든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관련 소설만 수십권이 나와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아사스’는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또,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된 스타크래프트 소설도 국내 대형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블리자드는 게임과 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영화도 제작하고 있다.

     

    게임을 긍정적인 문화로 바꾸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용자들의 기부 참여를 돕기 위해 쌀기부 게임 ‘프리라이스’를 서비스했다. 이용자가 게임 속 문제를 풀면, 맞힐 때마다 쌀알 10톨씩이 적립되어 기아 난민들에게 기부된다. 전화를 걸어 기부하는 방식 보다, 게임으로 더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동정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기부보다, 놀이와 교육이 연결된 새로운 기부 문화다. 이와 함께 게임중독을 막고 건전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굿게이머’ 캠페인들을 진행한다. 게임할 때 상대방을 위한 배려, 불법 프로그램을 쓰지 않는 페어플레이, 청소년에게 좋은 게임을 권하는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는 캠페인이다.

     

    ‘오토근절’, ‘현거래 방지’, ‘어뷰징 금지’ 같은 게이머들만 아는 내용을 배제하고,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함께 참여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밖에 엔씨소프트는 프로야구단을 창설하는 등 게임과 스포츠를 아우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외국에선 이미 게임을 예술장르로 인정하고 있다. 작년 미국법원은 게임을 책, 음악, 영화와 같은 예술로 정의하고 게임관련 규제 법률을 무효화 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올해부터 게임을 예술의 범위로 추가하고,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게임 제작자는 예술가와 동등한 입장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됐다.

     

    각종 대중문화 시상식에도 게임이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 중독게임의 대명사로 알려진 문명 시리즈 주제곡은 미국에선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이것을 계기로 게임음악은 그래미상 비주얼 음악 부분에 경쟁작을 출품할 수 있게 됐다.

     

    좀비게임 ‘데드아일랜드’ 광고는 작년 깐느 국제광고제에서 방송, 영화 등을 제치고 게임으로 처음으로 금상을 받았다. 축구게임 ‘풋볼매니저’ 개발자는 영국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수여받는 등 게임을 문화, 예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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