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22 11:19:42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 총괄 PD 배재현 전무>
블레이드앤소울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한 마디로 강행군이다. 한국에서 6월까지 상용화를 마치고 두달 뒤인 8월부터 중국 테스트에 들어간다. 경쟁자도 제대로 만났다. 블레이드앤소울의 유일한 라이벌 '디아블로3'가 비슷한 시기에 도전장을 냈다. 일정은 빡빡하고, 경쟁자는 강하고, 유저의 기대도 높다. 이쯤이면 개발자 입장에선 입술이 바싹 탈만 하다.
하물며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PD 입장에서 오죽하랴. 그런 절박함을 안고 블레이드앤소울 총괄PD 배재현 전무를 만났다. 헌데... 그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긴장 하거나 고민하는 눈치가 아니다. 그의 본심을 끄집어내기 위해 다소 불편한 질문부터 했다. ‘디아블로3’ 출시 일정이 블레이드앤소울과 비슷한데 기분은 어떻습니까?
“그냥 팔자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엔씨소프트는 항상 어려운 상황에서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습니다. 우린 매번 그런 고비를 넘겼죠. 그리고 매번 돌파했습니다. 이제는 담담합니다. 중압감 같은 것은 없어요. 그저 유저들이 우리게임을 하는 모습을 빨리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상대를 잘못 봤다. 배 전무는 MMORPG에서 이미 내공이 있는 사람이다. 리니지 형제를 만들며 수많은 라이벌과 일전을 벌였고 그때마다 승부수를 걸었다. 지금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무협으로 치면 한 분야에서 ‘대성’을 이룬 고수 중에 고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갑자 고수에게 경쟁작 운운하며 ‘기분이 어떠냐?’고 떠보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가 처음 리니지를 만들었을 ‘신참내기’때 물어 봤어야 할 질문이다.
고수의 자신감은 블레이드앤소울의 일정에서도 읽힌다. 내친김에 한국을 거쳐 중국, 유럽까지 일사천리다. 6월까지 국내 상용화를 마치고 8월 중국 테스트에 들어간다. 겨우 두달 터울이다. 중국서비스를 맡은 텐센트도 '이런 괴물들이 있냐'며 놀라는 눈치다.
<텐센트 신작 발표회에서 블레이드앤소울은 단연 돋보였다>
21일 북경에서 개최된 텐센트 게임 발표회에서 ‘블레이드앤소울’의 존재는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블소는 텐센트가 발표한 수십 종의 게임 중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했다. 중국 게임사는 자존심이 강하다. 웬만해선 자국게임을 메인 타이틀로 삼을 만 한데, 블소 앞에선 어쩔수 없이 '상석'을 내어주어야 했다. 블소 영상에서 캐릭터가 활강하는 영상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배재현 전무가 중국 테스트 날짜를 발표하자 감탄은 환호로 바뀌었다. 아직은 한국 게임이 한수 위라는 걸 그 자리에서 증명해 보였다. 흡족한 마음으로 다음 질문을 했다. 요즘 중국게임의 수준이 어떻습니까? 좀 쓸 만한 녀석이 있나요?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또 허를 찌른다.
“중국과 기술적인 수준에선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이 밀릴 수도 있죠. 최근 중국 개발사는 외국의 우수한 인력들을 들여와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때문에 중국 게임의 핸디캡이었던 아트나 비주얼 쪽에도 강해졌습니다.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죠. 우리가 온라인게임을 몇 년 빨리 시작했을 뿐 그들과 다른 건 없습니다.”
우습게 봤던 중국게임이 고수의 눈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로 파악된 것이다. 그래선지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 중국진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단순히 중국 파트너사와 계약해 일정에 맞춰 수출하는 소극적인 방식을 버렸다. 중국 서비스 전담팀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륙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배재현 전무는 “세대 간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적으로 선호하는 콘텐츠는 분명 있다. 그것이 바로 무협장르의 힘이다”고 밝혔다. 한국식 무협이 중국에서 통할까라는 의문에 대해서도 답을 내놓았다.
“한국무협의 원류는 대만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대만과 달리 무협의 스펙트럼이 넓죠. 촉산이란 영화처럼 주인공이 하늘을 날고 손에서 장풍을 쏘는 황당한 무협도 있고, 아주 현실적인 무협도 있죠. 때문에 중국은 특별히 무협에 대한 선입관이 없어서 블소가 안착하기에 좋은 환경이죠.”
요즘 블레이드앤소울에 대해 말들이 많다. ‘블소가 아이온처럼 성공할 수 있냐?’, ‘디아블로3 이길 수 있겠냐?’ 하나 같이 실패를 걱정하는 목소리다. 기자도 그런 절박함을 가지고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면서 실패의 두려움보다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이제부턴 절박함을 따질게 아니다. 블소는 한국, 중국, 북미, 유럽을 종횡하는 대장정을 앞두고 있다. 그 시작점에서 블소가 어디까지 성장해 세계를 제패하느냐를 가늠 할 때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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