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22 22:05:56
다이렉트X 11 GPU 3차전, 지포스 GTX 680의 등장 |
엔비디아와 AMD는 PC 그래픽 카드의 최강자 자리를 두고 지금까지도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다. 그간 많은 경쟁 업체들이 있었지만 모두 나가떨어졌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두 강자의 맞대결은 여전히 손에 땀을 쥐게끔 한다.
지금까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신제품을 내놓던 두 회사였지만 다이렉트X 11 시대에 와선 AMD가 계속 신제품을 한발 먼저 내놓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AMD의 날랜 풋워크에 눌린 엔비디아가 판정에서 밀리는 듯 보이니 엔비디아 편에 선 PC 마니아에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승부를 점치기엔 이르다. 다이렉트X 11 챔피언 벨트를 건 시합은 이제 중반전일 뿐이다. AMD의 빠른 펀치에 성급하게 대응하는 대신 착실히 체력을 비축하는 쪽을 채택한 엔비디아. 이제 승부를 뒤집을 만한, 큰 한방을 날릴 준비를 마쳤다.
드디어 엔비디아가 케플러(Kepler)라 불리는 새로운 아키텍처로 만든 GPU를 시장에 선보인다. 바로 지포스 GTX 680이다.
지포스 GTX 680에 대한 엔비디아의 자신감이 왠지 범상치 않다. 지포스 GTX 680을 가리켜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GPU(The fastest, most efficient GPU ever built)”라고 말할 정도니 말 다 했다.
과연 엔비디아 지포스 GTX 680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또 얼마나 빨라졌는지 궁금하다. 기다림이 길었다. 이제 호기심 해결을 할 때다.
지포스 GTX 680, 더욱 강력해진 ‘케플러’ 아키텍처로 환골탈태 |
지포스 GTX 680은 엔비디아를 대표하는 신형 플래그십 그래픽 카드답게 더욱 빨라진 성능을 보여준다. 설익은 페르미 아키텍처를 제대로 주물러 낸 결과다.
▲ 지포스 GTX 680의 다이 사진
지포스 GTX 680은 케플러(Kepler)라 불리는 새 아키텍처에 기반한 첫 GPU다. 케플러 아키텍처는 2010년 발표된 아키텍처인 페르미(Fermi)를 토대로 만들었다. 여기에 28nm 제조 공정이 접목되며 높은 효율을 보이는 GPU로 태어났다.
페르미 역시 당시엔 아키텍처의 혁명이라 할 만했다. 다이렉트X 11 시대에 걸맞게 완전히 새로운 병렬 지오메트리(Geometry) 파이프라인 구조를 채택하며 테셀레이션(Tessellation, 쪽매맞춤)과 위치변환 매핑(Displacement mapping)에 최적화된 성능을 보였다.
▲ 페르미 아키텍처의 블록 다이어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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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세대 그래픽 카드는 사실 3차원 틀을 빚는 재주엔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단지 쉐이더나 범프 매핑 같은 눈속임으로 밋밋한 표면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꼼수가 탁월했을 뿐이다.
실제로 지포스 FX 5800부터 지포스 GTX 285까지 6세대에 걸쳐 쉐이더 처리 성능을 150배 높이는 동안 지오메트리 성능 향상은 3배에도 못 미쳤다. 물론 꼭 그래픽 카드 탓이라고만 할 순 없다. 과거 다이렉트X가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 탓도 있다.
다이렉트X 11 땐 테셀레이션을 내세운다. 폴리곤 숫자만 늘려 정교한 3차원 영상을 그려내는 것은 그야말로 무식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테셀레이션의 경우 위치변환 매핑으로 기본 틀만 잡아주면 알아서 이를 작은 조각으로 채우는 방법으로 세부적인 모습을 완성한다.
▲ 테셀레이션을 이용하면 영상 품질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테셀레이션은 입체감 넘치는 고품질의 영상을 빠르게 그려내는 데 한몫 한다. 적용 수준에 따라 영상 품질이 바뀌기 때문에 개발자 입장에서도 편하다.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쓰는 사람은 뛰어난 그래픽을 만끽할 수 있어 좋고 보급형 그래픽 카드를 쓰는 사람은 최신 게임도 쾌적하게 즐길 수 있어 좋다.
페르미 아키텍처는 종전 GT200 제품과 비교해 지오메트리 성능 8배, GPU 컴퓨팅 성능 4배의 향상을 이뤄냈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테셀레이션 성능과 GPU 연산 능력은 뛰어났지만 수율과 발열 문제가 발목을 잡은 탓이다.
지포스 GTX 480(GF100) 땐 수율 문제로 480개의 쿠다 코어와 60개의 텍스처 유닛만 쓸 수 있었다. 이후 지포스 GTX 580(GF110)에서야 512개의 쿠다 코어와 64개의 텍스처 유닛을 제대로 쓰며 비로소 페르미 아키텍처의 진짜 능력을 볼 수 있었지만 적당한 시기를 놓쳤다.
시련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엔비디아는 와신상담의 마음가짐으로 GPU 아키텍처를 대폭 뜯어고친 끝에 지포스 GTX 680이라는, 근사한 신제품을 선보이게 된다. 전력 소비는 줄고 성능은 더욱 빨라졌다. 한 마디로 정말 ‘쿨’한 물건이다.
지포스 GTX 680, 대체 제원이 어떻길래… |
엔비디아 지포스가 더욱 매력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새롭게 발표된 지포스 GTX 680은 더 성능이 빨라지고, 더 화면을 매끄럽게 그려내며, 더 풍성한 게임 환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포스 GTX 680은 내부 구조를 크게 뜯어고쳐 성능을 대폭 개선했으며 GPU 부스트 기능을 추가해 더욱 빨라졌다(Faster). 처리 효율과 품질을 개선한 새 안티 애일리어싱 효과와 더불어 적응형 V싱크 기능을 통해 화면을 보다 매끄럽게 그려낸다(Smoother). 그래픽 카드 하나로 3D 비전 서라운드 환경을 꾸밀 수 있으며 PhysX 물리 연산 등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Richer).
지포스 GTX 680는 더욱 강력한 제원을 뽐낸다. 1,536개의 쿠다(CUDA) 코어로 무장했으며 작동 클록도 1GHz를 돌파했다. 256비트 대역폭으로 작동하는 GDDR5 2GB 메모리도 설계를 뜯어고쳐 6Gbps 속도를 달성했다. 버스 인터페이스도 PCI 익스프레스 3.0에 맞췄다.
▲ 종전 지포스 GTX 580에 비해 와트당 성능이 눈에 띄게 올랐다
성능은 빨라졌지만 반대로 전력 소비는 줄었다. 열 설계 전력(TDP)이 195W로 한 체급 내려갔다. 필요한 보조 전원 단자도 6핀 2개로 줄었다. 출력 단자는 듀얼 링크 DVI 2개. HDMI, 디스플레이포트 1.2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짧은 글로 지포스 GTX 680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리 없다. 지포스 GTX 680의 장점엔 어떤 것이 있는지 다음 페이지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성능 향상의 배경은 확 달라진 ‘내부 설계’ 덕분 |
지포스 GTX 680의 성능이 더욱 강력해진 것은 케플러라 불리는 아키텍처 혁명 덕분이다. 이로 인한 이점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SMX와 GPU 부스트를 성능 향상의 일등 공신으로 꼽을 만하다.
먼저 SMX를 중심으로 확 달라진 GPU의 내부 구조를 살펴보자.
▲ 케플러 GPU의 블록 다이어그램
케플러 GPU는 다양한 하드웨어 블록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그 가운데서 그래픽 프로세싱 클러스터(Graphic Processing Cluster, 이하 GPC)의 역할이 중요하다. 버텍스, 지오메트리, 래스터, 텍스처, 픽셀 처리, 범용 연산 등 GPU가 처리하는 대부분의 기능은 GPC 안에서 수행된다. 이러한 GPC가 도합 네 개다. 쿼드 코어 CPU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케플러 GPC 안엔 래스터 엔진 하나와 핵심이 되는 차세대 스트리밍 멀티프로세서(Streaming Multiprocessor) 두 개가 자리잡고 있다. 이를 SMX라 부른다. 두 개의 SMX가 처리한 테셀레이션 결과물을 GPC의 래스터 엔진이 처리하는 형태다. SMX는 종전 페르미 아키텍처의 SM에 비해 더 강력한 성능을 제공할 뿐 아니라 전력 소비 또한 낮다.
각 SMX 프로세서는 192개의 쿠다(CUDA) 코어를 가진다. 이는 페르미의 SM과 비교하면 무려 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참고로 지포스 GTX 580은 컨트롤 로직 블록에 32개의 프로세서 코어를 갖췄다. 당연한 얘기지만 SMX는 페르미의 SM에 비해 대체로 더 강력한 쉐이더/텍스처/지오메트리 처리 능력을 가진다. 이를 바탕으로 종전 세대 제품보다 두 배의 와트당 성능비를 달성했다.
지포스 GTX 680은 이러한 SMX 프로세서를 8개 갖췄다. GPC 하나에 SMX가 두 개씩 배치되어 있으며 총 네 개의 GPC가 있다. 총 쿠다 코어 숫자는 1,536(192×2×4)개에 달한다. 종전 지포스 GTX 580의 경우 네 개의 GPC 안에 각각 네 개의 SM을 담은 형태로 총 쿠다 코어가 512(32×4×4)개에 불과했다.
▲ 스트리밍 멀티프로세서가 더욱 강력해졌다
SMX의 안을 살펴보면 적은 전력으로 효율적 처리를 할 수 있도록 구성 형태가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쿠다 코어가 늘고 스트리밍 멀티프로세서 자체의 덩치가 커진 만큼 내부 구성도 더욱 든든해졌다.
192개의 쿠다 코어는 픽셀/버텍스/지오메트리 쉐이딩과 더불어 피직스/컴퓨트 연산을 수행한다. 각각의 쿠다 프로세서는 정수 산술 논리 장치(ALU, arithmetic logic unit)와 실수 연산 장치(FPU, Floating point unit) 파이프라인 구성을 가진다. 덧셈과 곱셈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FMA(Fused multiply-add)도 지원한다.
텍스처 유닛은 텍스처 필터링과 더불어 유닛 로드와 스토어, 데이터를 메모리에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역시 SMX당 16개로 늘었다. 참고로 종전 페르미 SM엔 텍스처 유닛이 4개였다.
페르미 아키텍처에선 SM 하나당 4개에 불과했던 특수 기능 유닛(Special Function Units, SFU)도 쿠다 코어 6개당 하나씩 각 SMX마다 32개로 늘었다. 특수 기능 유닛은 사인, 코사인, 제곱근, 역수 등의 특수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픽 인터폴레이션 등을 처리할 때 주로 쓴다.
워프 스케줄러도 종전 SM의 두 배인 SMX당 4개로 늘어 병렬 처리 성능 향상에 일조한다. 다만 구조상 GPU 내 총 숫자는 32개로 지포스 GTX 580과 같다. 대신 디스패치 유닛은 워프 스케줄러 하나에 두 개씩 해서 SMX 하나에 8개가 배치된다.
폴리모프 엔진은 여전히 각 SMX에 하나씩 있다. 폴리모프 엔진이 하는 역할은 종전과 같지만 버전이 2.0으로 오르면서 처리 성능이 두 배로 개선됐다.
또 케플러 아키텍처에선 더 높은 메모리 클록을 달성하기 위해 메모리 인터페이스도 싹 뜯어고쳤다. 4개의 64비트 메모리 컨트롤러로 256비트를 구성, 종전 페르미 아키텍처의 384비트보다 비트 수는 낮아졌지만 GDDR5로 메모리 속도 6Gbps를 돌파했다.
하이엔드 GPU 맞아? 전력 다이어트는 기본, 정숙함까지 챙겨… |
지포스 GTX 680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그래픽 카드다. 그렇지만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는 반면 전력 소비량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GPU 내부 설계를 대폭 뜯어고친 덕에 와트당 성능이 올라가면서 더 빠른 성능을 더 낮은 전력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 측 말에 따르면 지포스 GTX 680은 종전 지포스 GTX 580과 비교해 와트당 성능이 평균 1.5배 이상 높아졌다.
최근엔 고성능 그래픽 카드의 경우 8핀 전원과 6핀 전원 커넥터를 함께 쓰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지만 지포스 GTX 680은 6핀 전원 단자 두 개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래픽 업계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그래픽 카드답지 않은 모양새다.
보드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6핀 파워 커넥터 또한 계단 모양으로 배치한 점이 눈길을 끈다. 전원부는 4+2페이즈로 설계됐다. GPU는 4페이즈 전원을 쓰며 2개의 추가 페이즈는 GDDR5 메모리에 할당됐다. 지포스 GTX 680의 전원부 설계는 1.2GHz 오버클럭도 충분히 받칠 수 있을 만큼 든든한 편이다.
지포스 GTX 680의 열 설계 전력(이하 TDP)은 195W다. TDP 250W급인 지포스 GTX 580, 라데온 HD 7970보다 낮은 체급인데도 더 잘 싸우는 파이터가 됐다. 550W급 전원공급장치로도 지포스 GTX 680을 돌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전까지 가장 빠른 싱글 GPU였던 라데온 HD 7970과 맞붙어도 앞선다. 와트당 성능으로 따지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특히 엔비디아는 지포스의 특기인 다이렉트X 11 테셀레이션 처리 성능의 경우 라데온 HD 7970보다 4배 더 빠르다고 자랑한다.
조용하고 강력한 그래픽 카드를 쓰면 게임의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지포스 GTX 680은 더욱 강력한 성능을 뽐내면서도 의외로 정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조용하고 시원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냉각 장치 설계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쿨러는 GPU의 발열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고성능 그래픽 카드에 걸맞는 세 개의 히트파이프는 GPU에 맞닿아 있으며 슬롯 두 개를 차지하는 알루미늄 방열판에 열을 잘 전달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방열판 역시 공기 흐름을 잘 살려 자연스럽게 후면으로 열을 배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게임을 한창 즐기다 보면 어느 샌가 시끄럽게 돌아가는 팬 소음이 귀를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지포스 GTX 680에선 이런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나온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와 달리 냉각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참 조용하다. 냉각 팬에 소음을 줄여주는 흡음재를 쓴 것이 주효했다.
GPU 클록의 끝은 어디? 새롭게 추가된 ‘GPU 부스트’ 기능 |
지포스 GTX 680에서 새롭게 추가된 GPU 부스트 기능도 케플러 아키텍처의 빼놓을 수 없는 주요 특징이다. 이제 CPU가 아닌 GPU에서도 부스트 기능을 즐길 수 있게 됐다.
GPU 부스트는 실시간으로 GPU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알아서 GPU 그래픽 클록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GPU의 처리량이 그리 높지 않을 경우 남는 전력을 클록 향상에 이용하는 것이 GPU 부스트의 핵심이다.
▲ GPU 부스트는 남는 파워 헤드룸을 클록 향상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GPU 부스트는 하드웨어 기반 모니터링 방식을 이용하며 따로 게임 프로파일을 불러오거나 기타 조작을 하는 방식이 아니다. 자동으로 작동하며 임의로 끌 수도 없다. 백그라운드로 작동하며 GPU에 부하를 주지도 않는다.
지포스 GTX 680의 기본 3D 주파수는 1006MHz다. 이를 베이스 클록이라 부른다. 이것은 GPU가 보장하는 최소 3D 주파수다. 바로 이 베이스 클록이 기준점이 된다. 3D 마크 11을 돌릴 때처럼 GPU가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을 때의 작동 클록이라고 보면 된다.
부스트 클록은 GPU 전력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을 할 때 올라가는 평균 클록이다. 엔비디아가 제원에 표기한 지포스 680의 부스트 클럭은 1,058MHz다. 단지 5%에 불과한 수치라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이는 엔비디아가 테스트한 일부 결과를 바탕으로 낸 수치일 뿐이다. GPU 부스트 클록의 상한선은 정해져 있지 않다.
▲ GPU 부스트 작동 모습, 상황에 따라 동적으로 GPU 작동 클록이 바뀐다
GPU의 힘이 남는만큼 GPU 부스트는 GPU의 속도를 끌어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1.1GHz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또 알아서 작동하는 만큼 오버클록 시엔 GPU 부스트의 효율도 자연스럽게 따라 올라간다. 더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도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GPU 부스트는 엔비디아가 예측하는 한도 내에서 움직이는 가변적인 속도 조절인 만큼 오버클럭이라 할 수 없다. 클록 상승으로 인해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
품질↑ 속도↑ 효율 높인 새 안티 애일리어싱 기술 담아 |
엔비디아가 지포스 GTX 680에서 내세우는 두 번째 장점은 매끄러움이다. 이는 새로운 안티 애일리어싱 기술과 개선된 수직 동기화 기술을 가리키는 말이다.
안티 애일리어싱은 화면의 계단 현상을 줄여주는 기술이다. 그만큼 매끄러운 화면을 감상할 수 있지만 대신 성능의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보통 4배 다중 안티 애일리어싱 이상은 잘 쓰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이 부분에 주목, 성능 저하를 줄이고 효율을 높인 새로운 안티 애일리어싱 기술을 내놓았다.
엔비디아가 먼저 내세우는 건 FXAA 기술이다. FXAA 기술은 요즘 주로 쓰는 4배 다중 샘플 안티 애일리어싱(이하 MSAA) 이상의 화면 품질을 보여주면서도 더욱 빠른 성능을 뽐낸다.
▲ FXAA는 4배 MSAA보다 뛰어난 효율을 보인다
과연 얼마나 빠를까? 에픽게임즈가 시연한 신작 게임 사마리아인(Samaritan) 데모 영상 기준으로 FXAA는 4배 MSAA와 대등한 수준의 화면 품질을 보여주면서도 60% 빠른 처리 성능을 보여준다.
지난해 에이지 오브 코난에 적용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 FXAA 지원 게임은 15개에 달한다. 그렇지만 종전 게임에서도 FXAA를 즐길 수 있다. 공개 예정인 R300 드라이버에 포함된 컨트롤 패널엔 FXAA 제어 기능이 담겼다. 이를 이용하면 수백여 종의 게임에서 FXAA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
참고로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GDC)에서도 사마리아인 데모를 시연했다. 사마리아인은 테셀레이션, 위치 변환 매핑, 서브서피스 스캐터링 등 다이렉트X 11의 고급 기술을 두루 쓰는 만큼 높은 GPU 처리 성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작년엔 지포스 GTX 580 세 개로 3웨이 SLI를 구성해 데모를 시연했다.
올해엔 지포스 GTX 680 한 대로 시연을 했다. 지포스 GTX 680의 강력한 성능과 더불어 FXAA의 뛰어난 효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포스 GTX 580 세 개를 쓰면 732W의 전력이 필요하지만 지포스 GTX 680 하나만 쓰면 195W로 충분하다. 불과 1년 만에 이뤄진 변화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다 뛰어난 화면 품질을 구현하는 하드웨어 다중 샘플링 기법도 추가됐다. 이름하여 TXAA다.
TXAA는 새로운 필름 스타일의 AA 기술이다. 하드웨어 멀티 샘플링의 조합으로 더 나은 AA 리졸브 효과를 보인다. TXAA는 화질에 따라 두 가지 모드를 제공한다.
TXAA 1은 8배 MSAA보다 뛰어난 영상 보정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실 성능은 2배 MSAA를 적용할 때와 비슷하다. TXAA 2는 8배 MSAA와 비교하면 월등히 뛰어난 영상 품질을 보이는데도 4배 MSAA 적용 시와 비슷한 성능을 낸다.
▲ TXAA는 고품질의 영상을 효율적으로 그려낸다
연말 쯤엔 FXAA와 TXAA 옵션이 적용된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TXAA는 지포스 GTX 680의 전유물이 아니다. 페르미 아키텍처에 기반한 종전 지포스 400과 500 시리즈 역시 TXAA를 지원할 예정이다.
똑똑한 수직 동기화 기술, 어댑티브 V싱크 |
새롭게 추가된 AA 기술과 더불어 엔비디아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매끄러운 영상 처리 기법이 있다. 바로 적응형 수직 동기화(Adaptive VSync) 기술이다.
수직 동기화는 게임에서 그려내는 초당 프레임 수치가 화면을 표시하는 리프레시 레이트보다 높아서 생기는 이질감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다. 요즘 LCD 모니터는 보통 1초에 60번 화면을 그려내며 수직 동기화 역시 초당 60프레임까지만 그려내도록 한다.
수직 동기화를 적용하면 물결 현상(Tearing)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프레임이 뚝 떨어지며 화면이 끊기는 스터터링(Stuttering) 현상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수직 동기화 상태에선 초당 표시 프레임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강제로 다음 배수인 30프레임으로 낮춘다. 이는 상황에 따라 눈에 띄는 성능 저하를 유발한다.
수직 동기화의 장점은 살리면서 성능 저하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엔비디아가 내놓은 게 바로 어댑티브 V싱크, 적응형 수직 동기화 기술이다. 초당 60프레임 이상 처리될 때만 수직 동기화가 작동하며 60FPS 이하로 떨어질 땐 수직 동기를 자동으로 끈다.
▲ 적응형 수직 동기화 기술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단순한 원리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적응형 수직 동기화 기술을 쓰면 종전 수직 동기화 기술을 쓸 때보다 그래픽 처리에 심한 부하가 걸리는 구간에서 끊김 현상이 눈에 띄게 개선된다.
GPU 하나로 모니터 4대를 다뤄? PhysX도 명불허전 |
지포스 GTX 680은 게임 마니아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한, 부가 기능 측면에서도 충실한 편이다. 다중 모니터 표시 기능이 강화되었으며 개선된 연산 능력을 바탕으로 한 PhysX 물리 연산 기능 역시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지포스 GTX 680은 GPU 하나로 최대 네 대의 모니터를 제어하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엔진을 제공한다. 모니터 세 대로 3D 입체 영상을 즐기는 ‘3D 비전 서라운드’ 역시 지포스 GTX 680 하나로 구현할 수 있다.
과거엔 3D 비전 서라운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3웨이 SLI 구성이 불가피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지포스 GTX 680이 이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향상된 덕분이다. 모니터를 네 개까지 쓸 수 있으니 하나가 남는다. 남은 모니터엔 게임 공략 등 기타 윈도우 창을 입맛대로 띄워놓으면 된다.
이에 걸맞게 영상 출력 단자도 든든하다. HDMI 단자는 1.4a 규격에 맞췄으며 4k 모니터(3,840×2,160×60Hz) 해상도와 멀티 스트림 오디오를 지원한다. 디스플레이포트 단자는 1.2 버전에 맞췄다.
새로운 데스크톱 관리 소프트웨어 덕분에 부가 기능이 강화됐다. 윈도우 작업 표시줄을 한가운데 모니터에만 표시할 수 있다. 서라운드 베젤 피크라 불리는 베젤 보정 기능도 적용됐다. 핫키 하나로 화면이 베젤 뒤에 가려진 것처럼 설정할 수도, 일반 다중 디스플레이처럼 다 보이게 할 수도 있다. 또 3D 비전 서라운드 상태에서도 중앙부 화면 가속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 지정 해상도 설정도 가능하다.
지포스 제품군의 장점 중 하나인 PhysX 기능도 더욱 강력해졌다. 물리 연산의 대명사처럼 통하는 PhysX는 게임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 준다. 한 번 맛을 들이면 PhysX 없인 심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새로운 SMX 아키텍처와 GPU 부스트 기능, 메모리 속도 향상 등의 이점 덕분에 지포스 GTX 680의 PhysX 처리 성능은 크게 올라갔다. 종전 플래그십 GPU인 지포스 GTX 580과 비교해도 그 실력이 확실히 돋보인다.
▲ 중국을 뒤흔든 인기 게임 QQ 댄스의 후속작은 PhysX로 화려함을 내세운다
또 케플러 기반 GPU는 새로운 하드웨어 기반 H.264 비디오 인코더인 NVENC를 추가했다. 엔비디아는 최근까지 GPU 내 쿠다 코어 위주로 하드웨어 인코딩을 하는 방법을 썼다. 이는 CPU로 하는 인코딩에 비해 성능을 보이긴 했지만 전력 소비량이 높은 것이 단점이었다.
새로운 NVENC는 종전 쿠다 기반 엔코더와 비교해 4배 가까이 빨라졌으며 전력 소모도 적다. 풀 HD(1080p) 해상도의 영상을 최대 8배속으로 인코딩한다. 한 시간 짜리 1080p 30프레임 영상을 7분 30초면 인코딩하는 셈이다.
NVENC는 H.264 코덱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블루레이 표준인 하이 프로파일 레벨 4.1을 따른다. 또 블루레이에 쓰이는 입체 영상을 위한 H.264의 확장 포맷인 MVC(Multiview Video Coding)도 지원한다.
NVENC는 현재 사이버링크 미디어에스프레소를 지원하며 추후 파워디렉터와 아크소프트의 미디어컨버터도 지원할 예정이다. 최대 인코딩 가능 해상도는 4,096x4,096이다.
지포스 GTX 680, 실제 성능은 어떨까? |
지금까지 지포스 GTX 680의 달라진 모습에 대해 살펴봤다. 과연 정말로 그렇게 빨라졌을까? 직접 확인해 보면 알 일이다. 테스트를 통해 지포스 GTX 680의 실력을 슬쩍 가늠해 봤다.
비교 대상은 종전 세대 제품인 지포스 GTX 580, 직전까지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던 라데온 HD 7970이다. 성능 테스트는 인텔 코어 i7 3960X에 기반한 PC에서 했으며 테스트 운영체제는 윈도우 7 얼티밋 64비트 버전이다. 지포스 GTX 680의 경우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전용 베타 드라이버로 테스트 했다.
◆ 3D마크 11 테스트
발열과 전력 소비량, 얼마나 개선됐나 |
지포스 GTX 680이 가장 내세우는 것 중 하나는 전력 효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이 또한 간단하게 살펴봤다. 아래 표에서 나오는 전력은 PC 전체의 소비 전력이다.
먼저 유휴 상태일 때 전력 사용량부터 보자. 유휴 상태에선 라데온 HD 7970이 조금 더 전기를 적게 썼다. 제로코어 파워의 위력이 잘 나타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지포스 GTX 680도 그리 나쁘지 않다. 지포스 GTX 580과 비교하면 10W 정도 전력 소비가 줄었다.
새로운 DX 11 챔피언, 지포스 GTX 680 |
지금까지 엔비디아 지포스 GTX 680에 대해 알아봤다.
다이렉트X 11 시대에 와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던 엔비디아가 활짝 웃었다. 그만큼 지포스 GTX 680이 잘 나왔단 소리다. 종전 세대 제품인 지포스 GTX 580과 비교해 확실히 뛰어나다. 경쟁 상대인 라데온 HD 7970과 비교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GTX 680을 소개하며 BMW의 하이브리드 콘셉트 카 i8을 예로 들었다. 단순한 성능 향상보다는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GTX 680은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한 제품이다.
데스크톱 GPU보다 테그라에 더 신경 쓴다는 악평이 무색해졌다. 적어도 AMD가 후속작을 내놓기 전까진 엔비디아가 데스크톱 그래픽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심지어 가격 경쟁력마저도 확실하다.
이제 다이렉트X 11 챔피언 벨트는 엔비디아 손에 들어갔다. 데스크톱 그래픽 시장에서 간만에 본, 흥미진진한 대결이었다. 최강자 자리를 생각보다 일찍 뺏긴 AMD, 과연 다시 GPU 제왕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설욕전을 치르려면 충분히 몸을 만들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베타뉴스 방일도 (idroom@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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