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칼럼] 쉽고 편해야 잘 팔린다!


  • 김영로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2-05-14 10:30:55

    시장 조사 기관마다 다르지만 대략 한 해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컴퓨터는 작년 기준으로 약 450만 대 정도를 잡는다. 이 가운데 대기업이나 PC전문 업체에서 만드는 이른바 브랜드PC는 비교적 정확하게 그 수량을 파악할 수 있지만, 이른바 조립PC는 그렇지 못하다. 컴퓨터를 조립하는데 꼭 필요한 케이스나 전원공급장치를 비롯해, 각종 부품을 기준으로 수량을 역산해 보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업그레이드라는 수요가 있기에 결코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말 그대로 추산해보는 방법밖에 없는데 대충 월 10-15만 대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수량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관련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한 가지는 조립PC 대수가 결코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진단도 제각각인데, 보통 스마트폰과 타블렛의 인기와 노트북을 쓰는 이들이 늘어난 것을 꼽는다. 어떤 이는 조립PC만의 가격적인 메리트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하긴 TV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쉽고 편한 데다가, 값싼 PC를 팔다보니 조립PC를 골라야 하는 이유가 줄기는 줄어든 셈이다.

     

    물론 조립PC는 내가 원하는 부품을 골라, 말 그대로 나만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결코 놓칠 수 없는 매력이 있긴 하다. 아무리 기성복이 편해도 맞춤 양복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 공산품의 시대에 이 정도 값에 이렇게 확실하게 나에게 맞춰주는 아이템을 조립 PC말고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조립PC의 순기능에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컴퓨터를 조립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지식이다. 하드디스크가 이렇게 생겼고, 이게 연산을 담당하는 CPU고 하면서 조립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것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런 PC에 애정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마 라디오를 조립하면서 납땜과 전자부품의 이해를 했던 지금의 40대 이상에서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서 취미가 되고, 전공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PC를 조립하면서 결코 이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메인보드와 케이스를 연결하는 부분이다. 다른 모든 부분들이 규격화가 되고 점점 간편해지는데 비해서, 아쉽게도 메인보드와 케이스를 연결하는 스위치 부분은 처음 선보였을 때와 비교해서 그리 변한 것이 없다. 전원 스위치와 리셋 스위치야 굳이 극성을 따지지 않으므로 위치만 파악하면 연결이 쉽다. 하지만 LED가 들어가는 부위는 잘못 연결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망가질 위험도 있다.

     

     

    물론 그나마 지금은 훨씬 나아져 굳이 매뉴얼을 살피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조립할 수 있기는 하다.

    예전 제품은 P1, R2 같은 식으로 마치 군사암호를 방불케 적어 도저히 설명서를 펼치지 않고는 조립이 힘들었지만, 요즈음은 메인보드와 케이스 양쪽 모두에 그래도 알아볼 수 있게 적어두고 붉은 색으로 +극성을 표시한 것을 고마워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케이스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것은 번거롭고 복잡한 일이다. 일부 메인보드 회사에서 이를 규격화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메인보드에 한정하는 분위기다.

     

    ‘그게 원래 그렇지’라던가, ‘케이스 업체들이 영세하니까’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USB나 오디오를 연결하는 부분을 보면 이미 규격화가 되어 있어 쉽고 편하게 꽂아만 주면 그만이다. 아마 누군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면 하드디스크 SATA 케이블처럼 편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DIY시장이 줄어간다고 상인들은 난리다. 용산은 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안 팔린다고 탓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지금 시장을 보다 쉽고 편하게 개방해서 규모를 넓혀야 한다. 설마 카오디오처럼 번거롭고 복잡하게 만들어서 전문가가 특별한 공구가 없으면 교체하기 힘든 그런 시장으로 PC 조립 시장을 만들어야 그나마 이익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경쟁상대는 옆 매장이 아니라, 모바일 시장이고, 대형 가전사라고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모름지기 쉽고 편해야 잘 팔린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작은 것부터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http://m.betanews.net/561369?rebui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