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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벤치마크 최적화? 믿음이 먼저다!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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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5-29 10:13:22

    요즈음은 오히려 경제용어로서 더 자주 쓰이지만, 본디 IT용어로 출발한 단어 가운데 벤치마크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벤치마크(Benchmark)란 '기준이 되는 점, 측정기준'을 말한다. 경제, 특히 주식시장에서는 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기준 수익률'로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많이 쓰이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투자성과를 비교하기 위한 비교지수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IT분야에서는 무엇인가 기준이 되는 제품 또는 서비스와 비교하여 이를 계량화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말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값비싼 서버나 네트워크 장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벤치마크 테스트는 필수항목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 보통 소비자들에게 벤치마크라고 하면, 아마 가장 쉽게 다가오는 것은 숫자로 표시되는 지표일 것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국민벤치마크라고도 하는 3D마크가 대표적인 예다.

     

    본디 시스템, 특히 이름처럼 그래픽카드의 3D성능을 알아보는데 쓰이는 3D마크는 쉽고 편하고, 게다가 게임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시스템 성능을 평가해서 점수로 표시한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수많은 항목을 평가해서 이를 숫자로 표시하는 것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그런 복잡함 대신 몇 점이라는 점수로 내 시스템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것이다. 이게 보통 소비자가 느끼는 벤치마크다.

     

    <3D마크는 유명세만큼이나 구설수에도 많이 오른 벤치마크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이렇게 특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벤치마크를 하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3D마크는 그 유명세만큼이나 타깃이 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래픽카드의 3D마크 점수가 높게 나오도록 드라이버를 손보았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3D마크가 워낙 유명하고 잘 알려져서 그렇지,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의 상당수는 이런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떴다. [참 빠른 LTE?… 한국인들 다 속았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4세대 이통통신 LTE를 둘러싼 이동통신사들의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지면서, 일부 이동통신사에서 실제 LTE속도보다 더욱 빠른 속도가 보이는 것처럼 조작을 했다는 내용이 주된 것이었다.

     

    PC에 대한 관심이 요즈음은 핸드폰으로 옮겨지면서 벌어지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미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의 성능을 평가하는 각종 벤치마크 프로그램이 상당수 나와 있다. 듀얼코어를 지나 쿼드코어가 쓰이고, 2GB 대용량 메모리를 달고 나온 스마트폰이 팔리는 세상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속도 측정 어플도 여러 회사에서 나오고 있다.>

     

    인터넷 속도 측정 회사들 역시 어플을 만들어 이동통신 속도 측정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사들이 속도 측정에 좀 더 높은 점수가 나올 수 있도록 손을 보았다는 것이 기사의 주된 내용이다.

     

    이론적으로도 속도 측정 사이트가 위치하고 있는 특정 위치의 백본만 특별히 더 강화한다던지, 반대로 아예 어플을 만들 때 특정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에서 좀 더 빠른 속도가 나오도록 하는 식으로 속도를 높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최적화라고 할 것이고, 또는 테스트베드라고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의 시스템이 어떤 이동통신사를 쓰건, 어떤 스마트폰을 쓰건 사실상 거의 같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사에서 LTE를 제공하기 위해 쓰는 각종 기기나, 스마트폰의 통신칩이 사실상 별 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최적화를 통해 어느 정도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크지도 않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솔직한 전언이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벤치마크 테스트, 특히 이동통신 속도에 대한 테스트는 그냥 참고만 하라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정말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데, 정작 우리 집과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영 속도가 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내 손안에 들린 스마트폰의 속도지, 광고에서 아무리 진짜 빠른 LTE라고 외쳐봐야 내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점이다.

     

    관련 업계 역시 서로 손가락질만 하기 전에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확한 벤치마크안을 만드는데 나서야 할 때다. 믿음이 가지 않는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놀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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