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28 17:57:00
필자가 기자생활을 막 시작할 무렵, 업계 선배가 필자에게 문법의 중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야 글을 쓰는 기자이니 당연한 것이겠거니 하는 이유라 생각했지만, 업계 선배는 필자에게 더 중요한 이유를 말해줬다. 바로 '글을 읽는 어린 독자층을 위해서'였다.
선배는 필자에게 최근 어린 독자층이 책보다 온라인으로 더 많은 것을 습득하는 것을 강조했다. 서점에 들러서 각종 서적을 구입해 정보를 얻기 보다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색한다는 것이다(물론 학교 숙제 등을 자신의 지식이 아닌 온라인 포털에서 검색해서 해결하거나, 대학생이 타인의 논문, 리포트를 복사해 제출하는 점 등은 큰 단점이다).
물론 빠르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점에서 온라인에서 얻는 정보는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정보만을 추구하고 올리게 되면 바르고 정확한 글이 되기 어렵다. 글쓴이 자신만 읽고 쓰는 글일 경우, 스스로 잘못 올린 것을 알면 수정하면 되지만, 이 글을 타인이 읽게 될 경우에는 달라진다. 올바른 문법을 아는 이라면 문제 없지만 문법을 습득 중인 저연령층 독자들은 그 글의 문법을 따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도 완벽하지 않기에 바르고 정확한 글을 작성하고자 내로라하는 종합지나 서적, 문법 교정 등을 수시로 확인하며 글을 작성하고 있다. 누구나 생활하면서 자기가 써왔던 말과 생각을 글로 작성하기 때문에 틀린 문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필자가 잘못된 문법으로 작성한 글을 초등학생 독자가 이를 습득해 받아쓰기에서 틀렸다면, 이는 독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필자가 소속한 매체의 신뢰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이 역시 업계 선배가 충고해 준 부분이다). 정보와 각종 서비스를 전달하는 목적도 있지만, 독자들이 올바른 글과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이다.
지난 26일, AOS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서비스 중인 라이엇게임즈는 문화재청과 서울시 중구 중명전에서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협약식을 갖고 한국 문화유산의 지속가능한 보존 및 청소년 문화유산교육 협력, 문화재지킴이 봉사활동 등 공동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 밝혔다.
물론 국내의 많은 대형 온라인 게임사들도 사회환원의 일환으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나눔의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해외 게임사가 봉사활동도 아니고, 우리가 꾸준히 지키고 가꾸어 나아가야 할 문화유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나가기로 한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라이엇게임즈의 협약식은 국내 게임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가활동으로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는 것도 좋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알고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내신성적을 위해 수 많은 학원에 다니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치열한 입시경쟁을 해왔기에 이러한 점은 너무나도 부족했다.
몇달 전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역사여행을 통해 멤버들에게 한국의 명사를 답사하는 순서를 마련한 명지대 유홍준 교수는, 선조들이 이루어 놓은 문화재를 사랑하고 가꾸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수 많은 문물이 쏟아지는 현대시대에 우리 후손들이 가꾸어야 할 문화재가 발생하지 않음을 아쉬워한 적이 있다. 한국의 문화유산에 많은 관심을 갖고 가꾸어야 우리 역시 후손에게 물려줄 문화유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연령에 걸쳐 다양한 양질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도 현재 사회환원 활동에서 나아가, 자사의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상식을 쌓을 수 있도록 위와 같은 계기를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용 게임 외에도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외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힘써주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질이 향상되기 위해서, 이 점은 반드시 필요하다.
베타뉴스 정혁진 (holi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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