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23 09:55:22
하반기 기대작이라 할 수 있던 갤럭시S III와 새로운 아이패드, 그리고 구글 넥서스7이 선보인 지금, 오랫동안, 그러면서 꾸준히 주목을 끌고 있는 소식 가운데 하나는, 다름 아닌 페이스북폰이 나온다는 뉴스다. 물론 페이스북은 확실한 긍정도, 그렇다고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을 펴면서 상황을 즐기는 듯도 보인다.
SNS와 이를 쓸 수 있는 전용 하드웨어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페이스북이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렇다면 단지 SNS와 하드웨어의 결합 때문에 이른바 페이스북폰이 선보이는 것인가? 이는 결코 그렇지 않다.
첫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페이스북은 이미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이른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즉, 몇 가지 기능을 제공하는 단순한 어플이 아니라,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또 다른 게임과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한지 오래다. 물론 구글처럼 아예 OS를 새로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플랫폼이 갖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전용 단말기의 수요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용자, 즉 규모의 경제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SNS라는 시장에서 페이스북은 명실상부한 세계 1위다. 가입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9억 명이 넘고, 지난해 매출은 37억 달러에 이른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플랫폼이라는 특성상 그 서비스에 머무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물론 페이스북폰이 나온다고 9억 명의 사용자들이 모두 페이스북폰을 사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플랫폼과 사용자라는 기반은 충분하다.
세 번째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페이스북의 만족도가 낮다는 점이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성장과는 달리, 지난 6개월간 미국 사용자 수가 1.7% 줄어드는 등 페이스북 유저 사이에서도 싫증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얼마 전 결혼한 주커버크에게는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언젠가 페이스북을 대신할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플랫폼이 선보일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페이스북으로서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새로운 기반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와 연결해서, 페이스북 어플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더욱 낮다는 점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PC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에서 페이스북에서는 많이 어색함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많다. 처음에는 PC를 기반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모바일 사용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지금, 이에 걸맞은 인터페이스를 갖추는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페이스북의 당면 과제가 된 것이다.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미 애플 출신 엔지니어를 충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창고에 넘치는 자금을 바탕으로 예를 들면 페이스북을 쓰기 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블랙배리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을 인수하거나, 요즈음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만 HTC를 인수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미 HTC와는 차차(Chacha)를 통해 손발을 맞춘 경험도 있다. 비록 페이스북이 하드웨어의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인수합병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네이버나 다음 같은 토종 기업들이다. 이미 관련업계에는 네이버 태블릿 등의 소문이 끝이질 않는다. 오늘자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등록된 네이버 관련 어플은 약 20여 개에 이른다. 네이버는 이런 기반과 이용자를 바탕으로 한다면 태블릿 등의 모바일 기기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블로그, 카페, 메일 등 기존 서비스를 하나 하나 분리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초록색으로 커버만 씌우면 네이버 태블릿이라고 팔린다고 생각하는지, 토종 기업들은 페이스북의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1등은 결코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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