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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응답하라 15세기? 여가부의 게임 마녀사냥


  • 김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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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9-24 18:28:19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공고한 게임물 평가계획 세부안이 게임계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여성부 고시 제정안 행정예고는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 이른바 셧다운 제도의 대상에 포함되는 게임물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게임의 유형, 사용기기, 과도한 이용을 유발하는 요인에 대해 범위평가 기준 및 평가 척도를 세분화한 것이다.
     

    그런데 그 평가기준과 평가지표를 보면 마치 지난 15세기부터 유럽 전역에 행해졌던 '마녀사냥'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부정적인 기준을 잣대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강박적 상호작용' 항목에서는 '캐릭터의 레벨, 능력을 높이기 위해 타인과 역할을 분담해 협동하는 구조', '함께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 도중에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 '게임을 하며 함께 무엇을 해나간다는 뿌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구조' 등을 평가 지표로 삼고 있다.
     

    위의 말을 종합해보면 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파티플레이가 '강박적 상호작용'의 사례인 것이다. 즉 농부는 자기 논과 밭만 농사 짓고, 이웃 땅은 일손이 모잘라도 돕지 말라는 뜻과 같다.


    이밖에도 '게임을 오래 하면 머니를 많이 버는 구조', '게임을 오래 해야 좋은 아이템'을 얻는 구조' '퀘스트에 성공하면 레벨업이나 스킬이 향상되는 구조' 등도 평가 지표로 정해져 있다.


    즉, PvP 시스템, 레벨업 시스템, 파티 시스템, 퀘스트 보상 시스템 등 온라인 게임에서 주로 적용되는 시스템이 하나라도 적용된 게임이라면 무조건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내용대로 평가항목이 시행될 경우 셧다운제도 시행 대상인 18세 이상 이용가를 제외한 게임의 대부분이 부적격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애초에 평가서 자체가 온라인 게임의 기초가 되는 시스템을 부정적인 내용으로 보고 점수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평가의 범위가 PC용 온라인 게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 태블릿PC, 콘솔 게임 등 모든 기기에 적용되기 때문에 위 평가지표를 따른다면 최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애니팡'도 셧다운 대상에 포함되게 된다.


    이번 평가 지표는 전혀 객관적이지 못하고 게임의 긍정적 요소마저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한 마디로 '비상식적인 평가 지표'다.


    얼마 전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보통의 상식을 갖고 보더라도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는 기준"이라고 지적하자 김금래 여가부 장관이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도록 의견수렴을 잘 하겠다"고 답하며 그 기준이 비상식적이라고 본인 스스로 인정 한 것.


    이렇게 게임 분야를 향한 정부 부처와 일부 단체 및 매체의 '마녀사냥'이 '게임이 문화콘텐츠산업 수출 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떨어지는 게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이 결코 허황된 것은 아니리라.
     

    일단 지난 21일까지 이번 평가안에 대한 의견 수렴이 진행됐다. 과연 얼마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할지 두고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마녀사냥의 어원을 돌이켜보니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특히 괄호를 친 부분을 위의 상황에 맞춰 바꿔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마녀사냥 : 15세기 이후 (기독교)가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상황에서 비롯된 광신도적인 현상으로 절대적 신조를 내세워 (개인)에게 무차별한 탄압을 하는 행위".

     




    베타뉴스 김태만 (ktman21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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