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05 19:18:32
삼성의 차세대 SSD '840 시리즈'의 등장 |
PC의 저장장치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하드디스크드라이브(이하 HDD)다. 흔히 ‘메모리’라 불리우는 RAM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기에 운영체제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각종 데이터파일을 저장하는 기본적인 저장장치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HDD는 컴퓨터의 전체적인 성능의 발목을 잡는 주범 중 하나다. 어느덧 테라바이트(TB)급 용량을 달성하고 기술적으로도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허나 데이터를 읽고 쓰는 기본 구조가 수십년 전 처음 개발됐을 때와 별 차이 없어 CPU나 GPU, RAM 등 반도체 소자에 비해 너무 느리고, 그만큼 PC의 전체적인 퍼포먼스를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HDD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읽고 쓰면서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SSD(Solid State Drive)가 최근 PC 부품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초기의 SSD는 용량이 매우 적고 가격은 매우 비싸 아무나 쓸 수 있는 제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운영체제 및 기본 소프트웨어 설치에 충분한 128GB급 제품이 주력이 되고,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대가 ‘살만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PC의 성능에 관심있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빠르게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 삼성 SSD 840 Pro 시리즈
현재 가장 잘 알려진 SSD 브랜드로는 인텔과 OCZ, 그리고 삼성을 꼽을 수 있다. 그중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사답게 업계에서도 일찌감치 SSD 시장에 진출한 바 있으며, 이전 세대 대비 진일보한 성능과 안정성으로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830 시리즈’로 국내는 물론 세계 SSD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삼성전자가 2012년 추석을 앞두고 향후 SSD 시장 석권을 위한 신무기인 ‘840 시리즈’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업계 최고 성능’을 내세우며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 및 하드웨어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먼저 출시한 제품이 바로 ‘840 Pro’ 시리즈다.
동일한 플랫폼, 더욱 강화된 구성 및 성능 |
삼성 840 Pro의 기본적인 외관은 전작이라 할 수 있는 830 시리즈에 비해 크게 달라진 면은 없다. 디자인상으로 한쪽 모서리에 있전 주황색 사각형이 제품 중앙으로 옮겨오고, 표두께가 최근 SSD 추세에 맞게 7mm로 줄어들어 좀 더 얇아졌을 뿐이다.
▲ 울트라북 등에 장착할 수 있는 7mm 두께
두께가 7mm로 줄어든 만큼 슬림한 두께의 초박형 노트북이나 울트라북 등에도 문제 없이 장착 가능하다. 또 830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알루미늄 합금으로 추정되는 금속제 케이스를 채택해 내구성과 더불어 내부 발열이 외부로 빠르게 발산되도록 했다.
▲ 최신 제품 답게 SATA 6Gbps 인터페이스를 지원
가장 최신 제품인 만큼 역시나 가장 최신 인터페이스인 SATA3(SATA 6Gbps)를 채택했으며, 일부 노트북 등에서 쓰이는 소형 SATA 커넥터가 아닌 표준 SATA 커넥터를 채택함으로써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가리지 않고 모두 사용 가능하다.
기존 제품 대비 내부 구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지만, 삼성 840 시리즈는 표준 십자나 일자가 아닌 5각형 별나사를 채택해 일반인들이 쉽게 열어 내부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 비표준 별나사를 적용해 내부 확인이 어렵다
다만 삼성전자측의 발표에 따르면 840 시리즈의 기판 디자인은 기존 830 시리즈와 거의 같으며, 장착된 컨트롤러와 캐시역할을 하는 DRAM, 데이터가 저장되는 낸드 플래시만 달라졌단다.
840 Pro에 탑재된 신형 MDX 컨트롤러는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설계 및 제조한 것으로 전작인 830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트리플코어 방식이며, 프로세서 코어 역시 새로운 코어(ARM Cortex R4)가 적용됐다.
물론 작동 클럭이 향상된데다, 더욱 향상된 신호처리 알고리즘이 적용됨으로써 기존 830 대비 데이터 처리 능력을 더욱 끌어올렸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중간에 데이터가 머무는 ‘캐시’역할의 DRAM도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난 512MB의 DDR2 메모리가 적용됐다.
특히 SSD 성능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낸드 플래시’도 기존보다 공정이 개선되고 처리속도로 향상된 21나노 공정 기반 토글 2.0 낸드를 채택했다.
▲ 내무 구조 및 기존 830 시리즈와의 차이점
또 하드웨어 제원이 강화된 반면, 소비전력은 크게 줄였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SSD에서 가장 전력 소모가 많은 컨트롤러와 DRAM 캐시 메모리를 저전력으로 설계, 기존 830 대비 소비전력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는 것.
소비전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노트북과 같이 배터리에 의존하는 모바일 PC의 외부 사용시간을 더욱 늘려준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역시 새로운 SSD에서 가장 궁금한 점은 바로 ‘성능’일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도 840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가장 전면에 내세운 것이 바로 성능이었다.
특히 삼성 자체 테스트결과에 따르면 랜덤 4K 읽기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10만IOPS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랜덤 4K 쓰기 역시 9만IOPS로, 이같은 성능은 현재 개인용 저장장치 인터페이스로 쓰이는 SATA3(SATA 6Gbps)에서 낼 수 있는 최대 수준이라고 삼성전자 측은 밝혔다. 최대 연속 읽기/쓰기 성능은 840 Pro 버전(256GB)을 기준으로 각각 540MB/s, 520MB/s다.
과연 840 Pro는 삼성전자가 ‘업계최고수준’이라고 호언장담한 만큼의 성능을 제공할까.
각종 벤치마크 툴을 이용해 840 Pro의 성능을 측정한 결과, 삼성전자가 발표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매우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벤치마킹 프로그램에 따라 삼성 측이 발표한 수준에 근접하는 최대 500MB/s를 넘는 읽기/쓰기 성능을 보이기도 했다.
▲ 크리스탈 디스크마크 테스트 결과
▲ 매우 우수한 결과가 나온 ATTO 디스크 벤치마크 결과
▲ AS SSD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특히 삼성은 일부 SSD 컨트롤러에서 사용하고 있는 ‘데이터 압축’을 쓰지 않고도 이같은 성능을 구현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MP3같은 음악파일이나 MP4, MKV 포맷의 동영상 등 처음부터 압축되어 있는 대용량 파일을 전송할 때도 성능저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성능 결과는 사용자의 시스템 및 사용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만 하자. 다만 사용자가 840 Pro의 성능과 관련해 직접 손을 댈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오버 프로비저닝(Over Provisioning)’ 설정이다.
‘오버 프로비저닝’이란 저장공간 일부를 할당해 SSD의 전체적인 수명과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기능으로, 대부분의 최신 SSD에는 초기 출고시 대부분 적용되어 있다.
헌데, 이번 삼성 840 Pro는 출고 기준으로 오버 프로비저닝 공간이 할당이 안되어 있다. 840 Pro 정도의 SSD를 쓰는 고급 사용자라면 사용 환경과 용도에 따라서 사용자가 직접 오버 프로비저닝 공간을 할당하는게 낫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 약 10%의 오버 프로비저닝 공간 할당 후 테스트 결과
오버 프로비저닝 할당량은 보통 SSD 용량의 5%~8% 수준이다. 물론 840 Pro는 삼성 SSD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유롭게 할당 가능하다. 할당량이 늘어날수록 전체 저장공간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낸드플래시의 수명을 늘릴 수 있고 성능또한 좀 더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로 위의 테스트 결과는 오버 프로비저닝을 할당하지 않은 100% 용량으로 진행한 것이며, 약 10%를 오버 프로비저닝 공간으로 할당한 결과 전체적인 성능이 약간 상승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 쉬운 '마이그레이션'으로 SSD 대중화 노린다 |
한편, 이번 840 시리즈 출시를 전후로, 삼성전자는 자사 SSD를 위한 새로운 소프트웨어인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을 함께 선보였다.
기존 830 시리즈에도 ‘업그레이드 킷’ 형태로 마이그레이션 솔루션이 제공됐지만, 삼성 SSD 전용이 아닌 일반 상업용 소프트웨어인 ‘노턴 고스트’를 번들로 제공했었다.
고스트 자체야 충분히 강력한 소프트웨어지만 마이그레이션, 즉 현재 운영체제 시스템을 그대로 옮기는 작업을 하기 위해선 여기저기 수동으로 옵션을 조정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메뉴얼 등을 통해 자세한 사용법을 제공하긴 했지만, 하드웨어 초보자는 물론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도 다소 까다롭긴 마찬가지였던 것.
대신 이번 840 시리즈서부터 삼성 자체적으로 선보인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은 복잡한 설정 없이 클릭 몇 번 만으로 마이그레이션과 파티션 조정, 기존 HDD 백업 등을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다른 SSD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던 고스트와 달리, 이번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은 오직 삼성의 SSD 제품군(470 시리즈, 830 시리즈, 840/840 Pro 시리즈)에서만 작동한다. 또 지원하는 운영체제는 윈도우 XP(SP2) 및 7 이상이며, 맥(Mac) OS 사용자들은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을 쓸 수 없다.
참고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은 현재 베타버전으로 삼성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10월 말까지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을 써본 느낌이나 의견, 개선할 점 등을 적어 보내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진행중이다.
※ 삼성 SSD용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링크
▲ 840 Pro(왼쪽)와 일반 840(오른쪽)
번외로, 840 Pro 시리즈가 아닌 일반 ‘840 시리즈’에 대한 소개도 함께 하도록 하겠다. 840 Pro 시리즈가 전문가급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하이엔드’급 제품이면 일반 840 시리즈는 기존 830의 뒤를 잇는 ‘메인스트림’급 제품이다.
Pro 버전과 일반 버전은 같은 플랫폼과 컨트롤러, 동일한 용량 및 성능의 캐시 메모리를 탑재했다. 다만 차이점은 Pro 제품이 MLC 낸드 플래시를 썼다면 일반 버전은 최근 저장장치용으로 새롭게 떠오른 TLC 낸드 플래시를 썼다는 점이다.
다른 종류의 낸드 플래시를 썼기에 전체적인 성능은 Pro 버전에 비해 일반 버전이 다소 처지는 편이다. 특히 쓰기 성능에서 좀 더 뒤쳐진다. 또 일반 840은 Pro 버전과 달리 오버 프로비저닝 공간이 기본 할당되어 있어 표기 용량이 조금 적다.
TLC 낸드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내구성’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840 시리즈 발표회장서 만난 삼성전자 관계자는 “저가형 메모리카드에 들어가는 TLC와 달리 840 시리즈에 적용된 TLC는 ‘인핸스드 TLC’로, TLC중에서도 품질이 검증된 최상급 낸드 플래시”라며 “최종적인 데이터 보증 기간에 대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삼성 내부에선 하루 10GB를 읽고 쓰더라도 최대 10년까지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스마트폰 선두기업 삼성, SSD에서도 선두 다진다 = 많이 알려져있지 않지만, 이미 삼성전자는 SSD 업계에서도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삼성 SSD 하면 이전의 470 시리즈와 830 시리즈만 떠오르지만, 실제로는 OEM 방식으로 PC 제조사들에 공급된 것만 해도 전세계 점유율 55%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즉 글로벌 제조사들의 PC에 기본 탑재된 SSD의 상당수가 삼성 SSD인 셈이다.
▲ 이미 삼성전자는 SSD 분야에서도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이번 840 시리즈부터 기존 OEM 시장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 시장 공략도 더욱 강화할 것을 천명하고 나섰다. 기존 830까지는 오직 입소문에만 의존한 판매였다면 840 시리즈는 본격적인 소비자 마케팅 활동에도 나선다는 말이다.
그러한 각오에 걸맞게 이번 840 시리즈는 확실히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무장하고 대지에 섰다. 이미 입소문을 통해 우수한 성능 및 안정성이 입증되고, 실제 판매율도 높은 830의 뒤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미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내세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 HDD의 뒤를 있는 SSD 시장에서도 840 시리즈가 돌풍을 일으키며 ‘업계 1위’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을지 기대가 앞선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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