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15 19:37:31
21세기에 살고 있는 남녀노소에게 없으면 안되는 것과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은 것. 바로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이다. 지난 12일 다음커뮤니케이션 주최로 열린 '디브온2012'에서, 위 두 가지를 개척한 두 명의 주인공이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 마련됐다.
우리나라에 인터넷을 처음 도입한 주인공인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송재경 대표와 카이스트 시절 사제지간이다. 전 교수의 연구실인 SA랩(System Architecture LAB)은 정철, 허진호, 박현제 등 인터넷 1세대 인물들과 김정주, 나성균, 박진환, 그리고 송 대표 등 현 시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리더들을 배출해 낸 곳이다.
'인터넷 30년, 다가올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대담에서, 전 교수와 송 대표는 국내 인터넷이 도입되었을 당시 SA랩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서로의 모습에 대해, 송 대표는 "당시 전 교수님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고, 그 분야에 있어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또한 "자료를 제출할 때 마침표 하나, 문법, 철자 하나만 틀려도 호되게 혼내시는 등 완벽함을 추구하셨다"고 당시 모습을 회상했다.
전길남 교수는 1982년 5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구미 한국전자기술연구소에 있던 컴퓨터의 고유 인터넷 주소를 할당 받아 기기간 데이터 패킷을 송수신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을 연결하는 순간이자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다. 그는 URL에 국가 별로 붙는 것 중, 우리나라 도메인에 쓰이는 '.kr'을 도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전 교수 역시 "당시 송 대표는 공부도 잘하면서 조용한 인물이었다. 보통 석사 학위까지 하고 연구소를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송 대표는 연구도 하면서 게임개발에도 빠져있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석사 학위라도 마치고 나가라고 했을텐데 송 대표는 말리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전 교수의 생각은 옳았다. 송재경 대표는 27세에 카이스트를 나와 김정주 회장과 넥슨을 공동 설립하고 '바람의 나라'를 개발했으며 이후 엔씨소프트에서는 인기 MMORPG '리니지'를 개발, 한국 온라인게임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인물이 되었다.
전 교수는 인터넷을 처음 도입하면서 꿈꾸어 왔던 미래의 모습, 즉 30년이 지난 현재 모습에 대해 "사용자 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을 했지만, 온라인 상에서 오고 가는 데이터의 양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 역시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을 개발하면서 게임산업의 현재 모습, 나라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인물은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TV, 자동차 등 어떠한 산업이든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존재한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으로 선구자 역할을 한 만큼 부작용 역시 타 국가보다 먼저 나오게 된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이러한 것들로 나오는 부작용들을 해결하는 것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국내 인터넷을 들여올 당시 자신을 비롯한 연구진 모두가 20대였던 것을 밝히며, 현 시대에 살고 있는 20대도 그러한 능력, 여건이 충분히 있음을 강조했다. 송 대표 역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아무리 노력해도 2등이며, 20대는 가진 것도 없지만 잃을 것도 없는 때인 만큼 정말 하고 싶고 새로운 일에 투자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들은 서로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했다. 전 교수는 앞으로 새로운 인터넷 인구는 아시아, 아프리카에 나올 것이라며 향후 아프리카 국가에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고 싶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연말 MMORPG 기대작 '아키에이지'를 개발 중이지만,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윌리엄 깁슨 작가를 인용하면서 "지금은 온라인 게임이라는 탈을 쓰고 접근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 세계와 현실이 비슷해질 것 같다. 그 곳에서 의사소통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정혁진 (holi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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