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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똑똑해졌다는 ‘스마트TV’, 꼭 지금 사야만 하는가


  • 최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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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11-14 15:13:09

    올해 안으로 공중파 TV 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완전히 바뀔 예정이다. 이미 지난 8월 16일 울산에서는 아날로그 송출이 완전히 중단됐으며, 오는 12월 말일에는 서울 경기지역도 아날로그 방송 송출이 중단될 예정이다.

     

    덕분에 요즘 TV 업계는 그 어느때보다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느라 바쁘다. 아날로그 방송 송출 중단은 자연스레 디지털 TV에 대한 교체 수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 LG같은 대기업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브랜드들도 TV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TV와 같은 주요 가전제품은 친숙한 대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그런데 막상 대기업 브랜드 TV를 고르려면 고민이 많다. 중소브랜드의 중저가 제품은 ‘가격’과 ‘서비스’ 외에는 딱히 고려할 점이 없지만 대기업 제품은 디자인을 시작으로 같은 각종 부가기능이 줄줄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TV 시장의 화두는 LED와 3D를 거쳐 ‘스마트’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 일상 생활에 뿌리를 내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기능을 TV에 적용함으로써 기존 TV로는 불가능한 ‘똑똑한’한 기능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 그런 ‘스마트’한 기능이 과연 TV를 새로 사는데 필수적인 요소인지 말이다.

     

    ◇ 많이 똑똑해지긴 했는데... 2% 부족한 지금의 스마트 TV = 확실히 요즘 ‘스마트 TV’들이 광고를 통해 소개하는 기능들을 보면 못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TV로 인터넷에 접속해 각종 뉴스를 검색하거나 날씨, 주식시세 등 각종 생활 정보를 찾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가장 최신의 제품들은 마치 스마트폰 처럼 TV 전용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존 매체로는 접근할 수 없는 추가적인 콘텐츠 이용도 가능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IPTV 서비스의 특징까지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스마트 TV’만 있으면 TV만으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아이폰으로 전 세계에 스마트 열풍을 불러 일으킨 애플이 유독 ‘애플 TV’를 포기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스마트 TV의 가능성을 미리 내다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TV의 ‘스마트’ 기능은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기준으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즉 절대적인 선택의 기준이 아니라는 말이다.

     

    간단한 뉴스나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피처폰에서조차 가능한 것이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거나 콘텐츠를 즐기는 것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이미 일상화된 모습이라 새로운 점이 없다.

     

    특히 아무리 TV가 똑똑해졌다 하더라도 더욱 똑똑해지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따라가기에는 어림도 없다. 반응속도, 애플리케이션 실행속도, 제공하는 기능 등에서 한참 부족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기능들을 잘 사용하고 있다면 TV에 들어있는 ‘스마트 기능’을 딱히 이용할 이유가 없다. 고정해놓고 쓰는 TV이니 당연히 이동하면서 쓸 수도 없다.

     

     

    인터페이스도 불편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이미 ‘현재 가장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 꼽히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TV는 아직까지 구시대적인 ‘리모컨’에 의지하고 있다. 정해진 기능의 버튼만 누르는 리모컨으로는 제스처와 멀티터치로 인해 다양한 입력 패턴을 제공하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따라갈 수 없다.

     

    물론 전용 키보드와 터치 패드, 모션 인식과 같은 독특한 인터페이스를 갖춘 일부 TV 모델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한데다 상대적으로 반응도 느리고 불편하다. 훨씬 큰 화면이 장점이라고? 차라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TV에 연결해 출력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TV의 목적이 공중파 또는 케이블로 전송되는 ‘방송 콘텐츠’를 시청하는데 있지, 그런 스마트 기능을 이용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완벽하지 못한 스마트 기능을 위해 TV를 산다는 것은 오히려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정말로 고민해야하는 것은 수신률이 좋은지, 화질이 괜찮은지 등의 근본적인 요소다.

     

     

    정리해보면 지금 시점에서 TV의 스마트 기능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옵션’일 뿐이다. 스마트 기능때문에 수 십 만원까지 더 비싼 고급형 모델을  반드시 살 필요는 없다. 차라리 같은 금액으로 한 치수 더 큰 일반 모델을 검토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또 최신의 TV 제품들이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스마트 기능’은 이미 우리 손에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더 많이, 더욱 쉽고 빠르고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다. TV의 스마트 기능은 아직까지 일부 소비자들의 흥미 만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제조사들 역시 이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사의 스마트 TV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늘리고 확충하는데 필사적인 것도, 독자적인 기능이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만 기존의 스마트 디바이스-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현재 스마트 TV에서 제공하는 기능들을 두번 세번, 신중하게 검토하고 최소 하루에 30분 이상 쓸 일이 없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일반 TV를 고르자.

     

    잊지 말자. TV에 스마트 기능이 없어도 평소 즐겨 보는 뉴스나 쇼 프로그램, 스포츠 중계, 드라마 등을 시청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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