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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컴퓨팅의 기준, AMD 가속처리장치 ‘카베리’


  •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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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2-18 11:20:00

     “PC의 성능은 CPU(중앙처리장치)가 좌우합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어느 TVCF에서 소녀시대가 한 말 기억하지? CPU, 분명 PC에서 없어서 안 될 중요한 장치다. 이게 없으면 PC를 켤 수 없는건 당연한거고, 있다 하더라도 어떤 것을 썼느냐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당신 그거 아는가? 이제 중앙처리장치(CPU)가 아닌 가속처리장치(APU)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걸?

     

    ▲ 가속처리장치(APU) 시대가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 CPU + GPU ? All about APU - 전문용어 난무한다고 수험생 수학문제 보는 것 마냥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가속처리장치(APU)는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컴퓨터에서 두뇌를 맡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림을 그려내는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따로 놀다 이제서야 사람의 두뇌처럼 좌뇌와 우뇌가 연결된거다.

     

    흔히 우뇌는 예술적 감각과 공간 인식, 좌뇌는 계산이나 언어 등을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속처리장치도 그 구조를 얼핏 보면 사람의 뇌와 흡사하다고 느껴질지 모르겠다.


    왜 가속처리장치는 이름을 하고 있을까? 겉은 CPU+GPU의 구조일지 모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CPU는 기본적으로 직렬 구조이고 GPU는 병렬 구조를 취하고 있다. 컴퓨팅에서 직렬보다 병렬처리가 더 효율적이고 빠르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

     

    ▲ CPU와 GPU가 하나 되어 효율을 극대화 하자는 것이 APU의 기본 개념.

     

    APU는 이 두 장점을 하나로 합쳐 효율을 극대화 하겠다는 것이다. 따로 달아도 똑같지 않냐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단 둘을 따로 달면 비용적인 손실이 발생한다. 가뜩이나 당신 주머니가 고통 받고 있는데 게임이나 하자고 더 고통을 줄 수 없지 않은가?


    그 다음으로는 처리 구조의 복잡함이다. 한 공간에 담는다면 바로 연결해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겠지만 따로 장착하면 신호가 오가는 거리도 길고 서로 차례를 기다리느라 컴퓨터가 멈칫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가속처리장치는 이를 해결하면서 비용적 부담도 줄여주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다.

     

    ◇ 3세대 가속처리장치(APU) ‘카베리’ - 2011년부터 AMD는 가속처리장치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비록 CPU나 GPU 따로국밥이 대세라서 빛을 보지 못했다지만 이제는 효율과 가격, 성능 등을 꼼꼼히 따져보게 되면서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AMD가 3세대 가속처리장치 ‘카베리(Kaveri)’를 내놨다.


    솔직히 2세대 가속처리장치까지는 말이 그렇지 제대로 된 구성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라노, 리치랜드와 같은 1~2세대 가속처리장치가 AMD가 예전에 쓰던 사골들을 잘 우려내서 응축한 엑기스 같은 존재라고 한다면 카베리는 완전히 새로운 것들을 쥐어 짜내 담아냈다. CPU와 GPU 모두 새로운 설계를 적용하면서 효율을 극대화 했다.


    중앙처리장치 부분에서는 스팀롤러(Steamroller)라는 새로운 설계를 적용했다. 앞선 설계보다 사이클당 명령어 수를 늘려 같은 작동 속도에서 처리 능력이 상승했다. 그래픽 처리 부분에서는 현재 라데온 그래픽카드에서도 쓰는 그래픽 코어 넥스트(GCN)를 쓴다. 이것 역시 이전 제품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이기종 설계(HSA)를 통한 애플리케이션 처리 효율 개선, 맨틀을 통한 게임 몰입도 향상 등이 카베리의 길을 밝게 빛낸다.

     

    ▲ 그래픽카드 없이도 호환 보드와 메모리 정도만 갖춰주면 무난하게 쓸 수 있다.

     

    카베리에 필요한 것? 당연한 얘기지만 일단 겉모습은 CPU의 형태와 동일하다. 당연히 이 녀석과 함께 호환 메인보드, 메모리 등 PC를 구성하는 기초적인 물건들은 손에 넣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 잘 본다면 당신도 훌륭한 AMD 가속처리장치 PC를 구축할 수 있다. 단, 그래픽카드 따위는 필요 없다.

     

    ◇ 인간의 좌뇌와 우뇌처럼? - 지금까지 컴퓨터는 지적능력과 미적능력이 따로 노는 구조였다. 생각해봐라. 더 빠른 성능을 찾는답시고 좋은 CPU를 고르고 게임 신나게 해보겠다고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찾지 않았나? 그렇다. CPU는 데이터를, 그래픽카드는 화면을 그려내는 역할을 해왔다. 카베리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APU 자체가 CPU+GPU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주니까.


    그렇다면 지금까지 따로 쓰다 함께 붙었다고 빨라질까? APU에 와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아보면 고개를 끄덕일게다. 비결은 이기종 시스템 설계(HSA-Heterogeneous System Architecture)에 있다.

     


    ◇ 공간을 합쳐 효율 극대화한 hUMA - 카베리에는 hUMA(heterogeneous Unified Memory Access)와 hQ(heterogeneous Queueing)가 핵심으로 추가됐는데, hUMA는 CPU와 GPU가 따로 쓰던 메모리 공간을 서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유롭게 한 공간의 자료를 쓰기 때문에 이리저리 거칠 필요 없이 빠른 처리가 가능해진다. 당신의 뇌가 무엇을 하라고 했을 때, 군말 없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얘기.

     


    ◇ 남의 일을 내 일 같이 해주는 hQ - hQ는 CPU가 하던 일, GPU가 하던 일 가리지 않고 처리하는걸 말한다. 지금 컴퓨터의 구조는 CPU나 GPU나 각자 할 일이 따로 있어 어느 한 쪽이 힘들면 그냥 느려져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카베리는 CPU가 힘들면 GPU가 GPU가 힘들면 CPU가 대신 일을 도와준다. 물론 아직 이기종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된 것이 아니지만 점차 참여하는 곳이 늘고 있고 우리가 자주 접하는 것들에서 조금씩 적용이 되고 있다고 하니 몸소 체감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 콘솔 게임기 처럼! MANTLE - 당신이 게임을 즐길 때, 간혹 플레이 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같은 콘솔게임기가 부러웠던 적 있을거다. 게임기는 좋은 그래픽을 보여주면서 부드럽게 잘 되는데, 왜 내 PC는 게임이 끊기는걸까? 이유는 간단. 처음 게임을 만드는 접근 방식부터 차이 나기 때문이다.


    PC는 운영체제 내부의 영향을 받는다. 당신이 새로운 게임을 즐길 때 마다 드라이버 업데이트와 함께 꼭 하는 다이렉트엑스(DirectX), 그곳에 비밀이 있다. 다이렉트엑스는 분명 뛰어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지만 기술 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게임기에도 API가 존재하지만 PC의 그것과는 다르고 개발 시점부터 게임기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걸 어떻게 쓰느냐는 만드는 사람 실력에 달렸지만 아주 깊은 곳부터 손을 댈 수 있기에 게임기와 PC 그래픽이 큰 차이가 없음(아주 없지 않겠지만…)에도 콘솔 게임기가 더 자연스럽게 동작하게 되는 것이다. PC보다 성능이 낮은 게임기가 말이다.


     

     

    카베리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바로 게임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한 맨틀(MANTLE)이 있으니까. 맨틀은 카베리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내부 GPU 성능을 끌어낼 수 있도록 API를 지원해 동일한 하드웨어 구성이라면 다이렉트엑스보다 맨틀 기반 게임이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제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원 등에도 AMD의 APU와 GPU가 탑재되니 콘솔 게임기의 품질을 PC에서도 쉽게 누릴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콘솔과 PC 게임의 경계가 허물어질지 사뭇 기대된다.


    ◇ 카베리 라인업은? - APU, 그리고 새로운 카베리에 대해 알아봤다면, 이제 어떤 녀석들이 우리를 반기는지 확인할 차례. 추후 더 추가되겠지만 일단 당신은 총 3개의 카베리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구성에 따라 가격과 성능이 각각 다르니 목적에 맞춰 구입하면 되겠다. 참고로 가장 가격이 높은 A10-7850K가 약 17만 원대,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A10-7700K는 약 15만 원대다.

     

    ▲ 총 3종의 카베리 APU 라인업이 발표됐고 그 중 2개는 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 이제 APU의 시대가 열릴지니! - 카베리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고전적인 컴퓨팅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컴퓨팅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걸음을 막 떼는 수준이지만 그것이 쌓였을 때 APU가 갖는 힘은 크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걸 제외하더라도 카베리 자체의 성능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그래픽 처리 성능 자체는 인텔의 그것과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위대하다. 어중간한 듀얼코어 CPU에 싸구려 그래픽카드를 꽂느니 차라리 이 녀석으로 PC를 꾸며볼 것을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 해당 기사는 디지털 매거진 이츠비 2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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