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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노트북, 저장장치만 바꿔도 확 달라진다고?


  •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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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3-21 12:04:09

     

    직장인 K씨, 그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약 4년 전에 구입한 노트북 때문. 요즘 다양한 노트북들이 고성능을 앞세워 유혹하지만 저장장치 용량이 작아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구매도 고려했지만 역시 작은 용량 때문에 고민이다. 그렇다고 하드디스크를 쓰자니 용량은 마음에 들어도 성능에 제약이 있어 그 또한 골칫거리. 외장하드를 들고 다닐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K씨였기에 고민은 날로 깊어만 간다.


    이렇게 오래된 노트북의 성능적인 아쉬움으로 새 노트북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가 많다. 빠른 프로세서와 저장장치를 탑재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의 수가 늘면서 가격도 어느정도 안정화 추세에 접어든 것도 사실.


    문제는 성능이 출중함에도 여전히 저장장치의 용량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노트북에 장착된 SSD의 용량은 일반적으로 128기가바이트(GB) 남짓. 운영체제와 여러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상태에서는 실제 내가 쓰는 용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 256GB SSD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노트북 가격은 천정부지 치솟는다. 그 이하는 말할 필요도 없다.


    반면, 하드디스크는 용량이 넉넉해도 성능은 SSD 대비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다. 반도체로 이뤄진 SSD와 달리, 하드디스크는 자기디스크를 빠르게 회전시켜 데이터를 읽고 쓰다 보니 성능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구조다.


    빠르지만 용량이 작은 SSD, 느리지만 용량은 큰 하드디스크. 이 두 사이를 잘 조율한다면 용량도 넉넉하고 만족스러운 성능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다행스럽게도 정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바로 SSHD 때문이다.

     

    ▲ SSD와 하드디스크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를 위해 등장한 시게이트 SSHD.


    ◇ SSD와 하드디스크의 만남 = SSHD – 솔리드 스테이트 하이브리드 드라이브(Solid-State Hybrid Drive)라는 의미의 SSHD는 말 그대로 반도체 기반의 SSD와 기계식인 하드디스크가 합쳐진 구조로 각 제품의 장점을 더해 효율을 높의려는 의도에서 개발됐다. SSD의 빠른 반응 속도와 하드디스크의 대용량이라는 장점을 더해 제한적인 환경에서 성능을 내고자 한 것이다.


    일반적인 데스크톱 PC라면 선택의 폭이 넓고 확장성 또한 무리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로 성능을 높일 수 있지만 노트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형 제품에서는 하드디스크를 한 개만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성능을 높이려면 휴대성을 포기해야 한다. 하드디스크를 두 개 이상 장착 가능한 모델도 간혹 있지만 당연히 크기가 커지게 마련.


    SSHD를 통해 이런 한계는 조금이나마 극복 가능하다. 물론 SSD의 폭발적인 성능까지 기대할 수 없겠지만 SSD와 하드디스크 사이에서 충분히 수긍 가능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시장의 평이다. 특히 여러 소프트웨어가 아닌 주 사용 소프트웨어가 제한적인 사용자라면 오히려 SSHD 장착으로 높은 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

     

    ▲ 복합적인 환경이 아니라면 SSD 못지 않은 성능을 보여준다.

     

    이는 SSD와 하드디스크를 합친 SSHD의 구조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갈 듯 하다. 이 제품에서 데이터는 하드디스크에 우선 저장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하드디스크의 모습. 하지만 사용자가 운영체제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때마다 패턴을 인지한다. 여러 회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은 낸드플래시에 주요 구동 파일을 저장해 둔다.

     

    사용자가 자주 쓰는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때, SSHD는 낸드플래시에 저장된 주요 구동 파일을 불러오면서 성능을 높이게 된다. 캐시 메모리의 개념이지만 더 빠른 데이터 입출력이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면서 더 적극적이고 지능적인 대응이 가능해진 것이 장점이다.


    ◇ SSHD의 성능은? – 구형 노트북의 하드디스크를 시게이트 SSHD로 교체했을 때, 효과가 존재할까? 기자가 보유하고 있는 노트북을 통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해당 노트북은 과거 울트라씬(Ultra-Thin) 라인업으로 에이수스의 UL30V 제품이다. 저전력 코어2 듀오 프로세서와 지포스 G210M 그래픽 프로세서, 4GB DDR3 메모리 등이 기본 탑재되어 있고 하드디스크 용량은 600GB로 부족한 편은 아니다. 운영체제는 윈도우 7 홈 프리미엄 64비트가 설치되어 있다.

     

    ▲ 저전력 코어 2 듀오 프로세서 기반의 울트라씬 노트북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노트북을 초기화 하고 먼저 일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상태에서 노트북을 구동했을 때, 소요되는 시간은 약 30초,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기에 좋은 상황(안정화)이 될 때까지의 시간은 45초였다. 최신형 노트북과 비교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번에 SSHD를 설치해 구동했다. 초기 소요되는 시간은 약 28초,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을 때까지시간은 43초를 기록했다. 설치된 일반 하드디스크와 비교해 조금 빠르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SSHD의 하드디스크 구동 성능이 빠른 만큼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니 말이다.



    그러나 윈도우 진입이 회를 거듭할수록 SSHD의 위력이 빛을 발했다. 일반 하드디스크는 윈도우 업데이트나 기타 소프트웨어 설치가 이뤄지면서 부팅속도가 점차 느려진 반면, SSHD는 점점 더 빨라졌기 때문이다. 처음 5회차까지 성능이 점차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이후에는 양쪽 모두 둔화되지만 그 차이는 약 13초 가량이다.

     


    이번에는 노트북에서 많이 쓸 문서 편집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했다. 운영체제 진입 때와 마찬가지로 하드디스크와 달리 SSHD는 회를 거듭하면 할수록 더 빨리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주 쓰는 애플이케이션의 구동 파일을 메모리에 넣어 두었다가 사용자가 실행하면 즉시 불러오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쓸 법한 인터넷 익스플로러 창 구동 속도를 비교했다. 설정은 기본이기 때문에 접속하면 msn 페이지가 나오게 된다. 여기에서 하드디스크는 대부분 7초대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창을 띄우고 해당 내용을 뿌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주로 창을 띄우고 흰 배경이 유지되는 시간이 길었다.


    SSHD는 이런 과정이 회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처음에는 하드디스크와 마찬가지로 흰 배경에서 주춤하다가 msn 페이지를 띄워주었지만 5회 이상이 되었을 때, 창을 띄우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약 4초면 msn 페이지를 볼 수 있었다.

     

    ▲ 오래된 노트북이라면 속도와 용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려보자.


    ◇ 오래된 노트북에서 속도와 용량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자 – 시게이트 SSHD는 최신 노트북 사용자에게 그렇게 메리트 큰 제품이 아닐 수 있다. 이미 최신형 노트북에는 SSD가 대부분 기본 창착되어 있어 성능적인 이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최신형이라 하더라도 비용으로 인해 하드디스크가 장착되는 경우라면 한 번 고민해 봄직한 제품이다.


    구형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SSD를 장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프로세서의 성능이나 입출력 인터페이스가 SSD의 성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느려지는 일은 없겠지만 SSD가 가진 100% 성능은 맛볼 수 없다.

     


    SSHD는 성능과 용량,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저장장치 사이에서 적절하게 타협한 저장장치라 보면 된다. 성능은 약간 내주더라도 외장 하드디스크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과 넉넉한 용량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개인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10개 이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이하이거나 제한적인 실행 환경이라면 SSD 못지 않은 성능을 제공하니 아쉬움이 없다.


    죽었다 깨어나도 SSD를 써야겠다면 굳이 말릴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현명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제 성능을 쓰지 못하는 하드웨어로 절반의 만족을 느낄 것인지 약간의 타협은 하더라도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볼 것인지는 오로지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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