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4-11 16:59:04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입장에서 이를 원활하게 즐기는 방법은 하드웨어 성능을 높이는 것 뿐이다. 더 좋은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 프로세서(GPU)를 장착하고 메모리 용량을 늘리거나 고성능 저장장치를 통해 최대한 대기 시간을 줄이고 더 빠른 움직임으로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 게이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드웨어의 성능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고성능 제품을 주기적으로 구매하면 당연히 그에 따른 성능은 충분히 경험 가능하다. 문제는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정도 꾸준히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
최근 엔비디아는 플래그십 그래픽카드 지포스(GeForce) 타이탄-Z를 2,999달러(원화환산 약 312만 원 상당)에 발표한 바 있다. 지난 8일 공개한 AMD 라데온(Radeon) R9 295X2는 1,499달러(원화환산 약 156만 원 상당)에 발표되었다. 이들 제품 외에도 내로라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가격은 국내에서 약 100만 원 가까운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상황. 꾸준히 구매하기에 일반 소비자로서 감당하기 힘든 가격표가 아닐 수 없다.
적당히 내 수준에 맞는 그래픽카드로 최고의 게이밍 경험을 맛보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교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의 최적화가 절실하다.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선에서 타협되는 그래픽 효과와 움직임을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AMD가 도입한 맨틀(Mantle)은 게임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 모으고 있다. 아직 배틀필드(Battlefield) 4, 씨프(Thief)와 개발 중인 스타스웜(Star Swarm) 등 적용된 게임의 수는 많지 않지만 이들 게임이 보여준 인상은 강렬했다. 동일한 다이렉트(Direct)X 환경보다 뚜렷한 성능 향상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 현실적인 게임성능 향상 가능한 ‘맨틀’ – 맨틀도 다이렉트X와 마찬가지로 애플리케이션과 하드웨어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다. 어떤 하드웨어든 같은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도록 돕는다. 맨틀은 게임을 즐기도록 도와주는 매개체라 보면 된다.
맨틀의 등장 전, 게임은 다이렉트X 또는 오픈지엘(OpenGL) 등을 사용해야 했다. 두 API는 많이 쓰이는 만큼, 그 역사도 오래됐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뼈대 자체가 과거 시스템에 맞춰져 있어 아무리 업데이트를 하더라도 날로 향상되는 기술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 API는 내부적으로 오버헤드(Overhead) 문제에 봉착했다. 오버헤드는 간단히 설명하면 처리명령이 내려진 명령어가 필요 시간 이상으로 처리될 때를 말한다. 멀티코어에 맞춰 만들지 못했거나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을 잘 끌어 쓰지 못한 경우도 있다. 당연히 좋은 그래픽카드를 쓰더라도 만족스러운 성능이 나오지 않으며 몰입감 또한 낮아진다.
소프트웨어가 중간에 거쳐가는 단계가 많아지고 하드웨어 깊숙한 곳까지 자원을 쓸 수 없는 결과가 나오면 좋은 게임도 그 재미를 누구나 100% 맛보기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맨틀은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의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반면에 맨틀은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차기 그래픽스 코어(Graphics Core Next)설계가 적용된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의 기능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AMD는 개발자가 맨틀로 게임을 개발한다면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의 로우레벨(Low Level) 단계까지 접근해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맨틀은 기본적인 기기들의 관리부터 시작해 명령어 실행, 렌더링 작업 등을 소프트웨어가 제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 제약이 사라지면 자유도는 높아지고 게이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여러 게임 개발사들은 자사의 게임엔진에 맨틀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틀필드를 개발한 다이스(DICE)는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에 맨틀을 적용했고 에이도스(Eidos) 몬트리얼 스튜디오가 언리얼 엔진 기반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크라이텍 또한 크라이엔진(CryEngine)에 맨틀을 적용하겠다 발표하기도 했다.
◇ 맨틀과 다이렉트X의 차이는? – 게임 성능으로 말한다는 AMD. 과연 맨틀은 타 API 기반의 게임과 비교해 어느정도 성능 차이를 보여줄까? 가장 많이 쓰이는 다이렉트X 11와 맨틀간 성능 차이를 테스트했다. 현재 맨틀과 다이렉트X 11을 동시에 지원하는 게임은 배틀필드4와 씨프 두 개. 여기에 개발 중인 스타스웜을 더했다. 시스템은 4.2GHz로 오버클럭이 이뤄진 4세대 코어 i7 4770K 프로세서 기반으로 구성됐고 그래픽카드는 라데온 R9 290X가 쓰였다.
배틀필드4 멀티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했다. 풀HD(1,920 x 1,080) 해상도에 최고 옵션인 울트라 기본 설정이 적용됐다.
이 테스트에서 다이렉트X 11은 51.7 프레임 수준의 움직임을 보여주었지만 맨틀은 88.3 프레임 수준으로 약 60% 가까운 성능 향상을 보였다. API의 변경으로 게임 프레임의 기준인 60 프레임을 도달하느냐 뛰어넘느냐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두 번째 맨틀 지원 게임인 씨프의 벤치마크 항목을 테스트했다. 역시 1,920 x 1,080 해상도에 가장 높은 그래픽 옵션을 적용했다. 여기에 비등방 필터링을 16배 설정했다.
결과는 배틀필드와 다소 다른 모습이다. 다이렉트X 11은 66.5 프레임, 맨틀은 70.1 프레임으로 약 5% 가량 성능 향상이 있었다. 앞서 진행된 테스트와 비교하면 성능 향상 폭은 적다. 그러나 맨틀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현재 알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스타스웜 테스트를 진행했다. 역시 최고 그래픽 옵션을 설정했다. 여기에서 다이렉트X 11은 40.1 프레임, 맨틀은 61.2 프레임으로 약 50% 가량 성능 향상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충분한 가능성 보여준 AMD 맨틀 – 앞서 진행한 테스트 결과에서 알 수 있지만 맨틀기반의 게임은 모두 동일한 환경의 다이렉트X 11보다 게임 내 움직임 성능 향상이 있었다. 적게는 5% 남짓에서 많게는 50% 가까운 수준의 차이를 보였을 정도로 API 변경을 통해 게임 체감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이 증명됐다.
맨틀의 가능성은 단지 게임 성능 향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범용성을 갖는다는 것이 최대의 메리트가 아닐까 평가된다. 현재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차세대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4나 엑스박스원(XBOX One)은 AMD 기반의 시스템을 쓰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맨틀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AMD 시스템을 쓰는 콘솔 게임기 덕에 맨틀은 충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드웨어 성능을 끌어 쓰는 구조인 콘솔 게임기 기반의 게임이 PC로 전환될 때, 맨틀을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PC와 콘솔 게임기 사이의 간극이 사라질 것이다. 게임 품질의 상향평준화와 플랫폼 확장을 통해 여러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이렉트X 12 발표를 통해 맨틀과 마찬가지로 오버헤드를 줄이고 하드웨어 접근 반경을 넓혀 게임 성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비슷한 개념으로 접근했지만 AMD는 맨틀 지원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꾸준히 업데이트 해,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더 잘 쓰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
아직 도입 초기이기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수는 많지 않지만 점차 맨틀을 쓰는 게임이 늘어날 전망이다. 과연 맨틀이 게임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사뭇 기대된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
- 목록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