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7-09 16:05:20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 대변되는 태블릿 기기의 성공을 시작으로 소비자들은 덩치 큰 데스크톱 PC를 멀리하고 노트북 또는 모바일 디바이스로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확고한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하고 발열과 전력 소모가 많은 데스크톱 PC와 달리 휴대가 간편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기기로의 이동은 당연한 수순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소형 PC는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왔다. 극단적인 성격을 가진 초소형 PC도 존재했었다. 문제는 시장이 요구하는 성능과 가격을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제조사들도 기술을 자랑하려는 실험적 성격이 짙었기 때문에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시장이 유지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시장성을 이유로 제품 수가 급격히 줄어버렸다.
최근에야 중앙처리장치(CPU)의 성능이 충분히 납득할 수준에 도달했고 성능을 끌어낼 다양한 해법이 있어 다시 소형 PC의 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데스크톱은 오히려 줄고 있지만 일체형 PC나 베어본 같은 특수 시장의 판매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인텔이 선보인 초소형 PC NUC는 “우리 기술력이 이 정도야!”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니아 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겨냥할만한 상품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깜찍한 크기 ‘이게 PC 맞아?’ – 인텔 NUC의 박스를 열자마자 친숙한 인텔 로고송이 들려온다. 위트가 넘치는 포장을 뒤로한 채 꺼내든 NUC의 모습은 미니멀리즘 그 자체. 성인 남성의 손바닥 안에 들어올 듯한 작은 크기는 ‘이제 정말 PC가 맞을까?’라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다.
NUC는 차세대 컴퓨터 유닛(Next Unit of Computing)을 의미한다. 그 의미를 곱씹으며 NUC를 바라보면 제법 차세대를 지향하는 요소들이 숨어있다. 작은 크기도 그렇지만 알루미늄 재질의 본체, 고광택 커버 등이 기존 것들과 차별화되는 부분 중 하나다. 인터페이스도 꽤 직관적이어서 사용에도 아무 무리가 없으며, 패키지와 함께 제공되는 베사 마운트 플레이트에 NUC를 걸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 베사 마운트 플레이트를 써 모니터 뒤에 NUC를 거치한 모습. 공간 활용성이 증가한다.
속을 살펴보니 구조도 간단하다. 기본적으로는 메모리(DDR3L)와 중앙처리장치(CPU) 등이 탑재된 주기판(Mainboard)이 두 장 구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2.5인치 저장장치를 고정할 수 있는 틀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저장장치를 선택하고 메모리를 꽂는 정도이니 확장성에 한계가 있어 보이지만 쉽게 다룬다는 측면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 군더더기 없이 직관적인 연결/작동 방식을 채택한 인텔 NUC.
CPU는 4세대 인텔 코어 i3 4010U가 탑재됐다. 기본적으로는 듀얼코어 구성이고 1.7기가헤르츠(GHz)로 작동한다. 여기에 가상 쓰레드 기술인 하이퍼쓰레딩(Hyper-Threading)이 더해지면서 더 강력한 성능을 내도록 했다. 3차 임시저장소(캐시)는 3MB, 열 설계전력(TDP)는 15W로 사양 대비 꽤 저전력 설계임을 알 수 있다.
이 프로세서는 인텔이 소형 폼팩터에 맞게 개발한 액티브 팬 방열판과 함께 기판에 납땜된 형태다. 그래서 다른 CPU로의 변경은 불가능하다.
▲ DDR3L 메모리와 전장, 반장 규격의 PCI-익스프레스(PCI-E FMC/HMC) 슬롯이 있다.
메모리는 DDR3L을 쓰도록 되어 있다. 일반적인 PC용 메모리가 아닌 노트북에 쓰는 소형 모듈을 써야 한다. 인텔에 따르면 이 제품에서는 DDR3L-1333/1600 또는 LPDDR3-1333/1600을 지원하는 것으로 안내한다. 제품은 총 16GB를 인식할 수 있다.
한가지 더 확인해야 할 점은 노트북용 DDR3 메모리라 해서 모두 인식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DDR3L과 LPDDR3 메모리는 저전력에 특화된 메모리 규격으로 1.35V 이하의 전압을 갖는다. 때문에 1.5V의 전압을 갖는 일반 DDR3 소형 모듈은 쓸 수 없는 점을 인지하자.
▲ 저장장치는 2.5형 규격을 쓴다. SSD나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면 된다.
저장장치는 기본적으로 상단 틀을 통해 2.5인치 규격의 것을 달 수 있지만 기판을 보면 m-SATA 규격의 장치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 규격의 SSD를 장착하면 공간 확보 및 용량 구성에 이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미있는 점은 소형 PCI-익스프레스 슬롯이 2개라는 점인데, 상단의 슬롯이 전장 규격의 PCI-익스프레스 슬롯이고 하단의 것이 반장 규격의 PCI-익스프레스 슬롯이다. 아마도 와이파이 모듈이나 블루투스 모듈과 같은 모뎀을 장착하도록 자리를 마련해 둔 것으로 보인다.
▲ 최신 인터페이스의 채용으로 뛰어난 확장성을 제공하는 것이 NUC의 큰 매력 중 하나.
덩치는 작은데 확장성은 제법 뛰어나다. 후면부를 보면 USB 3.0 단자 2개, 미니 디스플레이 포트(버전 1.2), HDMI(버전 1.4a), RJ-45 기가비트 이더넷 단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전면의 USB 3.0 단자를 포함하면 총 4개의 USB 단자가 제공되는 셈. 초소형 PC는 이런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지만 NUC는 탄탄한 확장성을 자랑한다.
◇ PC의 새로운 길을 제안하는 기념비적 제품 – 아무리 작은 PC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통념으로 ‘작다’라고 느껴지는 제품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ITX 규격 같은 소형 폼팩터를 쓴 제품들이 비교적 작다는 범주에 속했지만 성능이라는 측면에 있어 그렇게 만족스러운 느낌을 주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NUC는 이런 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4세대 코어 i3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정해진 틀 안에서 자유도를 주는 확장성, 이들을 포장하고 있는 작은 패키지는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득 담은 상자와 같은 느낌이다.
초기에는 가격이 약간 걸림돌이었지만 정보에 따르면, 유통사의 가격 조정을 통해 매력을 더 부각시킬 예정이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격적인 부분만 소비자가 납득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분명 시장에 주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 NUC,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인텔이기에 가능한 모든 것을 집약시킨 초소형 PC다.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는 크기와 규격, 기술을 고스란히 담았다. 독특한 형태로 인해 공간 활용성과 성능이라는 토끼를 잡고자 하는 개인 소비자와 소형 사업장 등에 어울리지 않나 평가해 본다. 일반적인 활용 범위 내에서는 이 제품도 무난하지만 더 뛰어난 성능을 원한다면 4세대 코어 i5 4250U 프로세서를 탑재한 D54250WYK 계열도 고려하는 것도 좋겠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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