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K의 기술진담] 지포스 GTX 970 문제의 어두운 현재와 밝은 미래


  •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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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2-05 18:37:29


    엔비디아는 자사의 하이엔드 라인업 그래픽카드 중 하나인 지포스 GTX 970의 제원 관련 문제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국내에서는 관련 이슈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환불은 물론 미국 뉴욕의 한 로펌은 GTX 970 구매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포스 GTX 970 무엇이 문제였나? 우선 겉으로 드러난 것은 ▲4GB로 구성된 메모리가 실제로는 3.5GB와 0.5GB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었다는 점 ▲2차(L2) 캐시 메모리가 2MB가 아니라 1.7MB로 구성되어 있었고 ▲렌더링 출력 파이프라인(ROP)이 64개가 아닌 56개였다는 점이다. 출시 초창기에는 이들 사양이 상위 제품인 GTX 980과 동일하다고 홍보해왔다.



    사실과 다르게 축소된 사양으로 인해 지포스 GTX 970을 실제 쓰는 사용자들 일부는 특정 상황에서 심한 성능 저하를 경험하기 시작했고, 문제가 점차 커지자 엔비디아는 해당 문제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영국이나 독일, 미국 등 해외 일부 판매점은 제품에 대한 환불을 시작했다는 내용도 곳곳에서 보도되고 있다.




    지포스 GTX 970은 상위 제품과 틀은 같이 하지만, 줄어든 쿠다코어(CUDA Core)에 맞춰 256KB 단위로 구성되는 2차 캐시 메모리가 잘려나갔다. 그래픽 프로세싱 클러스터(GPC)에서 8+8 구조로 관리하는 렌더링 출력 파이프라인도 2차 캐시 메모리에 맞춰 8개가 사라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8개로 구성되어 있는 메모리 컨트롤러 블록도 한 개 제외해야 맞겠지만 엔비디아는 이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는 방법을 택했다.


    요나 알벤(Jonah M. Alben) 엔비디아 GPU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은 해외 매체들과의 대화에서 ‘메모리 사용량이 높은 게임에서도 3.5GB 문제는 최대한 드러나지 않도록 설계했고, 살려둔 마지막 메모리 컨트롤러와 동기화되는 512MB 메모리를 버퍼로 활용하면 PCI-익스프레스(Express) 라인을 통해 주 메모리보다 빠르게 성능을 낼 수 있기에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메모리 컨트롤러는 사라진 2차 캐시와 연결하지 못하고, 결국 옆에 있는 메모리 컨트롤러의 통로를 함께 쓰도록 변경된 것이 지금의 지포스 GTX 970이다.


    ▲ 알려진 여러 정보를 종합해 최종 구성한 GTX 970의 블록 다이어그램.


    자세히 들여다보면 맥스웰 아키텍처는 쿠다 코어 32개가 스케쥴러, 로드/스토어, 슈퍼 팩션 유닛들과 함께 한 블록으로 되어 있다. 그 블록이 4개가 모여 1차 캐시와 텍스처 유닛, 폴리모프 엔진 3.0과 함께 맥스웰 스트리밍 멀티프로세서(SMM)을 구성한다. 이것이 4개 모이면 GPU 코어와 같은 그래픽 프로세싱 클러스터(GPC)가 된다.


    이 모든 것을 갖춘 GTX 980은 256KB 단위의 2차 캐시 메모리가 메모리 컨트롤러에 각각 1:1로 연결된다. 이 컨트롤러는 또 512MB 단위의 GDDR5 모듈과 호흡을 맞춘다. 8개의 컨트롤러와 모듈을 통해 지포스 GTX 980은 256비트, 4GB 용량을 갖는다.


    그러나 맥스웰 아키텍처에서는 2개의 2차 캐시 메모리가 2개의 메모리 컨트롤러 단위로 그룹을 이루는 구조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GTX 970은 2차 캐시 메모리 블록이 7개, 메모리 컨트롤러는 8개가 되기 때문에 한 쪽에서 비정상적인 병목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엔비디아가 3.5GB(모듈 7개) + 0.5GB(모듈 1개) 구조를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3.5GB 이상의 메모리를 사용하려고 했을 때, GTX 970은 다른 0.5GB를 쓰려는 시도를 하지만 두 컨트롤러가 한 라인을 쓰게 되므로 느려지게 된다. 실제로 3GB는 제대로 라인을 활용하지만 이를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병목이 발생할 가능성이 열리는 구조인 셈이다.


    엔비디아는 이런 문제를 인정한 상태. 기술적인 공개가 필요하다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향후 대응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이 없다. 이런 문제가 엔지니어링 팀과 마케팅 팀간의 소통 문제로 비롯된 것이라는 부분도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 엔비디아 코리아 홈페이지 내 GTX 970 정보. ROP나 2차 캐시 메모리 등의 정보가 없으므로 굳이 수정할 필요가 없다.


    이미지에 타격 입은 엔비디아, 이 혼란을 틈타 AMD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과연 뒤집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다. AMD에게 좋은 기회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를 뒤집을 동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다. 현재 AMD의 제품 라인업, 이미지에 상처를 입은 GTX 970을 대체할 상품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하는 얘기다.


    지포스 GTX 970, 980에 대응하는 AMD 라인업은 R9 290과 290X. 두 제품간 성능이 상황에 따라 엇비슷하게 갈린다. 여기에 AMD는 최근 해외에서 290X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본격적인 시장 가져오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문제는 해당 전략이 동시다발적으로 즉시 이뤄졌어야 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저렴한 가격에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는 감감 무소식이다. 여전히 최상위 라데온 제품들의 가격은 상대와의 경쟁을 무색하게 만드는 중이다. AMD 코리아는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현재 AMD는 차세대 라데온의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제품의 투입이 빠르게 진행되면 모르겠지만 이 또한 불투명하다. 신제품 출시가 오기 전까지 R9 290/290X로 대응하기에는 GTX 970의 상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마치 A사 자동차는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쓰면서 연비도 향상되고 성능도 괜찮은데, B사 자동차는 큰 변화 없이 옛 파워트레인 기반의 차량을 상품으로 내세우는 것 같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안타깝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것으로 엔비디아가 통 크게 대규모 리콜을 결정한다거나, 엄청난 환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대인배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기껏해야 사죄의 의미로 구매자들에 한해 게임 쿠폰 한 장으로 마무리 지을 수도 있겠다. 홈페이지는 해당 문제가 된 사양이 게재되지 않으므로 수정할 이유가 없다. 그냥 매체나 관계자들에게 ‘미안하다, 오해였다’라며 수정된 리뷰어 가이드를 재배포하면 끝이다.


    (자료 출처 - 존 페디 리서치)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최근 해외 시장조사기관인 존 페디 리서치(Jon Peddie Research)가 내놓은 자료 때문이다. 2014년 3분기까지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수요 하락으로 점유율이 하락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문제가 있기 전까지의 집계라지만 소비자들은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찾았고 앞으로도 찾을 것이다. 그럼에도 GTX 970이 던진 파장은 계속 커져야 한다. 이것이 무너진다면 자칫 PC 시장 내에서 정상적인 경쟁체계가 무너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이유에서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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