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가정용 로봇 페퍼, 가족이 될 수 있을까?


  • 우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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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6-24 15:45:07

    소프트뱅크가 6월 18일부터 페퍼(Pepper)의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6월분으로 생산한 1000대는 발매한지 불과 1분 만에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과연 가정용 로봇 페퍼가 소프트뱅크의 계획대로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인간형 로봇에서 주목되는 것이 바로 하드웨어였다. 혼다의 이족 보행형 로봇 아시모(ASIMO)처럼 인간과 똑같이 걸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였던 것. 로봇의 경우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다면 행동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다.

     

    반면, 페퍼는 이족 보행 로봇이 아니다. 발표회에서는 춤을 추는 장면이 선보였지만, 기본적으로 청소기 로봇 룸바처럼 평평한 장소에서 이리저리 움직일 뿐이다. 사양 상 1.5cm 정도의 높이는 뛰어넘을 수 있지만, 일본의 좁은 한옥에는 다소 부적합한 설계다.

     

    또 5개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 휴지를 나눠주는 데모에서는 휴지를 잘 잡지 못하고 스태프가 부축해야 하는 모습도 연출되었다. 소프트뱅크 측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고 병마개를 따서 배달하는 사용법은 예상하지 않았다.”며넛 페퍼에게 생산적인 활동을 요구하기 힘들다. 이전 소프트뱅크가 주장한 노동력 부족의 해소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페퍼의 본질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어 보인다. 페퍼는 응답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응답용 데이터는 본체에 보관하지만, 대부분의 기억은 클라우드에 유지된다. 클라우드 내에서 다른 페퍼와 접속해 대화와 행동 패턴 등을 공유하면서 학습한다.

     

    만일 페퍼가 고장나거나 새로운 모델로 바꾸려면, 클라우드 계정을 계승해 새로운 몸에 기존 페퍼의 기억을 담을 수 있다. 다만, 페퍼의 실체가 클라우드에 존재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페퍼는 가족의 일원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발표회에서는 아이의 성장을 오랫동안 페퍼가 지켜본다는 시나리오가 소개되었다. 어른으로 성장한 아이가 결혼할 때까지 20년 동안 페퍼가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옛 추억을 떠올리는 것.

     

    20년을 함께한 페퍼는 이미 클라우드와 연결된 로봇이 아니라 인격을 가진 인간으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페퍼의 몸 상태가 나빠도 애착을 가지고 계속 사용하겠다는 요청도 있을 것이다. 이는 2014년에 지원이 종료된 소니의 아이보(AIBO)와도 통하는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페퍼는 매년 유지비가 높다. 따라서 20년 간 페퍼와 생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페퍼는 단순한 로봇을 넘어 많은 가정에서 가족의 일원이 될 가능성을 생각하면, 거기에 우리가 모르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베타뉴스 우예진 기자 (w9502@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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