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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망 후에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 우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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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8-09 15:01:37

    뉴스위크는 최근 디지털 데이터의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데이터를 인류 멸망 후에도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용 통신 프로토콜 TCP/IP의 공동 개발자로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톤 서프(Vinton Cerf). 그는 디지털 암흑 시대의 도래를 우려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진과 지도를 디지털화하면 영원히 보존할 수 있다고 믿지만, 인코딩된 데이터를 해독할 수 없게 된다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된다.”

     

    예를 들어 USB 메모리에 파일을 저장해도 몇 년 후 컴퓨터로 해독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헤해당 USB 메모리를 제조한 회사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기술자와 연락도 되지 않으면 데이터를 포기해야 한다. 그런 사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심지어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기관도 마찬가지.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75년 우주선 바이킹 1호와 2호를 화성에 보냈다. 나사의 제트 추진 연구소는 이 미션으로 얻은 정보를 당시 최신 포맷이었던 자기 테이프에 기록했다. 그리고 불과 10년 후, 나사에는 이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기술을 가진 스탭이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바이킹 계획에서 얻은 정보의 최대 20%는 영원히 사라졌다.

     

    현재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보존하면 내 컴퓨터가 고장 나도 데이터는 유지되겠지만 반영구적인 보존 방법은 절대 아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언제나 존재한다는 보장은 없다. 또한 경쟁사에게 서버를 판매함으로써 데이터의 소실 우려도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디지털 단말기는 점토판이나 종이보다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드디스크, USB 메모리, 플로피디스크, CD-ROM 등의 수명은 모두 짧다. 서버는 약 5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교체하지 않는다면 보존된 데이터는 종이보다 훨씬 빨리 사라지게 된다.

     

    최근 반영구적으로 데이터 보존이 가능한 스토리지 개발이 진행 중이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의 피터 카잔스키 교수의 연구도 그 중 하나. 석영 유리로 만든 수명이 긴 저장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카잔스키에 따르면 석영 유리는 지구상에 있는 가장 안정적인 물질 중 하나. 일반적인 상태라면 수십억년 동안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상용화에 따른 걸림돌은 비용이다. 석영 유리 5인치(약 12.7㎝) 디스크는 약 500달러. 디스크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초고속 레이저는 10만 달러에 달한다. 카잔스키에 따르면 대량 생산 기반으로 전환한다면 1/10에서 1/100 수준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록보관소, 박물관, 도서관, 대량의 데이터를 보존하는 민간기관 등이 수요처다.

     

    석영 유리에 기록한 성경 사본은 인류가 멸망한 후에도 남을 것이다. 일본 히타치 제작소도 석영 유리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금까지 3억년 동안 보존이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을 개발했다.

    다만 석영 유리 스토리지는 기억 용량이 제한적이다. 사우샘프턴 대학팀과 히타치의 석영 유리의 기록 밀도는 모두 최고 1평방인치당 40MB. 이는 CD의 기록 밀도인 35MB를 넘지만 표준적인 하드디스크(최고 1TB)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런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은 우리의 세포 내에 있는 DNA. DNA을 구성하는 4개의 염기, A(아데닌) G(구아닌) C(시토신) T(티민)은 배열에 의해서 영어나 중국어, 심지어 프로그래밍 언어를 나타내는 문자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유전 암호가 꽉 찬 DNA의 기억 용량은 1g당 700TB. 모든 기억 매체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DNA의 분자 코드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기술을 개발한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 조지 처치는 책의 원고를 합성 DNA에 기록했다. 700억권 분량의 복제본이 엄지손가락 크기에 들어갔다. 이상적인 환경에서는 70만년 저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실용화는 상당히 나중에 일이다. 현재 염기 서열의 자동 해독 기술은 하루 읽는 정보량이 12.5GB에 불과하다. 영상 필름 16시간 분량이지만 컴퓨터로 영화를 한 편을 다운로드하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매우 느린 것이다. 또한 데이터의 기록과 판독에는 고도의 기술을 갖춘 장치가 필요하고 특별한 연구실에서만 취급이 가능하다.

     

    또한 21세기판 로제타스톤도 주목된다. NPO인 롱나우협회가 진행 중인 로제타 디스크 프로젝트는 지름 3인치의 니켈 디스크에 1만 3000쪽 분량의 언어 정보를 레이저로 새긴 것이다. 세계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 아카이브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언어로 쓰여진 같은 텍스트가 필요한데, 구약 성서의 창세기 중 첫 3장이 1500종류의 언어로 새겨져 있다.

     

    1페이지의 너비는 400미크론으로 인간의 모발 5개 분량. DNA에 비하면 크다. 새긴 글자는 수백년 전부터 쓰이고 있는 확대 기술을 사용한 일반적인 광학 현미경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런 프로젝트는 어쨌든 빨리 시작되어야 한다. 디지털화로 우리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게 됐다. IBM에 따르면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의 90%는 과거 2년간 생성된 것이다. 그 일부를 보존하는 것은 인류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들 정보를 지키지 못하면 혁신적인 시대의 기록은 사라질 것이다.




    베타뉴스 우예진 기자 (w9502@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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