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4-18 10:20:36
흔히 브랜드 모델을 가리켜 브랜드의 얼굴이라고 한다. 모델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지향점을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화 상태로 정체 중인 아웃도어 시장과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스포츠웨어 시장의 경우, 수많은 브랜드가 지분 확보를 목표로 그 어느 때보다 모델 선정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스포츠·아웃도어 업계가 기용 중인 모델들을 통해 브랜드별 소비자 유치 전략과 시장 트렌드를 분석했다.
- 탑플레이어 모델, 전문가가 쓰는 브랜드 이미지로 신뢰 확보
그동안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는 프로·아마추어 선수를 육성하거나 훈련 장비 및 의복을 지원하는 후원형 마케팅을 펼쳐왔다. 반면 선수 자체를 모델로 전면에 내세우는 국내 브랜드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잠재적 소비자가 선수 모델에 생소함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스포츠 선수를 모델로 기용하는 전략은 브랜드의 전문성과 제품력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효과가 있다. 선수가 직접 사용할 만큼 품질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스포츠·아웃도어 시장에서는 종목별 탑플레이어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나이키(NIKE)는 1984년 마이클 조던과의 계약을 시작으로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모델로 기용해오고 있다.
올해는 카와이 레너드, 지미 버틀러, 마이클 키드 길크리스트 등 NBA 농구 선수들이 조던 시리즈 홍보에 나섰다. 아디다스(Adidas)도 프리미어리거 폴 포그바, 루이스 수아레즈, 리오넬 메시와 축구화를, NBA 포인트가드 데미안 릴라드와 농구화를 매치해 홍보했다.
올해 1월 국내에 직진출한 미국 고기능성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UNDER ARMOUR)는 나이키와 다르게 잠재력이 크지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선수를 응원하는 언더독 전략으로 급성장한 사례다. 조던 스피스(골프), 톰 브래디(미식축구)를 포함해 현재 NBA 간판 스타 스테판 커리, 메이저리그 투수 클레이튼 커쇼의 무명 시절부터 이들을 후원하며 함께 성장해왔다.
국내에서는 르까프, 케이스위스, 머렐이 전문 선수를 모델 또는 홍보대사로 선정하고 이들이 직접 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LECAF)는 올해부터 선보이는 배드민턴 라인의 모델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국가대표 한상훈 선수를 기용했다.
르까프는 5월 출시 예정인 코트화 슈프리머시(SUPREMACY)를 비롯해 17SS 제품을 착장한 한 선수의 화보를 공개했다. 한 선수는 오는 5월 20~2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리는 2017 르까프 배드민턴 챌린지에서 시범 경기를 치른다. 이날 대회에서는 국가대표 경기 분석 시스템을 체험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헤리티지 아메리칸 테니스 브랜드 케이스위스(K·SWISS)는 테니스 국가대표 홍성찬 선수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홍 선수는 2015 호주 오픈 주니어 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며 주니어 시즌을 세계 랭킹 2위로 마감한 국내 차세대 테니스 유망주다.
시니어로 데뷔하자마자 2016 ITF 터키 퓨처스 5~7차 대회에서 3연속 우승, 2016 ITF 주니어 마스터즈 우승 등 우수한 성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홍 선수는 케이스위스가 지난 4월 1~9일 개최된 동호인 테니스 대회 2017 케이스위스 테니스 챔피언십에서 사전 응모를 통해 당첨된 동호인을 대상으로 원포인트 레슨을 진행했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MERRELL)은 올해 트레일러닝 시장 공략을 선포하고, 새롭게 론칭한 트레일러닝 라인의 홍보대사로 트레일러너 유지성 선수를 선정했다.
2000년대 중반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태동한 트레일러닝은 산지, 사막, 암벽, 해변 등 야생의 자연 환경을 달리는 신흥 스포츠다. (사)코리아트레일러닝협회장을 맡고 있는 유 선수는 사하라 사막, 고비 사막, 아타카마 사막, 남극을 두 차례나 완주해 2007년, 2013년 사막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대한민국 1호 오지 레이서다.
유 선수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머렐의 제품 개발에 필요한 상담과 조언을 제공할 예정이다. 5월 27일 개최되는 머렐 트레일레이스 2017(Merrell Trail Race 2017)에도 스텝으로 참여한다.
이외에도 골프웨어 브랜드 LPGA골프웨어에서 올 시즌 프로골퍼 박성호 선수를 새로운 모델로 발탁했다. LPGA골프웨어는 프로를 입다라는 브랜드 슬로건 아래, 골프 플레이에 최적화된 기능성 제품 투어(Tour) 라인과 스타일 중심의 갤러리(Gallery) 라인을 준비했다. 최근 공개된 화보 속 박 선수는 투어 라인의 제품을 입고 프로페셔널한 스윙 동작을 보여줬다.
- 스타 모델, 화제성 높은 유명 아이돌과 여성 스타 많아
셀러브리티 모델 기용은 비단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뿐만 아니라 업종 불문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스타 고유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브랜드 컨셉트와 연계함으로써 대중의 이목을 끌기 좋다. 스타의 호감도와 인지도가 높을수록, 브랜드 간 경쟁 구도 속에서도 단시간에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최근 다수의 아웃도어 브랜드는 중장년층 패션 브랜드라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해 젊은 감각의 라이프스타일 룩을 앞다퉈 제시하고 있다. 등산과 낚시 같은 자연 속 레저 활동이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아웃도어는 러닝, 피트니스, 홈 트레이닝 등 도심 속 일상 활동으로까지 범주를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아웃도어 구매 연령대가 40~50대에서 10~20대로 크게 낮아짐에 따라 젊은 층과 동년배의 아이돌 스타를 브랜드 모델로 기용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작년 FW 시즌부터 지코(블락비)와 호흡을 맞춰온 블랙야크(BLACK YAK)는 올 상반기도 지코와의 인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마이 밸런스 스타일(My Balance Style)를 테마로 한 2017 SS 화보는 평소 당당하고 열정적인 지코의 재충전 시간을 담아냈다.
올해 브랜드 정체성 재확립을 선포한 K2는 2030 세대 신규 고객을 창출한다는 목표 하에 민호(샤이니)를 테크니컬 스포츠웨어 라인 플라이워크(Flywalk)의 모델로 기용했다. 민호의 활동적인 이미지와 플라이워크의 스포티함이 조화를 이뤘다.
LF의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Lafuma)는 2017 SS 전속 모델로 설현(AOA)과 차은우(아스트로)를 발탁했다. 이와 함께 건강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두 사람이 도심 속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한다는 컨셉트의 화보 및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시작된 애슬레저(Athleisure) 룩의 지속적인 열풍에 힘입어 운동하는 여성을 타깃으로 모델을 선정하는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가 많아졌다. 애슬레저는 애슬래틱(Atheletic)과 레저(Leisure)를 조합한 신조어로, 애슬레저 룩은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가벼운 스포츠웨어를 뜻한다. 건강하고 탄력 있는 몸매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층이 러닝, 요가, 필라테스 등의 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기능성과 스타일을 모두 갖춘 스포츠웨어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스포츠·아웃도어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는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이들의 워너비에 부합하는 여성 스타 모델들이 대거 등장했다.
4년 연속 전지현과 모델 재계약을 체결한 네파(NEPA)는 이번 시즌 슬림한 실루엣을 연출하는 기능성 웨어 프리모션(Free Motion)을 출시하고 관련 화보와 광고 영상을 선보였다.
데상트(DESCENTE)는 신민아와 함께 올 시즌 우먼스 트레이닝복 화보를 촬영했다. 신민아의 강인한 눈빛과 군살 없는 몸매로 다양한 트레이닝 스타일링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많은 여성 스타들이 여러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의 모델로 활약 중이다. 블랙야크의 신세경, 밀레(MILLET)의 박신혜, 휠라(FILA)의 김유정, 질스튜어트스포츠(JILLSTUART SPORT)의 이효리 등이 화제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스포츠·아웃도어 업계는 탑플레이어보다는 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소비자 주목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전략을 선호하고 있다”며 “스타 모델은 브랜드와 스타 간 이미지 상성이 좋으면 화제성이 극대화된다. 탑플레이어 모델은 선수도 믿고 쓸 만큼 제품력을 보장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모델 유형별로 저마다의 뚜렷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김순덕 (duck@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
- 목록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