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4-27 12:28:24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게임 개발 교육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고 활용되어야 합니다”
아주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백재순 씨는 25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2017에서 ‘게임 개발, 교육이 되다’라는 주제로 초등학생들의 게임 개발 이야기는 물론, 교육에 게임을 접목하는 효과적 방안에 대해 제안했다.
먼저, 그는 현재 초등학교 교육에서 이뤄지는 학습에 대해 지적했다. 지금의 초등학교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컴퓨터가 없는 환경에서 컴퓨터의 원리를 학습하는 ‘언플러그드 활동’ △기초 수준 알고리즘 개념을 파악하는 ‘알고리즘 학습’ △학습도구 목적으로 설계된 언어를 배우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 △디지털 기술 및 장치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정보를 입력받아 물리적으로 출력하는 ‘피지컬 컴퓨팅’ 등 4가지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문제는 교육에서 이 4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제로 아이들은 생각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어려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 개발 교육용 언어 ‘스크래치’를 개발한 미첼 레스닉 교수도 ‘아이들은 퀴즈식 소프트웨어 학습에 좌절감을 느낀다. 아이들이 스스로 디자인하고 창조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 제공과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에서 게임의 효과는 상당하다. 게임은 가장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며 어린이들의 추상적 추론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문제 해결 속도와 정확성, 다중 작업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유수의 대학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실제로, 백 씨가 초등학교 교육 캠프 중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서 가장 많은 41%가 게임 개발을 꼽았다고 한다. 이처럼 게임은 강력한 동기 유발의 도구로서 아주 매력적인 콘텐츠라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은 스토리텔링, 프로그래밍, 그래픽, 사운드 등 4가지 요소를 융합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아이들이 게임 개발을 쉽게 경험하고 교육적 효과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씨가 제안한 ‘게임 개발을 통한 소프트웨어 교육 진행 방법’은 ‘게임 플레이를 통한 게임 요소 파악과 같은 소재의 창의적 게임 디자인’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길찾기 소재 게임을 다수 플레이 한 뒤, 재미 요소가 무엇이고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한 전략을 토의한 후 동일 소재 게임 제작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색연필과 하드보드지 한 장을 나눠주고 여기에 자기만의 게임을 창작하는 방법을 전개하며 배워나가게 된다. 이는 시각적 자극이 강하고 인터렉션이 강한 콘텐츠를 한 장에 표현하는 과정을 겪으며 추상적-구체적 사고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후 게임 엔진을 활용해 기존 게임 로직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게임 개발 활동을 진행한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엔진은 게임샐러드로서, 현업 종사자 사용 엔진 중 코드를 쓰지 않고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갖춰서 초등학생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 게임에 필요한 리소스를 그려 엔진에 추가하는 과정을 진행하는데, 저학년은 종이와 펜 나눠주고 그린 것을 스캔하고 고학년은 직접 포토샵으로 그리도록 해 미술적 감각을 발휘토록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넣거나 요소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게임 만들기를 진행하는데, 이 과정은 하루나 이틀 정도면 출시까지 가능할 정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학생끼리 겹치는 주제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게임을 내놓는 것은 물론 아이들은 게임을 만든다는 과정을 굉장히 특별하게 인지하여, 게임 개발이 누구만의 특별한 전유물이 아닌 창작 활동임을 이해하며 신기하고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 이후가 더 문제지만 학생들은 거기까지 이뤘다는 성취감에 다음 단계의 두려움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백 씨는 청소년의 게임 개발 활동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현재 국내 게임 업체에서도 다양한 청소년 게임 개발 활동 지원을 진행하고 있지만 개별적 진행은 물론 단순 체험 이상의 지원까지 하는 곳은 드물다고 밝혔다.
그에 비해 해외에서는 10대 대상의 다양한 게임 개발 대회를 진행하는데, 특히 영국의 BAFTA가 주최하는 ‘YGD’의 경우 크라이텍, 유비소프트, 킹, 세가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은 물론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을 하는 대형 대회다.
이 대회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 시상식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작품이나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행사를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식하여 주최 측은 대회 전 과정을 수학-과학의 융합교육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청소년 대상 게임 개발 프로그램이 144개에 달하며 융합 교육에 효과적 활동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체능 분야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수준과 기호에 맞춰 학습이나 경험으로 즐기고 있지만 부모들은 처음부터 이를 직업으로 고려해 시키진 않았다. 이는 게임 개발도 마찬가지이며 게임을 개발하며 즐기고 이야기를 찾거나 그리는 것, 프로그램을 만지는 것 등 적성을 찾을 있는 다양한 요소가 있어 문화로 받아들여졌으면 하지만, 게임 개발 과정이 단순히 개발자 양성 과정으로 인식되어 있어서 이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고 활용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 백 씨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백 씨는 “게임의 가치가 사람들에게 평가 절하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이번 발표를 준비했다. 게임 개발과 관련해 제가 하는 다양한 활동은 작은 시도에 불과하다. 많은 분들이 가치를 알고 참여해준다면 좀더 가치 있는 교육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베타뉴스 박상범 (ytterb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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