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칼럼]김현미, 채움과 비움 그리고 신데렐라 꽃길


  • 한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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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5-30 17:36:02

    남성중심의 기득권 집단으로 불리는 '마초'성 행정부처, 국토부의 난공불락 '유리 천장'이 뚫리기 일보 직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토교통부 장관의 후보자로 내정했다. 국토부 정통 관료도 아닌 그가 남성관료 중심의 부처에서 주거 안정 등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 지에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지난 해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낸 그는 국토행정과 거리가 먼 정치인이다. 여의도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료 국회의원들이 그의 갈 길을 열어준다면 국토부 역대 최초 여성 장관이 탄생된다.

    그는 장관 지명 인터뷰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꽃길보다 가시밭길을 간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일게다.

    주거정책이 민생의 핵심임을 모르지 않는, 특히 차별화없는 사회를 추구하는 문재인 시대의 정치 동반자로서 중압감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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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인 시대 성공한 신데렐라를 향한 김현미 국토부장관 내정자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는 국토행정의 비전문가다. 문외한은 아니나 유일호 전 장관과 강호인 현 장관과 같이 국토행정에 정통하다고 볼 수 없다.

    전임 장관도 모두 경제통, 민생통을 자처했다. 하지만 이들은 현안 발생 시마다 사전 대응에 실패했다. 정권은 바뀌었으나 정치인 출신인 김 내정자에 대해 불안한 눈초리가 시장에 역력하다.

    전 정권에서 거수기에 불과한 전직 장관들은 특히 침체 경기에 부동산 시장을 내수 진작의 수단으로 활용, 지금의 전세난과 과잉공급을 야기했다.

    문재인 시대에 국민은 '유리천장'을 뚫고 성공한 신데렐라를 볼 수 있을까. 김현미 후보자는 장관 지명 소감을 묻는 언론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국토행정 수장의 원칙과 철학을 보여주었으나 핵심 현안에 대해 원론적 회피성 발언으로 일관,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소신을 버린 정치 철새로서 전임 장관들의 모습이 투영되기까지 했다.

    ◇경제·세제 전문 국회의원 '유일호'..8개월 짜리 '바지장관'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국토부 수장이었던 유일호 전 장관은 내정 당시 국회의원(송파 을)으로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소속 조세 전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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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대통령은 30일 행정부장관과 문화체육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4개 부처의 장관후보자로 김부겸 의원과 도종환 의원, 김현미 의원, 김영춘 의원 등 4인을 내정했다.

    그는 8개월 정도의 국토부장관 재임기간 동안 큰 활동 없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사퇴했다.

    현 부총리이기도 한 당시 유 장관은 목동 행복주택을 백지화, 자신의 지역구가 포함된 잠실의 2개 행복주택지구를 해제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 또한 야당의 반대에 막혀 국회를 넘지 못한 일명 뉴스테이법의 통과를 주도했다. 뉴스테이는 돈 있는 유주택자에게 입주자격을 허용, 기업의 배를 채워주는 부자들을 위한 집이라는 지탄을 지금도 받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현안이었던 전세난에 대해서 방관 그자체였다. 유 전 장관 재임기간(2015년 3월~11월)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월평균 0.63% 올랐다. 서울은 0.96% 상승했다. 전세난 진화에 실패했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전임 서승환 장관 당시 전국 0.46%, 서울 0.56%보다 더 높다.

    ◇정통 기재부 관료 ‘유일호’..공급과잉 억제 시기 놓쳐

    유 전 장관의 뒤를 이은 강 장관도 경제 관료로 이력이 화려한 경제통이다.

    강 장관 취임 당시, 주택 과잉 공급이 이슈였다. 강 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주택 인허가가 급증해 공급 과잉이 우려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당장 걱정할 것은 아니다”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2015년 75만호나 인허가되며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던 주택 공급량은 2016년에도 72만가구가 인허가됐다. 2년 연속 70만호 이상이 인허가된 것은 역대 최초다. ‘주택 절대 부족기’인 1기 신도시 건설 당시에도 이처럼 많은 량이 단기 집중되지 않았다.

    ◇유리천장 뚫은 신데렐라 기대 반 우려 반

    전임 비전문가 출신의 2명의 장관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첫 국토부 장관 내정자도 부동산을 포함해 국토교통통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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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선 의원인 김 내정자는 도시·부동산 시장 및 정책 관련 직접적인 전문 경험이 부족하다. 앞선 두 명의 장관과 다른 점은 국민 최우선의 시대정신에 '낮은'자세로 시작하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토교통행정 장관 후보자라는 사실이다.

    ◇김 내정자,주거안정 감성언어로 채우지 못한다

    그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따뜻하고 보살피는 주거와 교통의 정책'을 내세웠다. 촛불민심에 딱 맞는 코드다. 문제는 국토교통, 부동산 특히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하는 구호 등이 감성중심으로 치우쳤을 때의 후유증이다.

    MB와 박근혜 등 2대 보수정권의 보금자리주택과 행복주택을 되돌아 보자. 선거 공약이 정책으로 나왔으나 주거복지와는 갈수록 거리가 멀었다. 주거안정이 절실한 국민은 주거난에 분노했고 허공에 흩어진 주거향상의 구두선에 허탈해 했다.

    문재인 시대 주거복지는 실질 수요자 맞춤형의 질적 주거안정책이다. 여성 특유에 정치인이 가진 감성의 언어보다는 실천이 긴요하다.

    그는 부동산 정책의 당면 현안인 수도권 집중화와  LTV·DTI  등 부동산 금융 등의 규제에 대해 당청 소통을 거론하며 핵심을 비껴갔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도시·부동산 정책은 포풀리즘이 아닌 재정 감내에다 시장 중심의 실효성 정책이 긴요하다"며 "거시경제에 능한 경제관료나 수사에 능한 정치인이 건교행정을 이끌 경우 탁상공론의 '헛발질'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희망 고문'이나 요란한 기우제보다 빈뚝 채우는 정책 제시해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김 내정자에 대해 “최초의 여성 국토부 장관으로 서민과 신혼부부,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소하고 도시재생 뉴딜사업 성공, 그리고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국토부 주요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행정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셈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의 항로의 등대는 청와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은 김 후보자의 기자회견에서 밝힌 주거안정에 대한 무지개성 발언이 헛발질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국토는 '국민의 집'입니다. 제가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되면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국민의 집 국토'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책은 장관 혼자 짊어지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장관의 의중을 국토교통부의 관료가 꿰뚫어야 한다. 부처의 혁신과 변화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동시에 주무 장관도 장미빛 청사진으로 국민을 '희망 고문'으로 몰고 가지 않는 지혜가 긴요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등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대치는 갈수록 높아만 간다. 나라 경제는 가물어가는 데 빈 둑에 물 채우는 정책은 요원하고 요란한 기우제로 민생 봇물이 가득해서는 안될 일이다.[한승수 베타경제 건설부동산부 부장]


    베타뉴스 한승수 (han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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