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5-31 18:10:31
룽투코리아가 신작 모바일 액션RPG ‘아이테르’를 내놨다. 홀로서기를 위해 독자적으로 퍼블리싱한 게임이다. 개발에는 미국 개발자와 중국 게임업체가 참여했다.
사실 게임을 설치할 때만해도 큰 기대를 걸진 않았다. 인터뷰를 통해 콘텐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빼어난 영상미(美)와 비주얼이 강점이란 이야기도 들었다. 충분히 듣고, 세밀하게 물었지만 많은 게임이 범람하는 요즘에 기대감을 품기에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뒤집혔다. 화려한 그래픽과 잘 버무려진 콘텐츠가 생각보다 깊은 맛을 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천공의 성’이란 콘셉트가 설정과 육성, 게임디자인의 보기 좋은 장식이 아닌, 제대로 뿌리내린 중심으로서 작용한다는 점도 선입견을 걷어차는데 일조했다.
◆ 비빔밥 같은 매력 '아이테르'
‘아이테르’의 첫 인상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비빔밥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꽤 여러 가지 요소들을 잘 버무렸기 때문이다. 몇 가지 감칠맛으로 익숙한 콘텐츠를 새롭게 보여주는 점도 비빔밥을 연상케 한다. 같은 비빔밥이라도 육회와 청포묵을 첨가하면 전주비빔밥이 되고, 산채를 듬뿍 넣어 비비면 산채비빔밥이 되지 않던가.
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물론 액션 RPG인 만큼 던전 탐험과 캐릭터 육성은 빼놓을 수 없다. 비빔밥의 재료인 고추장과 밥, 참기름과 계란후라이가 ‘아이테르’의 전투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육성과 전투는 모바일게임의 왕도를 걷는다. 모바일게임 좀 해봤다 하는 사람에게는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 혹시 ‘아이테르’로 모바일게임을 처음 접하는 이용자라면 튜토리얼의 ‘초보자모드’로 차근차근 게임을 플레이하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액션RPG의 왕도는 전투에 있다. ‘아이테르’는 여기에 ‘천공의 성’을 더해 중심을 잡았다. 비빔밥의 명품 조연, 산채나 육회와 같은 역할이라고 비유하면 될 것 같다.
‘아이테르’는 육성과 파밍이 최대 과제인 액션RPG의 틀을 벗어나 ‘천공의 성’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적이 더해졌다. 흔히 차별화 포인트는 뭐냐고 질문하는 +a(플러스 알파)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좋은 사례로 꼽고 싶다.
◆ 육성 콘텐츠의 중심 ‘천공의 성’
룽투코리아 이홍의 본부장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콘텐츠가 ‘천공의 성’에서 방사선으로 뻗어 나가는 거미줄 구조로 디자인됐다고 설명했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나서야 그의 설명이 체감됐다.
‘아이테르’의 육성은 캐릭터와 함장(이용자) 레벨이 큰 축이다. 이중 함장 레벨은 ‘천공의 성’을 키우는데 필요하다. ‘천공의 성’을 육성하려면 전투를 통해 함장 레벨을 올려야 한다.
전투로 육성한 캐릭터를 배치하면, 특성과 능력에 따라 가속도가 붙는다. 전투-캐릭터-육성이란 삼박자를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천공의 성’ 개발 속도가 달라진다. 하나의 요소가 다른 요소에 영향을 주는 유기적인 연결을 디자인 한 것.
이렇게 성장시킨 ‘천공의 성’은 캐릭터 육성과 수집에 사용된다. 함장레벨에 따라 결투장, 비밀상점과 같은 부가 콘텐츠가 열린다. 비밀상점은 사냥으로 얻기 힘든 캐릭터 조각이나 장비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이용자간 대결(PVP) 콘텐츠 결투장 역시 캐릭터 육성에 필요한 보상을 제공한다.
액션RPG에서 흔히 사용되는 선형구조에 ‘천공의 성’을 끼얹어 순환구조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또, 추후 업데이트 될 콘텐츠에 따라 방사선의 얼개는 더 촘촘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가 촘촘해지면 당연히 게임으로서의 완성도와 재미도 높아질 것이다.
◆ 공들인 캐릭터 디자인
‘아이테르’는 비주얼도 충격적이다. 한국과 미국 등 이른바 게임 선진국에서 출시되는 작품과 비교해도 수준급이다. 중국 게임업체가 개발했다는 선입견은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는 새로움을 추구한 아트 디자인과 카메라 연출 등이 뒷받침된 덕이다.
‘아이테르’의 캐릭터는 각국의 신화나 설화, 유명 소설 등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동양권 이용자에게 친숙한 삼국지와 서유기의 캐릭터는 당연하다는 듯 등장한다. 여러 게임과 미디어를 거쳐 어느 정도 정립된 이미지가 있는 캐릭터다. 당연히 변화를 주기 힘들다는 약점이 있다.
그럼에도 ‘아이테르’ 속 캐릭터들은 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삼국지의 경국지색 ‘초선’은 ‘구미호’와 버무려 재해석 했고, 손오공은 ‘천둥벌거숭이’ ‘화과산 원숭이’란 콘셉트를 살리되 진중함과 장난꾸러기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개발자들이 하나의 캐릭터를 개발하는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충격적인 비주얼의 비밀은 카메라워크?
연출도 당연하다는 듯 빼어나다. 특히 액션RPG가 가져야할 보는 재미가 살아있다. 스킬을 사용했을 때 표시되는 효과(이펙트)는 지나칠 정도로 과감하게 표현돼 시각적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과감한 액션 연출은 촌스럽게 보일 때가 있다. 화려함과 촌스러움이 동전의 양면처럼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이다. ‘아이테르’는 줌인과 줌아웃을 사용한 절묘한 카메라워크로 세련미를 지켰다. 필살기를 사용할 때 집중선을 추가하는 연출로 보는 맛을 완성했다.
카메라워크는 ‘아이테르’의 액션미와 보는 재미를 살리는데 생각보다 크게 작용한다. 먼저 전투시점은 총 3가지 모드를 지원하며, 이용자 취향에 따라 근접-원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다른 액션 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테르’만의 장점은 시점이동을 통해 전투를 가장 ‘볼만하게’ 꾸며주는 연출에 있다.
‘아이테르’는 전투가 진행되며 끊임없이 시점이 조정된다. 전투가 진행되면서 최적의 시점을 자동으로 잡아준다. 한정된 자원과 작은 화면으로 즐기는 모바일게임에서 이만큼 카메라워크를 통한 연출에 신경을 쓴 작품이 있나 의문이 들 정도로 세심하게 설정됐다.
과장되게 표현하면 ‘아이테르’의 보는 재미는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 연상될 정도다. 물론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액션RPG기에 어드벤처 장르처럼 배경을 강조하는 등의 과감한 연출은 없지만, 캐릭터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이동하는 카메라 시점은 보는 재미를 배가하는 중요한 요소다.
지나치기 쉬운 요소지만 세련된 글자체(폰트) 사용도 ‘아이테르’의 장점으로 꼽고 싶다. 판타지와 고대문명, 기계가 뒤섞인 스팀펑크와 가까운 세계관에도 잘 어울리고, 5~6등신으로 표현된 캐릭터의 대사도 둥글둥글한 글자체와 위화감이 없다.
◆ 수작 모바일 액션RPG ‘아이테르’, 단점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아이테르’는 액션RPG와 모바일게임의 여러 콘텐츠를 잘 버무린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세밀한 부분까지 빼놓지 않고 완성도를 높였고, 보는 재미부터 콘텐츠의 얼개까지 수준 높게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점이 없는 상품이란 존재할 수 없기에 몇 가지 태클을 걸고 싶다.
먼저 마무리에서 몇 가지 거슬리는 점이 있다. 먼저 ‘아이테르’의 충격적인 비주얼은 광원효과로 매조지 된다. 과하지 않은 번쩍임으로 디테일을 살렸는데, 심야가 배경인 맵에서는 캐릭터의 매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어두컴컴한 동굴과 해변에서 번쩍이는 캐릭터는 위화감마저 든다. 물론, 개발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최적화와 아트디자인을 위한 물러설 수 없는 결정일지도 모르지만, 단점은 단점이다.
또, 캐릭터 대사가 지나치게 빨리 사라지는 것도 단점으로 꼽고 싶다. 현지화 작업에서 발생한 문제로 보이는데, 매력적으로 세계관을 알고 싶은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대사를 넘기는 속도를 조정했으면 좋겠다.
카메라 워크를 통한 액션연출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고 싶다. 보는 재미를 높이는 데 확실히 효율적이지만, 조작에는 방해된다. 수동전투 모드에서는 시선이 분산돼 눈도 쉽게 피곤해 진다. 수동전투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를 위한 카메라 시점 고정 옵션을 추가하면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제안해 본다.
베타뉴스 서삼광 (seosk.bet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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