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17 14:17:57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반 국정자문위를 통해 공약이었던 통신비 인하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에 다른 이통사의 반응이 심상치않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숨죽이고 지켜보던 이통 3사는 매출이 달린 정책시행이 다가오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현재 20%인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올리고 이것을 기존 가입자에게도 확대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송까지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래부 방침대로 선택약정 할인율이 상향되면 평균 요금 4만원을 기준으로 기존 가입자는 월 2000원, 신규 가입자는 월 1만원을 덜 내게 된다. 여기에 기초연금 수급자 약 329만명에 대한 월 1만1000원의 통신비 감면이 있으며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1만1000원 감면도 연내에 적용하게 된다. 미래부는 이런 정책의 효과로 1년에 최대 4조6000억원의 가계 통신비를 절감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절감분은 고스란히 이통사의 매출감소액이 된다는 점이다. 이통사에서는 이런 큰 매출감소가 일어난다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미래부는 올해 11월 보편적요금제 신설을 위한 법률 개정안 국회 제출을 위한 내부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편적 요금제까지 실현된다면 이통사의 가입자당 순이익에도 본격적인 타격이 올 수 있다.
미래부 유영민 장관은 통신비 인하 정책을 합리적으로 진행할 것이란 소신을 밝혔다. 통신업계가 소송도 불사하게겠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유 장관은 청문회에서 기업과 충분히 논의해서 통신비 인하를 이뤄낼 것이며 법 테두리 안에서 통신비 인하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통신비 인하의 비용을 정부와 기업이 균형적으로 부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제까지 정부가 이통사에게 징수하던 주파수 할당대가와 전파 사용료를 통신비 부담완화를 위해 쓰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통사 입장은 편하지 않다. 이통업계에서는 통신요금 인하를 통한 국민복지 실현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주파수 할당대가 인하 등 대책이 단지 통신요금 인하 정책 유인책 정도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이 민간사업 영역이긴 하지만 인프라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와의 관계를 소홀히 하고 갈 수는 없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이익을 크게 희생시키며 정부정책에 협조하게 된다면 자칫 투자자의 분노를 살 수 있다. 증권가에는 주주에게 경제적 피해를 끼친 경우 경영진이 배임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사정과는 무관한 외국인 주주의 소송대상이 될 수 있다.
7월 4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방위의 유영민 미래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인위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과 관련해 "국제 소송으로 휘말릴 경우 엄청난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김 의원은 "기본료 폐지는 포퓰리즘 공약으로 4차 산업을 준비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방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통사들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과 관련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통 3사는 국내 대형 로펌으로부터 법률자문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선택약정 요금 인하에 대한 공문이 오는 등 정식절차가 진행되지는 않았기에 소송을 걸지는 않았다.
미래부 유 장관은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서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대화하며 협의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필요하다면 원가 자료를 펴놓고 호소도 하겠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정부의 조심스러운 통신비 인하 정책과 매출감소가 예상되는 이통업계의 반발이 어떤 선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베타뉴스 안병도 (catchrod@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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