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통화녹음 문제가 다시 주목받는 이슈로 떠올랐다. 2017년 7월 24일, 국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통화 중 녹음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안 개정 추진중이란 소식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휴대폰 녹음기능과 녹음된 내용의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국회 미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 등 10명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20일 발의했다. 개정으로 인해 신설될 내용 가운데는 ‘통화 녹음 알림 시스템 구축’ 조항으로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가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경우 그 사실을 통화 상대방에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통화 녹음 알리미 시스템’은 통화 중 상대방이 녹음 버튼을 누를 때 자동으로 “상대방이 녹음 버튼을 클릭하였습니다”라는 음성 안내를 보내도록 했다.

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은 김광림 의원을 비롯해 김석기, 강석호, 이완영, 추경호, 박명재, 최교일, 조경태, 이정현, 원유철 의원이다.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이거나 이전에 소속되어 있었다. 업계에서는 최근에 있었던 자유한국당에 대한 언론보도와 폭로사건 가운데 상당수에서 녹음된 통화내용이 자한당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최순실 게이트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두 대에서 나온 통화 및 녹음 파일 236개는 중요한 증거로 취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휴대폰 통화녹음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경우라면 불법이거나 증거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아이폰에 통화녹음 기능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 기능을 모든 휴대폰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건 맞는 말일까?

결론적으로 맞지 않다. 대한민국의 현행법에서는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녹음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며 재판 증거 능력도 인정된다. 다만 위법적으로 얻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증언이 필요하다. 또한 무단 유포하거나 협박등에 이용하면 형사처벌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제조사가 만드는 휴대폰에는 자동녹음 기능이 있으며 해당기능이 있는 앱도 자유롭게 제작 배포되고 있다.

이통사도 통화녹음 기능을 지원한다. SKT 이용자는 미리 설치된 SK텔레콤 전화앱 T전화에서 자동녹음 기능을 지원한다. 설정만에 들어가 해당 기능만 활성화하면 사용할 수 있다. KT는 자동녹음 앱 '후후'에서 자동통화녹음을 설정할 수 있다. LGU+는 따로 지원하지 않지만 플레이스토어에서 관련 앱을 내려받으면 쓸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나라에서 합법인 것도 아니다. 미국내에서 12개 주와 영국, 프랑스 같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통화 내용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녹음하는 것이 불법이다. 이 때문에 애플은 아이폰에 통화녹음 기능을 넣지 않았으며 정식 앱에서 지원하지 않는다. 삼성과 LG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도 수출용 제품에서는 통화 중 녹음 기능을 제거한 채 출시한다.

문제는 이 기능을 바라보는 사회적 논란이 본질적인 합법성과 상관없다는 데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통화 중 녹음은 주로 약자가 강자에 대항하는 강력한 법적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다. 부당한 지시, 갑질횡포, 부당한 모욕에 대한 저항수단으로 사회적 약자가 쓰는 통화녹음에 대해 사회적 강자가 프라이버시 보호를 앞세워 해당 기능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의미이다. 불법과 합법을 떠나 이 기능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베타뉴스 안병도 (catchrod@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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