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트럼프의 ‘한미FTA 폐기’, 엄포성 카드 가능성 높아


  • 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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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9-03 17:00: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재차 언급하고 나섰지만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관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의 핵 도발로 한미 대북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한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미국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 권한만으로 무역협정을 폐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발언은 한미 FTA 개정 논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엄포성 카드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국내 법상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한미 FTA를 폐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협정문 제24.5조는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정을 종료하려면 미국이 협정 이행을 위해 제정한 각종 국내 법안을 개정·폐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있다. 통상 협정 협상 및 체결 권한은 원칙적으로 의회에 있기 때문에 개정 협상도 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 의회의 상원 재무위원장과 하원 세입위원장 등 무역 협상 관련 상임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7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보낸서한에서 의회와의 긴밀한 협의와 신중한 협상을 요청했다.

    특히 이들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 발생하는 어떤 변화도 의회의 위임을 받지 않거나 의회가 법규를 개정하지 않고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것도 트럼프 행정부에 큰 부담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미 FTA를 폐기할 경우 양국 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이유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거론한 것은 현재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와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과 한국과의 한미 FTA 개정 논의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타뉴스 이환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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