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9-08 10:00:46
전례없이 강한 8ㆍ2부동산 대책도 강남의 새 아파트에 대한 열망을 사그라들게 하진 못했다. 정부가 사실상 분양가 통제에 나섰지만 ‘로또 청약’ 열풍만 부추긴 꼴이 됐다.
8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전날 청약을 진행한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평균 168.1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올해 서울 분양 가운데 최고 경쟁률이며 지난해 청약광풍 당시 기록한 ‘아크로 리버뷰’의 306.6대 1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열기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반포 지역 가운데도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데다 우수한 학군까지 뒷받침하고 있다. 이전에 분양한 재건축ㆍ재개발 단지들의 흥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리얼투데이가 올해 서울에서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분양한 단지를 조사한 결과 19개 가운데 17곳(89.5%)이 1순위 마감됐다. 열에 아홉은 바로 집주인을 찾은 것이다. 이는 일반사업(공공분양 제외)으로 분양한 단지의 1순위 마감률(62.5%)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특히 정비사업 분양 단지의 1순위 마감률은 규제가 비교적 덜했던 지난해(76.2%)보다도 높다. 실수요자 위주로 부동산시장이 재편되는 와중에도 입지가 우수한 알짜 단지 선호는 더 커졌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차장은 “정비사업 분양단지는 역세권 등 입지가 뛰어나고 교통, 학군 등 기존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 대부분이어서 실수요자들이 대거 청약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일반 분양물량이 98가구(특별공급 44가구 제외)에 불과하고, 가점제 100%(전용 85㎡ 이하)가 적용되기 전 분양한 사실상 마지막 강남권 단지다. 가점이 높지 않은 예비청약자들이 청약통장을 대거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 규제 등으로 기존 주택에서 신규분양으로 주택매수세가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실제 나타났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분양시장은 대도시, 대형사 브랜드 단지에만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 같은 청약 열기가 투기로 연결될 가능성이다.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경우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10%가량 저렴했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2년만 있으면 3~5억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서면서 적지 않은 투기세력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덤볐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일각에선 입주 때까지 금지된 분양권 전매가 불법적으로 암암리에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베타뉴스 이환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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