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9-12 15:24:14
8·2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 재건축 분양단지들의 청약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예상보다 낮은 가격을 잇따라 책정하면서 정부의 눈길을 돌리고자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새아파트의 낮은 분양가가 청약시장 열기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되면서 새로운 투기현상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GS건설의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평균분양가를 예상보다 400만원 가량 낮게 책정했다.
당초 평당 4700만원을 웃돌 것으로 점쳐졌던 이 단지의 평균분양가는 3.3㎡당 425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서울 내 실수요자는 물론 전국의 투기세력을 모으는 계기가 되면서 '센트럴자이'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8일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들어간 삼성물산의 '강남 래미안 포레스트'도 청약 전이지만 분위기가 심상찮다. 평균분양가를 3.3㎡당 4160만원으로 책정하면서 당초 예상가격보다 300만~400만원 떨어진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단지의 청약률을 평균 30~40대 1 정도로 점치고 있다.
두 단지 모두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는 정부의 눈치를 상당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주거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분양가로 인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승인 거절은 좋은 먹잇감이 되는 만큼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HUG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다고 판단할 경우 보증거절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그동안 분양시장 호황에 편승해 고분양가 책정을 마다하지 않던 건설사들에게 분명한 시그널을 던지며 약발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보다 훨씬 낮은 분양가 책정은 오히려 분양권 당첨은 '로또'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또 다른 청약광풍을 연출하고 있다.
실제 이번에 분양한 단지들은 인근 아파트들에 비교해 평균 수억원 정도 낮은 가격이다. 분양권 당첨만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
실제 센트럴자이의 경우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14억1840만~15억5660만원에 책정됐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인근에 있는 '래미안 퍼스티지'(전용 84㎡)는 17억~18억5000만원선에 거래됐다. 지난해 입주한 '아크로 리버파크'(전용 84㎡)의 경우에는 최고 22억원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다. 래미안 포레스트도 인근 단지들과 비교하면 약 1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의 시장안정화 정책 중 하나인 고분양가 억제책이 청약과열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강남 등 전통적인 인기지역에서는 당분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규제일로의 정책이 부작용을 부추기는 측면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착한분양가를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는 순기능 역할도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한문도 전 한국부동산박사회 회장은 "대책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제가 상승세로 전환될 경우에는 고소득층이 강남 집값을 주도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강남은 국내 부동산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분양가가 낮아질 경우 전체적으로 분양가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베타뉴스 조항일 (hijoe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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