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9-26 09:16:28
반포 '터줏대감' GS vs 자금력 앞세운 '전통명가' 현대 명승부
승자독식, 경기회복이 일반분양 성공 관건 '독과 약' 미지수
[베타뉴스/경제=조항일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수주전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GS건설과 현대건설 등 국내 주택건설을 주도하는 양사는 최상의 제안으로 명승부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승자가 결정되기도 전에 과도한 물량공세로 '승자의 저주'가 뒤따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 단지는 26일 부재자투표에 이어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브랜드를 결정한다. '대한민국 최상급 단지'과 '리더품격의 최상단지' 등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내건 기치는 표현은 달라도 반포주공 1단지에 양사의 제안은 향후 강남권 재건축의 모델로서 재건축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전망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등이 전사적인 수주전 속에 열띤 공방전을 벌인 25일 반포주공 1단지 현장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이날 반포주공1단지 인근 부동산에는 특정 건설사를 홍보하는 광고문구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지하철 9호선 내 일부 역사에서 흔하게 보이던 홍보문구들이 단지 내에서 만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브랜드, 26일 부재자 선거서 판가름
반포주공1단지 인근 N부동산 관계자는 "외부적으로는 여전히 건설사들이 공방을 하고 있지만 이미 조합원들 대부분의 표심이 정해졌을 것이다"며 "26일 부재자 투표에서 양사의 희비는 결정, 27일 총회는 시공사를 선언하는 형식적인 자리다"고 내다봤다.
이번 GS건설과 현대건설의 입찰경쟁의 키 포인트는 강남 내 '브랜드'와 '원활한 현금순환'이다. 강남 재건축 '터줏대감'으로 알려진 GS건설과 뒤늦게 수주전에 참가했지만 원활한 자금력 조달을 앞세운 현대건설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수주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 자금력 조달 …GS 8조7000억원 금융권 조달 '반격'
반포주공1단지 사업은 규모 만큼이나 투입비용도 역대급이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및 양사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입찰보증금 1500억원 △사업비 1조7000억원 △공사비 2조6000억원 △이주비 3조8000억원 등 총 9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의 경우 이미 입찰 전 보증금 1500억원을 납부하면서 자금력 우위를 보였다. 총 사업기간인 4년간 사업비를 직접 조달해야하고 중도금대출, 이주비 등에 대한 보증도 서야 하는 만큼 건설사의 신용등급 및 자산 규모가 평가에 절대적이다.
자금조달면에서 현대건설은 GS건설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은 7월 기준 5조4000억원으로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고 부채 비율이 낮은 만큼 신용등급도 최상위권(AA-)이다.
GS건설의 금융조달능력도 만만치 않다. 재건축사상 최초로 수주 이전에 KB국민은행과 반포주공1단지를 위한 8조7000억원 규모의 금융협약을 체결했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재무건전성을 금융권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혈하겠다는 것이다.
▲ ©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반포주공1단지의 수주를 위한 옥외광고물이 서울 지하철 9호선 곳곳에 도배돼 있다./사진=조항일 기자.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주택시장에 대한 은행권의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대건설이 GS건설보다 조합원에게 유리한 금융혜택을 줄 수 있다"며 "이사비 무상지원이 무산됐지만 사실상 현대건설의 현금파워를 보여준 격"이라고 말했다.
▲GS, 반포 '자이' 텃밭에 설계 승부수 vs 현대, 프리미엄 '디에이치'
GS건설의 반포 내 인지도는 단연 최고다. 지난해 분양한 '신반포자이'를 비롯해 최근 분양한 신반포6차 재건축인 '신반포 센트럴자이'까지 반포는 그야말로 '자이 천하'다.
GS건설은 이번 사업 수주를 위해 강남의 또 다른 '알짜배기' 사업지인 서초 신동아아파트 수주전도 참가하지 않았다. 최대 규모의 반포주공1단지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며 사실상 반포를 '자이'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GS건설은 최근 업계에서 소비자 만족도 최상위권의 지지를 받는 설계로 표심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GS건설은 재건축 수주가 불리한 상황 속에서 특화설계로 예상 밖의 결과를 이끌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구체적인 설계에 대해 얘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최상의 설계안으로 만족감을 극대화시킬 것으로 자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일산 킨텍스를 디자인한 세계적 건축디자인 회사 SMDP와 반포주공1단지 외관을 디자인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자금력 우위를 확보한 현대건설은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로 조합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현대건설은 반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이' 브랜드 속에서 자사의 '디에이치' 브랜드 희소성이 향후 주거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역발상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디에이치는 현대건설이 3.3㎡당 3000만원 이상의 고급주택에 적용하는 브랜드로 지난해 개포주공3단지에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1순위 청약에서는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건설도 GS건설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설계회사인 HSK글로벌과 함께 반포주공1단지에 걸맞는 최고 설계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과도한 물량공세 '승자의 저주'는 없나
서초동 인근 B부동산 관계자는 "디에이치의 경우 반포에서도 자이 텃밭에서 차별화가 될 수 있는 만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반포 내 '자이타운'을 정착한 GS건설의 재건축 노하우가 만만치 않은 만큼 이번 수주전은 사실상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한해 주택부문 농사에 버금가는 '반포주공 1단지'의 수주전은 향후 강남대전의 전초전으로 의미가 크다. 특히 삼성물산의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 관망세를 틈타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는 절호의 기회를 잡는 것이어서 이번 수주전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옥중 이재용 부회장의 재건축 수주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 고수로 강남권 신규 수주전에 가세하지 않고 있다"면서"래미안이 최고의 주택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기 위해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들 수 있기에 향후 수주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빅브랜드 들은 이미 압구정 등 대형 재건축 사업 수주에 대비, 물밑 수주 작업을 활발하게 펼치는 중이다"면서 "국내 경기가 악화됐을 경우 과거 환란과 금융 등의 양대 위기처럼 '승자의 저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주택시장을 견인하는 국내외 경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포주공 1단지' 수주전은 전체 물량의 절반이 넘는 일반분양분의 성공 분양이 관건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의 CEO가 선봉에 선 이 단지의 수주전에서 양사는 칼자루를 쥔 조합원에 대해 파격적 물량 공세를 펼쳤다. 조합원의 수혜는 일반분양분에 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 단지 수주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승자가 최종 웃기 위해서는 초호화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수십억 원을 가진 슈퍼리치가 존재해야 한다. 또 그런 구매력이 유지되기 위해 경제성장의 원동력과 우리경제의 경쟁무기가 있어야 한다.
'독이 아닌 약'이 되는 재건축 수주전. 이는 반포주공 1단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두의 현안이다.
베타뉴스 조항일 (hijoe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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