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18 14:30:59
2015년 9월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애플 펜슬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와 S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와 서피스 펜 등 이미 출시 된 다른 제품에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 펜슬이 합세하면서 터치 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S펜과 애플의 애플 펜슬은 터치 펜인 것은 같지만, 같은 기술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S펜은 전자기 유도식이며, 애플 펜슬은 능동 전기방식이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필압 감지, 팜 리젝션, 호버링 같은 다양한 기술이 지원된다.
단순히 펜이 눌린 곳을 따라 선을 그려주고, 색을 칠 해주는 펜의 시대는 갔다.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한 펜 인식기술로 종이에 그리는 것 같은 그림 그리기가 가능하다. 이제부터 최신 터치 펜이 어떤 기술로 무장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감압식과 정전식, 두 가지의 화면방식
펜 인식 기술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화면의 터치 방식에 대해서 알아보자. 터치스크린은 구현 원리와 동작 방식에 따라 감압식, 정전식, 적외선식, 초음파방식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터치 화면에 사용된 기술은 감압식과 정전식이다.
감압식은 물리적인 압력을 감지하여 터치를 판정하는 방식이다. 액정 위에 여러 층의 막이 쌓여 있는 형태다. 그중에 입력을 감지하는 층이 전도층이다. 전기가 통하는 얇은 막인 전도막 2장이 붙어있지 않은 상태로 겹쳐져 있다. 화면을 누르면, 전도층의 2장이 서로 맞닿으면서 발생한 전류와 저항의 변화를 감지해 가로, 세로의 좌표로 인식해 입력을 판별한다.
이 방식은 구현 원리가 간단해 가격이 저렴하며, 손가락이나 터치 펜뿐만 아니라 어떤 물체라도 인식이 되어 편리하게 쓸 수 있기에 많이 이용된다. 하지만 압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세게 누르면 인식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정전식보다 약간 터치감이 둔하고, 멀티 터치 구현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정전식은 전기 신호의 변화를 이용하여 터치를 판정하는 방식이다. 액정 화면의 유리에 전기가 통하는 화합물을 코팅해서 전류가 계속 흐르도록 만들어 놨다. 그 화면에 손가락이 닿으면 액정 위를 흐르던 전자가 접촉 지점으로 끌려오게 된다. 그러면 화면의 센서가 이를 감지해서 변화가 일어난 위치를 파악해 입력을 판별한다.
정전식은 여러 군데를 터치할 수 있는 멀티터치가 가능하다. 그리고 감압식보다 조작감과 스크롤이 부드럽다. 하지만 감압식에서 쓰는 일반적인 터치 펜은 사용할 수 없고, 정전식 전용을 써야 한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로는 터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갑 낀 손도 마찬가지로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초창기 터치가 가능한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은 감압식을 사용했지만, 정전식인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지금 대부분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정전식을 사용하고 있다.
정전식 화면과 터치 펜
정전식 화면에서 사용하는 터치펜이라고 하면 우리가 먼저 떠올리는 것은 끝에 고무가 달린 펜이다. 이 제품은 전도성 고무를 사용해 화면을 터치하는데, 화면의 터치센서는 일정한 면적 이상을 터치해야 인식한다. 그래서 터치 펜의 끝부분인 고무가 동그란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이런 형태의 펜은 필기 정도는 할 수 있었지만 세세한 움직임이나 그림을 그리는 데는 감압식보다도 떨어진다는 평이다. 거기에 펜을 사용하다 보면 손이 화면에 닿으면서 펜입력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편리한 정전식, 정밀한 감압식이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전식의 단점인 정밀성을 보완했으며 전용 터치펜을 통해 필압을 감지할 수 있다. 이런 정전식 펜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전자기 유도를 이용한 공명을 일으켜 신호를 감지하는 전자기 유도식 펜과 펜에서 정전기 신호를 내보내어 그것을 감지하는 능동 전기식 펜이다. 둘 다 더욱 정밀하고 다양한 펜 입력을 할 수 있는데 S펜은 전자에 해당하며, 애플 펜슬이 후자이다.
와콤 기술을 이용한 갤럭시 노트와 S펜
갤럭시 노트는 제품 자체에 와콤 센서를 내장해 S펜을 지원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전자기 유도식은 기본적인 화면과는 분리된 별도 자기장 패널을 기반으로 한다. 패널에서 자기장을 발생시키면 이 자기장 범위 내에 들어온 펜에 전자기 유도를 통해 에너지가 공급된다. 에너지를 공급받은 펜은 펜 내부의 회로를 통해 무선 주파수를 발생시켜 패널에 신호를 보내게 되고 패널은 이 신호를 수신한다.
전자기 유도 방식은 이 작업을 1초 수백 번 반복한다. 펜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는 과정에서 패널의 여러 지점에서 신호를 받는 세기를 측정해 펜과 가장 가까운 지점을 계산해 위치를 파악한다. 패널에서 발생한 자기장으로 펜 내부의 회로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필요 없다. 하지만 전자기 공명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면의 외곽부나 스피커 주변에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강한 자기장을 뿜어내는 자석에 취약하여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단점이다.
S펜을 지원하는 최신 기기인 갤럭시 노트8을 보면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마우스처럼 커서를 움직이기만 하는 펜 호버링 기능으로 펜을 포인팅 장치로써 사용할 수 있다. 작동, 펜의 기울기에 따라 선 굵기가 바뀌는 기술인 틸트 인식과 4096단계의 필압은 기울기와 힘 조절을 통해 굵은 선, 얇은 선을 마음먹은 대로 표현한다. 펜의 호버링을 인식해 손바닥의 터치를 무시해주는 팜 리젝션 기능으로 화면에 손이 닿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 펜슬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 펜슬은 능동 전기식을 이용한다. 정전식 화면은 가로 세로로 무수히 많은 도선이 배치되어 있다. 이 도선을 통해 터치 위치를 인식한다. 도선의 밀도가 높을수록 더 정확한 터치 인식이 가능하다. 능동 전기식은 이런 정전식 화면의 시스템 위에서 구동된다. 이 방식을 채택한 펜은 내부적으로 펜에서 정전기 신호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 신호로 펜을 손가락 같은 다른 일반적인 터치와 구분한다. 펜을 사용하면 손가락보다 적은 부위의 신호를 감지하고 신호의 세기와 각종 피드백 등을 통해 가장 정확한 위치를 계산해 위치를 인식한다.
전자기 유도식과 달리 펜의 인식을 위한 별도의 화면 층이 필요 없고 터치패널 하나로 해결되기에 패널의 전력 소모가 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외곽부 좌표 오차가 없으며 틸트 오차 또한 적다. 지연도 매우 적게 만들 수 있어서 애플 펜슬의 경우에는 실제 연필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전기 신호를 펜에서 보내야 해서 펜에 배터리를 내장해야 한다. 따라서 전자기 유도식보다 펜이 굵고 무겁다. 화면상에 전기적 간섭이 발생할 경우 펜이 튀는 오류가 발생해 정확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호버링 가능한 높이가 전자기 유도식보다 짧다는 것이 단점이다.
아이패드 프로의 터치패널은 애플 펜슬을 초당 240번 스캔을 하고 소프트웨어 보정을 통해 적은 딜레이와 높은 인식률을 제공한다. 애플 펜슬에 탑재된 두 개의 기울기 센서로 터치패널이 두 센서의 상대적인 위치를 감지해 펜의 기울기를 계산한다. 그 결과 기울임에 따라 다양한 음영 효과를 넣어 준다. 정교한 압력센서를 통해 원하는 굵기로 선을 그릴 수 있다. 팜 리젝션 기능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패드 프로에 얼마든지 손을 올려놓고 사용해도 문제없다. 배터리에도 신경을 써서 완충까지 15분가량 걸리며 완전 충전 시 12시간가량을 사용할 수 있다.
펜 인식기술의 미래는?
2007년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공개했다. 그는 그 연설 중에서 사람들은 가장 뛰어난 포인팅 디바이스를 10개나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바로 손가락이다. 아이폰은 정전식 화면에 멀티터치 기술을 가지고 손가락을 가장 유용한 펜으로 만들었다. 그 편리함은 무엇에 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밀한 작업에서는 손가락보다는 펜이 낫다. 연필이나 볼펜 등을 충분히 써왔기에 터치 펜도 우리에게 손가락만큼 익숙한 도구이다. 거기다 정전식 화면에서도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고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기기와 펜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펜에 배터리가 필요 없고 물속에서도 터치가 가능한 갤럭시 노트8과 S펜, 그리고 펜을 사용해도 기기에 추가적인 전력 소모가 적고 지연시간이 적어 실제 연필을 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 펜슬로 화면상에서 다양한 입력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도 종이를 매개로 해서 소형카메라를 이용해 움직임을 감지해 전달하는 방식이나, 적외선이나 초음파를 이용해 펜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이 개발되고 발전한다면, 예전의 필기나 그리는 방식은 이제 취향의 차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베타뉴스 안병도 (catchrod@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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