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13 15:59:42
2017년 후반기에 들어와 각 제조사의 플래그십 모델이 하나둘 그 모습을 드러냈다. LG전자의 V30,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8, 애플의 아이폰 X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들은 각기 다른 특색을 지녔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기기의 크기나 모양이 다르다. 화면 디스플레이의 크기부터 해상도, 메모리, 배터리 용량까지 같은 것이 없다.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두뇌라고 할 수 있는 프로세서가 모두 다르다. V30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갤럭시 노트8은 자사의 엑시노스를, 아이폰X도 자신들이 만든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각자 다른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것은 제품 수급의 문제, 기술력, 최적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프로세서는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를까? 이제부터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하나하나 알아가 보자. 그러면 그 의문이 풀릴 것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는 컴퓨터와는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PC의 프로세서의 명칭은 사람들 대부분이 다 알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프로세서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라고 부른다.
스마트폰의 프로세서의 이름은 왜 다른 것일까? CPU는 명령해석, 연산, 제어 등 두뇌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AP는 이 기능 이외에도 그래픽프로세서(GPU)와 LTE, 블루투스, Wi-Fi 등의 통신 칩과 USB와 같은 부가기능까지 하나의 칩에 모두 집어넣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PC로 말하자면 CPU와 그래픽카드, 램, 메인보드 등이 하나로 합쳐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SOC(System on Chip)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AP에 대해서 말할 때 꼭 언급해야 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영국의 프로세서 설계회사인 ARM 홀딩스다. 이 회사는 모바일 프로세서의 아키텍처를 개발한다. 다시 말하자면 모바일용 CPU를 설계하는 회사다.
ARM 홀딩스는 1985년 PC용 RISC를 개발한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진에 세워진 Acorn Computer Group과 애플 그리고 VLSI Technology가 조인트 벤처인 ARM(Acorn RISC Machine)을 만든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후 1998년 회사명을 Acorn RISC Machine에서 Advanced RISC Machines로 변경하고 위의 세 회사와는 멀어져 별개의 회사가 되었다.
이 회사가 모바일 프로세서에서 입지를 굳히게 된 것은 1998년에 출시된 ARM7TDMI부터다. 이 제품은 고성능, 저전력 소모의 특징으로 마이크로 컨트롤러(MCU)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그 후 ARM의 시장 영역은 모바일 단말, PDA, 고성능 컨트롤러 등으로 점차 확대되었다. 특히 임베디드 리눅스의 열풍으로 인텔 StrongARM과 같은 ARM의 SoC의 제품이 시장에서 자리 잡았다
ARM의 CPU는 Cortex 제품군부터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동일 CPU에 메모리 유닛을 차등 조합해 제품군을 나누었으나 Cortex 이후에는 용도에 따라 CPU 구조가 다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리얼타임 프로세서 그리고 마이크로 컨트롤러로 구분해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 스마트폰에 쓰이는 것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제품군인 Cortex-A 시리즈다.
ARM big.LITTLE 솔루션
ARM 홀딩스는 특이하게도 CPU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 제품을 설계하고 라이선스를 판매한다. 저렴한 라이센스 비용 덕에 많은 전문적인 프로세서 업체들이 모바일 AP를 ARM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프로세서를 생산한다. 또한, 제조업체들은 명령어 세트만 라이선스해 독자적인 호환 프로세서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업체가 ARM의 아키텍처를 사용하면서 ARM 홀딩스의 제품이 결정적인 모바일 시장에서 대세가 되었다.
현재 최신 AP는 대부분 ARM의 빅리틀(big.LITTLE)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다. 빅리틀은 ARM Holdings에서 개발한 전력 소모 개선 솔루션이다. CPU가 점점 고성능화되면서 전력 대비 성능비가 낮아지고 CPU의 대기 전력이 증가하게 되었다. 빅리틀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졌다.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일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작업이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이나 고해상도 동영상 재생은 고성능 프로세서가 필요하지만, 전화 통화나 이메일 전송 등은 낮은 성능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빅리틀은 성능이 높은 프로세서와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프로세서를 하나로 엮어 상황에 따라 두 개의 프로세서 중 하나를 써서 전력 효율과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도록 만들어진 기술이다.
각 AP의 특징 – 퀄컴과 삼성 그리고 애플
최신 AP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835,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9 (8895), 애플의 A11 Bionic 모두 빅리틀 솔루션을 사용 중이다. 각 AP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지 알아보자.
퀄컴의 스냅드래곤 835는 Qualcomm Kryo 280 MP4 2.35GHz의 빅 코어와 Qualcomm Kryo 280 MP4 1.9GHz의 리틀 코어로 구성되어 있다. Kryo 280는 Cortex-A73 기반의 커스텀 아키텍처로 ARM의 새로운 'Built on ARM Cortex Technology(BoC)' 라이센스를 적용한 최초의 세미 커스텀 아키텍처라고 한다.
퀄컴 Adreno 540 GPU가 내장되어 있는데 OpenCL 2.0 및 REnderscript는 물론, OpenGL ES 3.2와 DirectX 12(DX12), Vulkan 등 최신 그래픽 API까지 지원한다. ARM 계열 CPU 중 최초로 Windows 10을 공식적으로 지원하며, 통신기업인 만큼 통신 모뎀인 Qualcomm Snapdragon X16 LTE Modem을 내장해 최대 다운로드 속도 1Gbps와 2x2 MU-MIMO, 블루투스(Bluetooth) 5, FM 라디오를 포함한 802.11ac Wi-Fi를 지원한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9 (8895)는 ARMv8-A 기반의 Samsung 2nd Custom CPU Architecture MP4 2.3GHz를 빅 코어로, ARM Cortex-A53 MP4 1.7GHz을 리틀 코어로 탑재했다. GPU는 Mali-G71 MP20 546MHz를 장착했는데 무려 에이코사(20) 코어이다. 모바일 AP로는 최초로 HSA를 지원한다. HAS란 이기종 시스템 아키텍처로 CPU와 GPU가 메모리를 공유하며 하나의 연산장치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내장된 엑시노스 모뎀 355를 통신 모뎀 솔루션은 최대 1Gbps의 속도를 보장하고, 5 Band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을 세계 최초로 지원한다. 이외에도 최대 4K@120fps H.265(HEVC), H.264(AVC), VP9 촬영 및 재생을 할 수 있는 MFC와 WDR 및 위상차 검출 AF를 지원하는 듀얼 ISP 그리고 VPU를 탑재했다.
애플의 A11 Bionic은 ARM 홀딩스의 명령어 세트 라이센스를 취득해 독자적인 ARM 호환 CPU 아키텍처를 설계해 만들어 졌다. Apple Monsoon MP2 2.4GHz의 빅 코어와 Apple Mistral MP4 1.3GHz의 리틀 코어로 구성되어 있다. 위의 두 제품이 빅 코어 4개, 리틀 코어 4개의 옥타 코어로 구성돼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제품은 빅 코어 2개, 리틀 코어 4개의 헥사 코어로 구성되어 있다.
GPU는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의 제품을 장착하던 이전과 달리 애플 자체 설계의 트리플 코어 GPU가 탑재되었다. 애플의 주장으로는 이번 GPU는 이전보다 30%의 성능 향상 및 2배의 전력 효율을 보인다고 한다. Geekbench에서 9천 대의 점수가 나왔는데 점수만 보면 아이패드 프로를 능가하고 2017년 최신 맥북 프로와 견줄 수 있다. 이 제품에는 인공신경망 추론 연산에 특화된 전용 하드웨어 회로인 뉴럴 엔진이 내장되어 있다. 뉴럴 엔진은 초당 최대 6천억 개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으며 Face ID, Animoji 및 기타 기계 학습 작업에 사용된다.
AP와 함께 발전하는 스마트폰
퀄컴의 스냅드래곤 835,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9 (8895), 애플의 A11 Bionic 모두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AP이며 모두 빅리틀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스냅드래곤 835는 ARM 계열 CPU 중 최초로 Windows 10을 공식적으로 지원해 스냅드래곤 기반의 윈도우 태블릿이나 노트북의 등장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엑시노스 9 (8895)는 CPU와 GPU가 메모리를 공유하며 하나의 연산장치로 활용하는 HSA를 지원한다. 이 기술로 CPU와 GPU가 상호보완해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한다. 그리고 A11 Bionic은 최신 맥북 프로와 견줄만한 벤치마크 점수에, 인공신경망 추론 연산에 특화된 뉴럴 엔진을 내장해 이를 이용한 Face ID, Animoji 등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ARM 아키텍처라는 같은 바탕으로 다양한 특징을 지닌 AP가 나오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대표적인 제품 3가지 외에도 엔비디아의 Tegra,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Kirin, 미디어텍의 Helio, LG전자가 개발했던 뉴클런 등 다양한 ARM 아키텍처 기반의 AP가 출시되었고,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AP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마트폰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지, 또 어떤 새로운 기능을 선보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지금의 AP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기술 발전을 통해 새로이 나올 AP도 계속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베타뉴스 안병도 (catchrod@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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