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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손보사 무자격 ‘손해사정 보조인’ 고용…엉터리 손해사정 평가


  • 전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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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11-14 14:03:30

    농협손보, 신고하지 않은 보조인 고용 2년간 2065억 원 깜깜이 지급

    삼성․한화생명, 보조인 현황 신고 유일…교보생명 실태 파악 전혀 안 돼

    손보사들 “손해사정사 자격증 없는 직원 전부 보조인이냐” 되물어

    7대 대형 생․손보사…올 1분기, 손해사정 업무 86.2% 자회사 위탁

    [베타뉴스/경제=전근홍 기자] 농협손해보험이 신고하지 않은 손해사정보조인을 고용한 손해사정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해 2년간 2065억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농협손해보험 측은 자체조사를 벌이고 투입된 보조인 481명 전원이 보조인의 자격을 갖추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내세운 자격요건은 과거에 손해사정업무에 투입된 경력이 있다는 것인데, 별도의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활동한 경력이여서 부실한 사후 현황조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14일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농협손해보험이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 과정에서 481명이라는 보조인을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업무에 투입해 지난해까지 2년간 2065억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지급했다.

    손해사정 보조인의 경우 관련법규에 따라 금융당국에 인가받은 ‘한국손해사정회(이하 손해사정사회)’에 고용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보조인의 자격을 갖췄다는 이유로 손해사정 심사에 투입해 물의를 빚은 것.

    @ 보험업 감독규정 ‘손해사정 보조인 신고 절차 명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제6-21조를 보면 ▲손해사정사시험 1차시험 합격자 ▲2년 이상 손해사정업무 종사 경력자 ▲손해사정에 관한 연수과정 이수자 ▲4년제 대학교 보험관련학과 졸업자 일 경우 보조인의 자격을 갖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손해사정을 주된 업으로 하는 ‘손해사정업체’ 혹은 ‘보험사의 자회사손해사정법인’ 등은 보조인을 활용할 경우 관련 단체에 보조인 현황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자격을 갖추지 않은 보조인을 고용한 셈이다.

    @ 보험사, 손해사정 일감 86.2% 자회사 몰아줘…보조인 현황 관리 책임져야

    따라서 비단 농협손해보험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대다수의 생명․손해보험사들이 자회사 손해사정 법인에 해당 업무를 위탁하거나 현장심사를 위해 별도의 손해사정 ‘서베이’ 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7대 대형 생보사 및 손보사는 손해사정 업무의 86.2%를 자회사에 위탁했다.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는 99% 이상이며 손보사는 현대해상 98.7%, 동부화재 99.2%, KB손해보험 98.7% 등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손해사정 심사를 대행하고 있어서 보험사의 관리감독 하에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 “손해사정사자격증 없는 직원들 보조인 신고 대상이냐” 되물어

    문제는 대다수의 보험사들이 손해사정사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채 심사 업무에 투입되는 직원들에 대해 보조인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보험사 한 관계자는 “자회사인 손사업체에 손해사정사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대다수의 직원을 보조인으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입사할 당시부터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직원이 대다수인데, 이들 전부 보조인으로 신고를 해야 한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손시중 한국손해사정사회 사무처장은 “현재 보조인을 활용하고 있다고 신고한 손해사정업체는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삼성생명)과 한화손해사정서비스(한화생명) 단 두 곳”이라고 설명했다.

    손 사무처장은 또 “손해보험사의 경우 업무적 특성상 자회사 손해사정법인 또는 별도의 서베이 업체와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보조인 현황을 신고한 곳이 없어 실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손 처장은 이어 “일부 보험사는 손해사정 업무를 자회사에 주고 있어서 관리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상 대부분의 손해사정 일감을 처리하고 있어서 보험사의 자체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베타뉴스 전근홍 (jgh2174@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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