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9-20 06:29:28
문재인 정부가 고유가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국내 유가도 줄기차게 뛰었으나, 특별한 유가 안정책이 없는 것이다.
20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에서 리터(ℓ)당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1월 평균 각각 1552원과 1345원으로 파악됐다.
이후 주유소 기름값은 꾸준히 올라 8월 평균 휘발유가격은 1618원/ℓ, 경유가격은 1419원/ℓ으로 7개월 사이 각각 4.2%, 5.5% 상승했다.
이는 올해 정부의 물가 상승 관리 목표치인 2%보다 두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이달 들어서도 전국 주유소 유가는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19일 현재 휘발유 1642원/ℓ, 경유 1444원/ℓ로 1월보다 각각 5.7%, 7.4% 각각 상승했다.
이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 유가에 4주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두바이 현물가격은 1월 초 배럴당 64달러에서 이달 18일 현재 76달러로 18.8% 급등했다. 국내 유가에 2주간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싱가포르 현물 시장의 배럴당 휘발유 가격은 1월 77달러서 이달 87달러로, 같은 기간 경유는 81달러에서 92달러로 각각 13%, 11% 크게 올랐다.
문제는 하반기 국제 유가도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있다.
석유공사 한 관계자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 추세에 있어 석유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유가도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하반기 중국의 석유수요가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인상과 하락 요인이 공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실효성이 크지 않은 알뜰쥬유소를 꾸준히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알뜰주유소는 2011년 국내외 유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사은품 미지급, 셀프주유소 전환, 상대적으로 저렴한 정유사 제품 구입 등으로 일반주유소 보다 유가가 다소 저렴한 주유소로 출범했다.
당초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ℓ당 100원∼200원 저렴하게 운영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일반주유소보다 10원∼50정도 싼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대 초처럼 고유가 시기에는 이 정도 가격 차이가 고객 유인 효과로 나타났지만, 저유가 시기에는 큰 장점이 없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이로 인해 알뜰주유소가 증가세도 제한적이다.
알뜰주유소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2013년 전국 알뜰주유소는 1031곳에서 이듬해 1136곳, 2015년 1145곳으로 2년 사이 11% 늘었다. 이후 유가가 안정되면서 2016년에는 1168곳, 지난해 1174곳, 올해 7월 현재 1183곳으로 1년 6개월 사이 1.3% 증가에 그쳤다.
전국 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8%에서 지난해 9.8%소 소폭 상승에 그쳤다.
2011년 말 알뜰주유소 출범 당시 정부는 2015년까지 전국 주유소의 20% 수준으로 알뜰주유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다만, 정부는 앞으로도 알뜰주유소를 늘린다는 복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유가 안정을 위해 알뜰주유소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일축했다.
다만, 그동안 정부가 자영알뜰주유소 사업자에게 손실금을 보전했으나, 올해부터는 이마저도 사라져 알뜰주유소 증가는 더욱 더딜 것이라는 게 주유 업계 진단이다.
성남시 성남대로변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알뜰주유소는 실패한 정책이다. 전국 주유소들은 1990년대 주유소 거리제한이 사라지면서 치열한 가격 경쟁을 펼치고 있다”면서 “2010년대 초보다 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최근에는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 가격차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주유소 반경 1.5㎞ 안에는 5개의 주유소가 더 있으며,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인근에 자리한 알뜰주유소의 19일 유가는 각각 1649원, 1464원이었으나, 이곳에서 1.2㎞.떨어진 일반주유소의 유가는 1668원, 1478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베타뉴스 정수남 (pere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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