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9-21 03:24:07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올 여름 사회를 뜨겁게 달군 BMW 차량의 화재 사건이 잠잠해졌다. BMW 차량 화재가 현재 진행형이지만, 이슈에서는 빗겨 나간 셈이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 등 G2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하반기 우리나라의 경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될 전망이다.
실제 증권가는 하루하루가 살얼음 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고,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 구조상 올해 경기도 낙관하기 어렵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김필수 자동차연구소장,사진)를 이번주 초 만났다.
-내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고용은 최악이고, 고임금으로 소상공인의 고통은 가중됐고, 정부는 무리한 세금기반 성장정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만.
▲자동차 산업도 비슷합니다. 한국GM이 자금 투입으로 위기는 넘겼으나 실질적인 효과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세계 5위의 현대자동차그룹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계획이 무산되면서, 지배구조 개선 기회를 상실했습니다. 그룹차원의 시너지가 물 건너간 것이죠.
내수 시장도 신통치 않고 미국 시장은 더 어려워지고, 중국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보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대기아차는 중국산 차량을 다른 국가에 수출하려는 고민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내외 시장 상황이 모두 좋지 않다는 뜻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저수익의 1고 3저 현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강성노조와 비효율구조는 심각하게 시장을 왜곡하고 있고요. 그나마 완성차 첩체가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해 급한 불은 껐지만, 장기화된 침체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려움 중에서도 핵심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를 감안해 세계 주요국들도 덩달아 이를 표방하고 있고. 이로 인한 무분별한 무역전쟁은 수출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신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점은 우리 자동차 산업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국산차 소비가 큰 만큼, 1, 2위 시장을 모두 잃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교역 적자의 주요인을 자동차로 지목한 만큼, 국산차가 이번 관세부과 대상에서 비켜자기 못한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습니다.
프럼프 정부는 자동차 적자 대상 국가를 한국, 일본, 독일 등으로 좁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우리게는 다소 호재 아닌가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현재 유럽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이번 관세 부과에서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현대기아차는 70만대 이상, 한국GM과 르노삼성 등을 포함한 국산차는 최대 100만대 정도 미국 수출길이 막힙니다. 국내 경제에는 심각한 타격이고, 어려운 경제에 핵펀치를 맞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주요국을 중심으로 미국의 고관세가 공멸을 자초하고, 현지 기업들도 같은 뜻을 트럼프 정부에 각각 전달했습니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결정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차산업은 완성차 업체와 연결된 수만개의 중견중소 협력기업이 포진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봅니다.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의 무용론을 펼치면서 우선적으로 멕시코와의 재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일방적으로 미국 입장을 반영하다 보니 심각한 왜곡 협상으로 진행됐죠.
기존에 없던 일몰조항을 신설해 5년 후 유효성이 사라지면 재협상을 할 수 있는 항목을 새로 도입했습니다.
가장 심각한 왜곡 부분은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가 미국으로 무관세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미국 부품을 의무적으로 75%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일정 비용 이상의 임금을 의무화하는 부품 비율도 높였습니다. 미국 생산과 미국 기업에 유리한 조항을 일방적인 끼워 넣은 것이죠.
차는 멕시코에서 만들지만, 미국산 부품을 사용해라. 세계화 시대인데, 어불성설입니다.
-미국의 자국주의가 불러온 결과라는 생각입니다. 현재 캐나다에도 같은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알고 있는데요.
▲앞으로 총구는 한국과 일본으로 향할 것입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배수진을 치고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집행부를 설득하고 명분을 쌓아 관세부과 대상에서 빠져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올해 재협상을 통해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자동차 쿼터를 5만대로 확대했고, 픽업트럭 시장개방 20년 연기 등 상당 부분 양보하는 재협상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이번 재협상 결과를 활용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국내 경제 큰 축의 하나인 차산업은 미래의 먹거리인 만큼 각종 악조건을 제거해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네, 민관이 힘을 합하면 잘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차량 화재와 함께 최근 자동차 급발진 문제도 도마 위에 다시 올랐는데요.
▲자동차 급발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1980년 초에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가 포함되면서 함께 나타나기 시작한 게 급발진입니다. 급발진의 단초가 전자제어장치의 이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미국에서도 급발진이 이 같은 문제로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차량 급발진이 운전자 의지와 관계 없이 발생해, 재산상 피해와 심한 경우 인명 피해로도 이어지는게 문제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차량 파손은 물론, 심하면 사망사고도 발생합니다. 2010년대 초 한 중견 연예인이 급발진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급발진의 발생 조건은 가솔린엔진에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차량이 전체 발생건수의 95% 이상을 차지합니다. 전체 급발진 의심사고 가운데 80%는 운전자의 실수로 추정되고, 나머지 20% 정도가 실제 급발진사고로 추측됩니다.
-지인이 국산 디젤 스포츠유틸리차량(SUV)을 몰다 급발진 사고를 당했는데, 한동안 운전을 못했습니다.
▲급발진 사고를 당한 운전자는 영원히 운전을 못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혹자는 급발진 사고를 염려해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해 본 다음 가족을 차에 태우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급발진 사고의 문제는 발생 이후에 운전자가 모든 것을 뒤집어 쓰는에 있지 않나요.
▲급발진 사고 이후 현재까지 한건도 관련 사고에서 운전자가 승소한 경우가 없습니다. 그 만큼 운전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급발진 사고 원인을 운전자가 밝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수술을 잘못한 원인을 피해자 가족이 밝혀야 하는 구조와 같은 것이죠.
게다가 자동차 전자제어장치의 이상으로 추정되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재연이 불가능하고,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운전자가 승소할 확률은 0%입니다. 이로 인해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국내외 완성차업체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소위 자동차 관련 대한민국 법을 ‘알아서 져주는 법’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들리는 이유입니다.
-미국은 우리와는 반대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완성차 업체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재판 과정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법원은 업체가 소임을 다하지 않으면 결론이 도출되지 않아도 합의 종용으로 고객이 보상을 받게 하죠. 우리와는 정반대로 결론이 납니다.
지금까지 수십년간 지속된 급발진 사고에 대한 국내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른 분야에 비하여 절름발이 상태인 자동차 분야의 편향된 법적인 구조를 획기적으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국내외 자동차 업체와 정부가 의지만 가지면 언제든지 고칠 수 있는 내용입니다. 21세기형 산업과 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베타뉴스 정수남 (pere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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