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1-11 11:30:20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7개월 만에 정점을 찍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도 그동안 제기된 ‘재판거래 의혹’이나 ‘법관 사찰’ 등 주요 혐의는 사실상 부인해 검찰과의 치열한 수 싸움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오전 출석한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의 혐의에 관해 조사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이조성된 상황에서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향후 재판 과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 사건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 직분 수행과정에서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 하지 않았다”고 못박으면서 사실상 도의적 표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앞서 사법농단 의혹의 실무책임자로 지목돼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범죄사실 가운데, 청와대와 국회의원 민원해결 관련 혐의 몇 개를 제외하면 대부분 공모자로 묶여있다. 법무법인 로고스 최정숙 변호사 등 변호인 2명과 함께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부서 부부장급 검사들이 양 전 대법원장을 조사한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소송 등 정부 이해관계가 걸린 각종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과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개혁 목소리를 낸 연구단체 와해 방안을 검토하도록 한 배경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특정 판사의 채무관계를 파악하는 등 일선 법관 뒷조사를 지시하고, 공보관실 운영비로 책정된 예산을 현금화해 일선 법원장에 활동비로 배부한 경위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주로 (양 전 대법원장)본인의 입장을 듣는 방식으로 (조사를)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사 범위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몇차례 비공개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추가 조사 후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구속기소된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이미 공범으로 기재된 만큼, 이달 중 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를 끝으로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번 ‘사법농단 사태’는 지난 2017년 초 불거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서 시작됐다. 법원은 세차례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1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김 대법장의 수사협조 발언 3일 만에 시민단체들의 고발로 여러 부서에 분산 배당됐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재배당했다. 3차장 산하 특수부서 소속 검사들 대다수가 이 사건에 투입됐고, 지방 일선 청 검사들도 수십 명 규모로 파견이 이뤄져 대규모 수사팀이 가동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15일 임종헌 전 차장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같은달 27일 사건 연루자 가운데 처음으로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범죄사실 40여 개의 공범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지목했다.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이나 김앤장 측과의 독대 등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확보한 검찰은 올해 1월 4일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통보했다.
베타뉴스 온라인뉴스팀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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